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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2009 05-06 고달픈 삶, 희망의 인문학

고단한 삶, 희망의 인문학 2ㅣ 책을 통해 나를 알아가다 _ 독서대학 르네21


대한성공회대성당 교육관

중세기를 넘어 새 시대를 연 ‘르네상스(Renaissance)’와 새천년 새문명의 관문인 ‘21세기’의 합성어로 이름 붙이고, 2008년 문을 연 ‘독서대학르네 21’. 이름에서 보여지 듯, 책을 매개로 한 대중적인 인문학 부흥운동을 꿈꾸며 한국출판인회의와 대한성공회가 함께 만든 학교다. 지난 3월, 2009년도 1학기가 시작되어 강좌가 열리는 수요일과 금요일이 되면 강의실로 사용하고 있는 서울 정동 대한성공회대성당 교육관으로 막일을 마친 직장인들의 종종걸음이 이어진다. 일상에 지쳐 집으로 바삐 발걸음을 내딛을 시간, 이들을 이곳으로 이끄는 힘은 무엇일까?



고전 속에서 삶의 현장을 읽다

수요일에 열리는 고전강좌는 연령대도 20~70대까지 다양하고, 강좌를 듣기 위해 지방에서 오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현재 한홍구의 한국현대사 강좌가 이루어지고 있는 인문교양강좌와 김수행의 자본론 강좌가 이루어지고 있는 서양고전강좌의 수강생은 대부분이 여성. 내가 살아가는 세상이 어떤 원리를 가지고 움직이는지를 알 수 있는 통찰력을 갖게 해준다. 반대로 김상섭의 주역 강좌가 이루어지고 있는 동양고전의 경우는 절대 다수가 중년 남성이다. 강좌를 맡는 강사마다 이렇게 남자 수강생이 많은 것만으로도 감동이라고 말할 정도. 이 강의는 삶에 대한 철학을 통찰하며, 삶의 정치에 대한 지혜를 얻을 수 있는 이야기들이 오간다.
그런데 그 많은 책들 중 왜 고전일까? "고전은 인간사회의 모든 질문을 다루고 있잖아요. 곱씹고, 물을 수 있는 지혜가 있죠. 직접적인 문제에 대한 해답은 없지만, 고전을 통해 삶과 사회를 이해하게 되는 힘이 생겨요."라고 이미화 기획연구실장은 말한다. 개교 때부터 꾸준히 강좌를 듣고 있다는 직장인 박문숙(39) 씨는 요즘 서양고전강좌를 통해 ‘자본론’을 듣고 있다. "마르크스 경제학의 대가 김수행 선생님께 직접 강의를 듣는다는 것만으로도 영광이에요. 부담스럽지 않은 돈으로 이렇게 배울 수 있어서 좋고, 이런 배움이 내 삶에 직접적으로 도움을 주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전혀 피곤하지 않아요."

저자와 대중이 함께 호흡하는 시간

금요대중강좌는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매달 4권의 책을 선정, 저자 직강을 한다. 일반인들이 쉽게 손이 가지 않던 인문서적들을 편안하게 접할 수 있는 기회여서 인기가 많다고. 대중과 함께 호흡하는 대중적 책읽기가 이 강좌의 테마다. 저자의 강의를 직접 듣다보면, 책을 보다 잘 이해할 수 있게 되고, 혹은 읽지 않고 참석했더라도 강의를 듣고 나서 책을 제대로 읽을 수 있게 되는 길라잡이 역할을 해준다. 이 강좌를 통해 즐거움을 누리는 것은 청중뿐만이 아니다. 사람들이 외면하는 인문학 서적을 펴내고, 고군분투하고 있는 저자들은 직접 독자를 만나 소통하며 행복해한다고. 이번 5월에는 ‘위기의 시대, 생각해보아야 할 경제문제’라는 주제로 <위기의 경제>, <부동산 계급사회> 등 매주 다른 4권의 책과 저자들을 만날 수 있다. 책을 통해, 보다 건강하게 소통하고 통찰하는 문화를 형성하고자 문을 연 ‘독서대학 르네21’. 이러한 크고 작은 독서
모임이 우리나라 곳곳에 생겨나 자신의 삶과 자신의 사는 사회를 좀 더 풍성하게 누릴 줄 아는 독자들이 많아질 때, 인문학 출판에도 꽃이 피어날 것이다.  
글ㆍ사진 정미희


독서대학 르네21
02-722-2897~8
www.renai21.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