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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IRITUALITY/문화선교리포트

본(本)교회 ㅣ 다시 ‘본질’로 돌아가는 열린 교회

임원진기자|staff847@gmail.com


 

“교회의 초점은 하나님과 이웃을 위하는 거지요. 하나님 안에서 이웃을 만나고 이웃 안에서 하나님을 만나야 합니다. ‘은혜 받는 자리’와 ‘현장’은 별개가 아닙니다.”


교회의 본질로 되돌아가기

60주년을 맞아 차세대를 준비하는 교회로 도약하고 있는 본교회(기독교대한성결교회, 전 돈암동성결교회). 이 교회를 담임하는 조영진 목사는 예배를 드리는 공간과 이웃을 만나는 공간은 다르지 않다고 말한다. “예배를 드리며 은혜를 받는 것과 이웃을 만나는 것이 단절돼 있지 않습니다. 예배 안에서 이웃을 만나는 거죠.” 교회의 본질로 돌아간다는 의미를 담아 ‘본(本)교회’로 이름도 바꾸었다는 이 교회의 문화선교에는 이러한 목회철학이 담겨있다. 성결교회이므로 보수적일 거라는 선입견과는 달리, 빨간 색 드럼이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본당은 ‘열린교회’를 지향하는 본교회의 이미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 성시경, 주현미, 송대관 등 대중가요 가수들이 ‘열린 음악회’를 통해 이미 이 본당을 밟았다. 매월 야외무대나 대예배당에서 진행되는 열린 음악회는 지역사회와 문화를 공유한다는 취지에 걸맞게 종교적인 색채를 배제한 다양한 장르의 음악으로 지역 주민들을 만난다.


‘만남’을 짓는 교회

2004년 10월, 누전으로 인한 화재로 기존의 목조건물이 소실된 후 지난해 새롭게 자리 잡은 성전은 지역 주민들의 접근성을 높이겠다는 의도를 담은 ‘열린 건축’ 의 산물. 2006년 성북구 장애인 편의시설 설치 모범업소로 선정될 만큼 장애인도 어려움 없이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또한 지역사회와 교회 간, 교회 내 성도 간의 ‘만남’을 주제로 한 공간들이 마련돼 있는 것이 특징이다. 교회 옥상에는 야외 테라스를 만들어 햇빛과 바람을 느끼며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했고, 지하 2층 지상 7층의 건물 곳곳에는 한 번쯤 앉아보고 싶을 만큼 아기자기하고 편안한 장소들이 가득하다.

본교회 새 성전의 면면들은 교계 내에서도 화제가 돼 방문자들이 줄을 잇고 있다. 각종 음악 공연과 무대 공연이 가능한 최첨단 시설의 예배당과 전문 녹음실 및 스튜디오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다른 교회의 부러움을 사는 것은 본교회가 갖고 있는 다양한 공간들이다. ‘민들레영토’를 연상시키는 세미나룸과 워십팀을 위한 무용연습실뿐 아니라 각 교회학교별로 별도의 예배실이 있어 특성화된 예배와 교육이 가능하다. 또한 각종 세미나와 회의, 기관 모임, 순모임 등 그룹 활동을 할 수 있는 크고 작은 방들이 빼곡히 들어서 있다. 따라서 공간 사용을 희망하는 교회와 각종 단체들의 요청이 끊이지 않는데, 본교회는 찬양집회와 세미나 등 교회 안팎의 행사와 모임에 새 성전을 적극 개방하고 있다.


책 읽는 문화를 꿈꾸는 교회

열린 교회로서의 본교회의 이미지는 이외에도 여러 가지 프로그램들을 통해 가시화되고 있다. ‘곰세마리어린이도서관’은 3세부터 13세 어린이를 위한 도서관으로 지역주민들을 향해 활짝 열려있다. 특히 상대적으로 문화 복지 시설이 열악한 주변 지역에서 이 도서관은 양질의 자료와 정보를 무료로 이용하고 학습을 할 수 있는 공간으로서 환영받고 있다. 또한 매주 수요일마다 그림책을 읽어주는 독서프로그램 등 아이와 부모가 함께 머물면서 쉼을 얻을 수 있는 문화시설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교인들의 도서 기증으로 운영되고 있는 곰세마리어린이도서관은 현재 한국 도서 약 4천 5백 권과 영문도서 2천여 권 등, 총 6천여 권의 도서와 CD 및 DVD 등 기타자료 50여 종을 보유하고 있다. 이용자들은 매주 화요일부터 금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주말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 열려있는 이 도서관에서 1인당 세 권의 책을 빌릴 수 있다.

한편, 본교회는 어린이도서관 외에도 ‘책을 읽는 문화’, ‘책을 전달하는 문화’를 만드는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본교회 1층, 지역 주민들이 가장 쉽게 드나들 수 있는 위치에 마련된 북카페 ‘폴라리스’는 서점이나 북카페를 쉽게 찾을 수 없는 곳에 자리 잡고 있기에 더욱 사랑을 받는 공간. 위치도 위치려니와, 건물 밖에 늘어서있는 녹색 파라솔과 유리로 만들어진 외관은 교회 앞을 지나가는 사람들이라면 잠깐 발걸음을 멈추고 커피 한 잔과 함께 책을 읽고 싶은 마음을 느끼게 한다. 본교회는 또한 ‘부활절 희망 책 보내기’ 같은 행사들을 통해 책을 직접 나누는 일도 하고 있다. 일례로 지난해에는 어려운 이웃과 미자립교회 목회자 등 3백 명을 선정해 ‘긍정의 힘’ 3백 권을 전달하기도 했다.


다음 세대를 생각하며

본교회의 또 다른 초점은 다음 세대를 키운다는 것. 어린이도서관이 그렇듯 본교회의 주말학교는 지역 사회 어린이들에게 다양한 교육의 기회를 제공한다는 취지를 가지고 있다. ‘지역 사회와 다음 세대를 위한 토요열린교실’이란 이름으로 시작된 주말학교는 5세부터 9세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가베학교’로 진행된다. 가베학교는 저명한 교육자 프뢰벨이 고안하고 창작한 교재와 교구를 이용하여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상상력과 창의력을 개발하는 교육 프로그램으로 호응을 얻고 있는 전문 프로그램. 어린이들이 교구들을 직접 제작해 사용하는 썸머스쿨 역시 지역 어린이들 사이에서 인기가 있다. 썸머스쿨은 원어민 강사와 한국인 영어교사의 도움으로 진행되는 여름 영어캠프로, 단어장 종이돈 포트폴리오 등을 아이들이 직접 만들고 여러 가지 상황을 체험해보는 방식으로 눈길을 끈다.

본교회는 어린이들에 대해서만이 아니라 학교에서 그들을 지도하는 교사들에게도 관심을 기울인다. 교권이 무너졌다는 한탄마저도 식상해진 오늘날 교사의 가치를 회복시키는 것이 아이들을 위해서나 사회 전체를 위해서나 중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선생님은 귀한 분이십니다’라는 기치 아래 진행되고 있는 본교회의 ‘선생님 사랑 캠페인’은 교회 인근 우촌, 돈암, 삼선 초등학교를 방문해 교사들에게 화분과 함께 감사와 존경의 인사를 전달하는 것으로, 지역사회에 잔잔한 파문을 일으켜 왔다. 교회는 이렇게 교사와 학교를 감동시키는 데서 더 나아가 그들이 실제로 필요로 하는 것들을 돕는 단계로 관계를 발전시켜 나가고 있다. 축구부 기자재 등 학교에 필요한 물품이 있을 경우 이를 교회에 요청하면 지원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지금 할 수 있는 것부터

지난해 60주년을 맞은 본교회는 60주년 기념사업으로 ‘세상에 영향을 주는 교회’라는 모토를 갖고 새로운 비전인 ‘텐텐(10·10)미션’을 선포했다. ‘10억 10년 프로젝트’로 불리는 이 미션은 10억 원의 기금을 모아 10년 동안 오직 지역 발전을 위해 사용하겠다는 것. 전문화되지 않은 사역을 진행하기 보다는 이미 잘 하고 있는 단체와 연계해서 보다 풍성한 사역에 동참하겠다는 취지로 다일 천사병원과 밥퍼 사역에 매월 아웃리치로 참여하고, 한빛맹아원 청주희망재활원 등과도 협력 사업을 추진 중이다. 본교회는 이밖에도 지역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김장, 떡 등을 해서 가난한 이웃들에게 전달하고, 쌀을 모아 주고, 연탄은행을 통해 연탄을 지원하며, 독거노인을 지속적으로 찾아가 청소와 집수리 등을 해주는 등 다양한 활동을 해왔다. 또 인근에 있는 경찰관이나 소방관들이 어려운 일을 당하면 돕고 그들의 자녀들에게 학자금을 지원하는 일도 하고 있다. 지역 주민들을 위해 봉사하는 사람들을 격려하기 위해서다. 같은 취지로 인근 파출소를 방문해 빵과 음료를 선물하고, 아파트 경비들에게 과일바구니를 돌리는 일도 했다.

이런 모든 활동들은 지역사회에서 본교회에 대한 좋은 소문으로 이어져, 몇몇 이웃들이 교회로 발길을 옮기는 결과를 가져왔다. 교회의 존재 이유에 회의를 갖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는 이때에 ‘교회의 본질로 돌아가겠다’는 뜻을 품은 본교회의 발걸음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