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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IRITUALITY/CCM 창작연대

CCM 에코그라피│발효인가, 부패인가


근래 신인 찬양사역자 중 ‘무료사역 신청 받습니다’라는 내용의 홍보를 하는 분들을 종종 찾아볼 수 있다. 신인이 설 수 있는 무대가 많지 않은 이 어려운 상황에서 자신을 알릴 수 있는 최후의 몸부림인 것만 같아 마음 한켠이 씁쓸한 한편, 어찌 보면 신인이기에 가능할지 모를 순전한 사역자의 마음인 것도 같아 부럽기도 했다. 나도 예전엔 저렇게 돈 한 푼 받지 않아도 그저 불
러주시는 곳이 있단 사실 하나만으로도, 노래할 수 있는 자리가 허락된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히 달려가던 시절이 있었지 하는 생각에 문득 슬퍼진다. 지금의 나는 그 때보단 조금 더 사람들에게 알려졌지만, 오히려 예전과는 사뭇 달라진 나 자신을 종종 마주치게 된다. 섭외전화 말미에 늘 어색한 분위기로“ 저기 사례는 어느 정도…?”하고 물어 오실 때면 순간, 생각이 많아진다.
나의 가치가 얼마의 돈으로 환산되는 찰나, 나는 사역자와 삯군 사이의 아슬아슬한 외줄타기를 시작하게 된다. 집회를 잘 마치 고 돌아올 때 쥐어주시는 사례금 봉투를 받을 때면, 때론 봉투의 두께에 마음이 천국과 지옥을 오가기도 한다. 나는 참으로 한심하고도 연약하다.


유 용 한 변 화 , 유 해 한 변 화 지난 해‘ 부패인가 발효인가’라는 주제로 설교를 준비하며 나는 그 어느 때보다도 나 자신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사전에서 말하는‘ 발효’란,‘ 미생물이 자신이 가지고 있는 효소를 이용해 유기물을 분해시키는 과정이다. 발효반응과 부패반응은 비슷한 과정에 의해 진행되지만 분해 결과, 우리의 생활에 유용하게 사용되는 물질이 만들어지면 발효라 하고 악취가 나거나 유해한 물질이 만들어지면 부패라고 한다.’는데 나의 삶과 사역은 유용한 무언가가 만들어내고 있는가, 혹은 유해한 무언가를 만들고 있는 건 아닌지…. 어떤 사람들은 요즘의 나를 보며 멋있어졌다고도, 성숙해졌다고도, 노련해졌다고도 칭찬해 준다. 물론 나 듣기 좋으라는 의례적인 칭찬이겠지만, 신인 시절의 나를 생각해 보면 내가 생각해도 참 많이 컸다. 그러나 또 어떤 사람들은 내가 변했다고도 하고, 잘난 척 한다고도 하고, 꾼이 된 것 같다고도 한다. 나는 부패하고 있는 것인가, 발효되고 있는 것인가. 개인적으로 너무 존경하던 한 목사님이 계셨다. 20대 초반의 내가 그 분의 책을 읽고 얼마나 감동을 받았던가. 나도 저렇게 살아야지 다짐하게 하셨던 그 분은 세월이 많이 흐른 지금 보수정치 운동의 선봉에 서서 많은 말들을 쏟아내고 계신다. 예전엔 행동으로 몸소 본을 보여주시던 그 분의 요즘 말들은, 나를 혼란스럽게 한다. 어떤 이들은 그 분이‘ 맛이 갔다’고도 하고, 어떤 이들은‘ 더 큰 분이 되셨다’고도 한다. 그 분은 부패되신 것인가, 발효되신 것인가.


잘 달 라 져 야 한 다 사람이 나이를 먹으며, 경력이 쌓이며, 이름을 얻으며, 지위가 생기며 달라지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우리는 잘 달라져야 한다. 사역자가 돈에 연연하는 것은 죄악이지만, 적절한 수준의 사례(라는 표현은 대가를 전제로 하기에 옳은 말은 아니지만 적당한 표현을 찾기가 어려워)를 받는 것은 현대사회를 사는 우리에겐 어떤 면에서 당연한 것이다. 문제는 그‘ 적절한 수준’이라는 게 도대체 뭐냐는 거고, 그 기준이 신인 때와 너무 많이 달라지는 것이 문제고, 내 생각의‘ 적절한’이 다른 사람들에겐‘ 어마어마한’ 것이라면 그 또한 문제다. 누군가는 나의 변화를 발효로 느낄지 모르지만, 또 다른 누군가는 부패로 느낀다면 나는 과연 건강한 사역자인가….

민호기|소망의 바다 사역과 함께 찬미선교단 리더로, 대신대학교 교회음악과 교수로, 오늘도 세상과 소통하는 음악을 위해 밤새워 고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