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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IRITUALITY/문화선교리포트

문래동교회 ㅣ 문래동이 행복할 때까지

에디터 노영신



한국교회에는 ‘문화선교’란 대형교회만의 사역이라고 생각해오던 버릇이 있다. 우선 돈이 많이 들어가고, 인적 자원이 풍부해야 가능하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많은 교회들이 문화선교 사역을 하고 싶어도 엄두를 잘 내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장년 350여 명 정도의 크지 않은 규모이지만,  ‘나눔과 섬김’의 문화선교로 지역주민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교회가 있다. 지역사회에서 더 유명한 바로 문래동교회(유영설 목사, 기독교대한감리회). 이 교회가 문래동에 존재하는 이유는 바로, 문래동 지역을 행복하게 하기 위함이라고.


교회의 50살 생일잔치, 지역주민을 초청하다

해마다 5월이 되면 문래동이 들썩인다. 매 주일마다 여기저기서 어린이, 어른, 노인 할 것 없이 모두가 한 판 흥겹게 놀 수 있는 마을 잔치가 열리기 때문이다. 작년 5월에는 어린이 뮤지컬 <재크와 요술저금통>, ‘PK, 소향과 함께 하는 청소년 축제’, 뮤지컬 <넌센스>, 뿌리패 예술단 공연 등이 잇달아 열리면서 문화의 향기를 가득 메웠다. 바로 문래동교회가 해마다 꿈꾸고 이뤄온 6번째 지역문화축제, 이른 바 ‘Peace 21 Convention’ 축제이다. “우리 교회의 문화선교는 교인이 대상이 아니라, 지역사회와 주민들, 불신자입니다. 문화라는 그릇을 통해 지역사회와 가깝게 친해지면서 자연스럽게 전도할 수 있는 기회를 얻기 위함이죠. 그래서 먼저 시작한 것이 ‘어버이사랑 큰잔치’입니다. 근처 노인 복지관에서 1500명가량의 어르신들을 모시고 맛있는 음식과 흥겨운 공연을 펼쳤죠.” 유영설 목사의 목회철학으로 시작된 일에, 지역 어르신들은 물론이고 처음으로 나눔을 경험한 교인들 또한 그 보람과 기쁨을 남다르게 누렸다.

지난 2002년, 문래동교회는 창립 50주년을 맞았다. “다른 교회의 창립기념행사는 어떠했는지 살펴보았는데 은퇴식, 임직식 등, 그저 교회만의 행사로 그친 것이 대부분이더라구요.” 그도 그럴 것이, 교회식당에서 맛있는 밥 먹고 기념타월 하나씩 받아가는 것이 창립기념주일의 흔한 풍경 아닌가. 유영설 목사는 이에 교회가 맞는 50살 생일 잔치에 어린이부터 청장년 모두를 위한 ‘지역문화축제’를 한바탕 열기로 하였다. 어린이 백일장, ‘품바’ 공연, 길거리농구대회, 어버이사랑큰잔치, 헌혈, 무료개안수술, 장기기증 서약 등 교인과 주민들이 함께 생명과 사랑의 문화를 누리는 마을잔치인 셈. 이것이 지금까지 해마다 열리는 문래동교회의 문화사역의 큰 축, ‘Peace 21 Convention’ 축제다. 일회성 기념행사가 아니라, 풍성한 나눔을 지속적으로 실천하고자 맥을 잇고 있는 것. 이제는 교회와 지역사회가 어우러져 즐겁게 먹고, 놀고, 춤추고, 나누는 문래동의 전통이 되었다.


문래공원에서 울리는 아름다운 선율

유영설 목사는 처음 이곳에 왔을 때, 교회 가까이에 있는 문래공원에서 무언가 할 수 있겠다 싶어 감사했다. “천 원짜리 지폐에 ‘예수천당 불신지옥’을 찍어서 전도하는 교회도 있더군요. 공적인 화폐에 전도용 인쇄를 한다는 건, 정말 비상식적인 일입니다. 새로 생긴 아파트가 참 많은데 축호전도 방법도 이제는 불가능합니다.” 전도에 대한 혐오감이 증폭되고 있는 현실에서 지역과 상황에 맞는 프로그램이 필요했다. “문래공원으로 나가자고 했죠.” 관현악단 6~7명으로 이루어진 ‘아리엘’이 주일마다 4~6시까지 공연을 하는 ‘작은 음악회’를 열기 시작한 것은 그 때부터다. 유 목사의 중요한 원칙은 ‘찬송가는 연주하지 말 것’, ‘기도하지 말 것’ 이다. 동요, 가곡, 가요만을 연주하면서 그저, 따뜻한 차와 달콤한 솜사탕, 풍선을 함께 나눠주며 살아가는 이야기를 두런두런 나눌 수 있다면 그것으로 족하다 했다. “우리나라에는 놀이문화가 참 없잖아요. 공공장소에서 건전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문화거리가 마땅치 않아요. 교회가 지역주민들과 함께 음악을 들으며 차 한 잔의 여유를 누릴 수 있다면 정서적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좋은 기회죠.” 이제는 제법 이 ‘작은 음악회’에 오래된 팬들이 생겼다. 왜 기도하지 않느냐고, 왜 복음을 전하지 않느냐고 물어오는 교인들을 향해선 이렇게 대답했단다. “현수막에 ‘문래동교회’라 적혀 있는 것만으로도, 이미 그 안에 다 복음이 있는 겁니다.” 


반딧불이 반짝이는 어린이 도서관

교회 바로 앞에 자리한 ‘반딧불 도서관’은 큰 자랑거리다. 그동안 교회가 적극적이고 포용적인 태도로 지역주민들 사이로 나아갔다면, 어린이 도서관은 지역주민들이 교회로 발걸음을 옮길 수 있도록 마련한 곳. 어린이들의 꿈이 새겨지고 있는 이곳은 자연 원목으로 꾸며져 무척 아늑하고, 편안하다. 지난 2004년 개관하여 현재 약 7000여권의 장서를 뽐내고 있으며 개관한 지 일 년이 못되어 영등포구 사립 문고 1호로, 사회복지 봉사활동 인증센터로 지정되었다. 자원봉사 인증을 받기 위해 찾아온 젊은이들은 지역주민과 함께 건강한 문화를 나누고 소통하는 반딧불 도서관을 보며, 적잖은 도전과 깨달음을 얻고 간다.

반딧불 도서관은 단순히 책만 빌리고 읽을 수 있는 공간이 아니다. 주로 유아, 어린이와 부모 회원이 많기에 그들을 대상으로 하는 문화교실을 활발히 진행하여 작은 커뮤니티 형성을 통해 실질적인 문화욕구를 채워주는 귀한 역할을 담당한다. 유아 어머니들이 공동육아 프로그램을 만들어가는 ‘품앗이 육아’, 동화를 좋아하는 어른들이 책과 삶을 나누며 매월 빛그림 공연까지 올리는 ‘동화 읽는 어른모임’, 흙피리 만들기, 도자기 체험, 고구마 캐기 등, 자연을 벗 삼아 누릴 수 있는 ‘문화 체험’, 그 외에도 전래놀이, 구연동화, 바이올린, 점토, 비즈, 종이접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알차게 운영되고 있다. 도서관이라기보다는 어린이 지역문화센터에 가깝다. 유급사서인 이미영 관장은 “540여 명의 회원들 중 문래동교회 교인들은 불과 70여 명밖에 되지 않아요. 다른 지역도서관과 똑같이 운영하고 있어요.”라며 교회 냄새 나지 않는 도서관에 대한 자부심을 비친다.

유 목사는 얼마 전, 성지순례를 갔다가 골고다 언덕을 걸어가게 되었다. 예수님께서 십자가를 지시고 힘겹게 오르셨던 그 길이 지금은 여기 저기 쓰레기도 많고, 완전히 시장 같았다. 이 성지가 왜 이렇게 정리가 안 되어 있을까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오히려 그 지점에서 진정한 ‘예수의 길’을 보게 되었다고. “예수님은 그렇게 아무것도 남기지 않고 가신 분이에요. 우리를 살리시고, 흔적도 없이 그렇게 사라질 길을 걸으신 거죠. 우리 한국교회는 지금 어떤 길을 가고 있는 건지 모르겠어요.” 눈에 보이는 성장과 업적에 집착한 채, 교회이름을 남기기 위한 길을 가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볼 일이다.

그저, 사라져도 좋을 길을 진정한 예수님의 정신으로 묵묵히 걸어가며 지역사회를 위해 베풀고 나누는 문래동교회가 그곳에 있기에, 문래동은 이미, 행복해지고 있다.




문래동교회 

서울시 영등포구 문래동 4가 16-1  02)2633-2855  www.mdchurch.or.kr


반딧불 도서관

02)2672-9363  http://cafe.daum.net/bandibulbook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