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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을 읽다/어른이 된다는 것

하늘의 별 따기


2년 전쯤 장로, 안수 집사, 권사 임직식에 가본 적이 있었다.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권사님들과 까만 양복을 입고 한껏 멋을 내신 장로님, 안수 집사님의 모습을 보면서‘ 언젠간 나도 저 자리에 있겠지?’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하나님 앞에서 귀한 직분을 잘 감당하겠다고 서약하는 자리에 나는 어떤 모습으로 서게 될까?’‘, 어떤 신앙인으로 살아야 할까’ 하는 고민도 함께 하며….


대 세 는 여 자 ? !
예전에 청년부 회장을 맡았을 때 이런 인사들을 받은 적이 있었다.‘ 2년 연속 자매들이 회장이 되는 것을 보니 요즘 청년부는 여성 파워가 대세인가 보다’라는 축하(!)도 있었고,‘ 청년부 리더십의 흐름이 여성 중심으로 가는 것 같다’ 라는 얘기를 듣기도 했다. 감사하다고는 했지만, 듣고 보니 문득 그런 의문이 생긴다. 내가 남성이었대도 사람들이‘ 요즘 청년부는 남성 파워’라고 인사를 건넸을까? 또‘ 리더십의 흐름이 남성 중심으로 간다’라고 말했을까? 교회를 다니는 친구 중에 목사 안수에 대한 질문을 하면서, 여성 목사가 있는지 궁금해 하는 친구가 있었다. 본 적이 없어서 없는 줄 알았다는 게 그 친구의 말이었다.“ 당연하지” 라고 말하면서도 왠지 모르게 느껴지는 씁쓸함은 뭔지…. 교회를 다닌 지 오래된 친구고, 신앙생활을 할 만큼 한 친구의 질문이라 더 그랬을까. 임직식이나 성찬식이나 혹 교회의 중요한 정책을 결정하는 자리에서 여성 목사든, 여성 장로든 그 존재를 찾는 일은 그야말로 하늘의 별 따기다. 물론 내가 속한 교회 교단은 여성 목사의 안수를 인정하고, 드물지만 여성 장로들도 찾아볼 수는 있다. 하지만 그야말로 가뭄에 콩 나는 경우이고, 대다수의 여성들은 교회 곳곳에서 묵묵히 몸으로 뛰면서 봉사하고, 헌신하면서도 교회의 중요한 정책을 결정하는 자리에는 배제되는 것이 현실이다. 혹자들은 교회에 여성 성도들이 많아서 행사가 여성 중심으로 흘러가고, 교회 곳곳에서 여성들이 주장을 내세우는 경우가 많아 남성들은 교회에서 목소리를 높이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을 제기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정말 그런가? 그건 상대적으로 느끼는 개인의 감정일 수는 있어도 사실은 아니다.

하 늘 의 별 을 딴 다 !
하나님의 일을 하는데 있어서 직분이 무엇인지 따지는 것은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아무 직분이 없어도, 하나님의 자녀이자 교회의 성도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으니까. 하지만 임직식을 지켜보면서 마음속으로 조용히 다짐한 것이 있었다. 하나님이 시켜주신다면 난 장로가 되겠노라고. 기도하는 권사도 좋고, 봉사하는 집사도 좋지만 내 신앙생활의 마지막 직분은‘ 장로’일 거라고. 장로의 자리가 좋아 보여서, 으스대려고 그 역할을 감당하고 싶은 건 아니다. 요즘은 교회에서 많이 사용되는 호칭이지만 원래‘ 장로’란‘ 나이가 많고, 학문과 덕이 깊은 사람’을 이르는 말이다. 따라서 교회에서도 지혜와 인격을 갖춘 연륜 있는 사람들에게‘ 장로’의 직분을 맡겨야 한다. 그런 자리라면 사실 남성이면 어떻고, 여성이면 어떤가. 하나님 앞에 최선을 다하고, 덕스럽게 살아온 사람이라면 성별을 가리지 말고 장로 직분을 수행할 수 있게 해줘야 하지 않을까. 여성 목사, 여성 장로에 대해 인정은 했지만 현실의 가능성은 하늘의 별 따기인 게 지금 교회의 현실이다. 우리 주님은 여성이라고 해서 차별을 하시진 않았다. 오히려 더욱 성큼 다가가 손 내미시고, 그들의 필요를 아시고 함께 아파하셨다. 교회도 그런 주님을 따라 한 발자국 더 내딛어 봄은 어떨까? 인정만이 아닌 실천을 하면서 말이다.



배성분|책 모양의 건물에서 일하고 있다. 책 만드는 일이 정말 어렵다는 것을 온몸으로 느끼며 오늘도 살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