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값진 선물의 여행


올해 초 C국으로 단기선교를 다녀왔다. 그곳에서 만났던 사람들은 시내에서 차로 7~8시간 걸리는 산속에 사는 소수 민족이다. 하지만 이들은 선교사들에 의해 약 100년 전부터 주님을 믿기 시작했다고 한다. 안내를 맡았던 선교사님은 우리 일행에게 이 마을에서 하루 묵어가기를 권했다. 어차피 몸 편한 곳을 찾아간 여행이 아니었기에 오히려 좋은 경험이라고 생각했다. 막상 도착한 김 장로님의 집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열악한 모습이었다. 우리를 맞이하기 위해 입고 나온 그의 양복은 군데군데 찢어져 있었으며, 악수할 때 내민 손은 새까맣고 딱딱했다. 환한 미소로 우리를 맞는 그를 보며, 그처럼 환하게 웃고 있지 못하는 나를 느꼈고, 장로님이 내미는 손을 주춤거리며 잡았다. 그런 마음은 마을 안에 있는 교회를 둘러보고 오니 벌써 저녁을 차려 놓은 그 댁의 식구들의 마음씀에 미안함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우리를 진심으로 사랑하며 섬기는 그분들의 아름다운 마음이 보이게 되었다.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 큰 손전등을 달아놓아도 어두컴컴했던 실내였지만, 특별히 따로 차려놓은 식탁은 한눈에 보기에도 정성이 가득했다. 그곳에서는 옥수수 한 아름을 가져야 쌀 한 되 정도를 바꿔 준다고 하는데 수북이 담긴 하얀 쌀밥하며 돼지고기, 양고기로 요리한 갖가지 요리들, 채소와 땅콩볶음 요리도 보였다. 그리고 김 장로님은 우리가 밥을 다 먹을 때까지 보이지 않는 곳에 서 있다가 계속 밥을 더 담아주고, 모자라는 반찬을 다시 채워주는 배려를 보였다. 그리고 그렇게 감사하게 저녁을 물리고 난 자리에서 조그만 나무의자를 가져다 동그랗게 모여 앉아 찬송을 부르는 시간을 가졌다. 알아들을 수 없는, 하지만 익숙한 멜로디의 김 장로님 댁 식구들의 찬양을 들으며 다시 한 번 그 분들이 전해준 하나님의 사랑을 느낄 수 있었다.
지금도 선교 사실이 밝혀지면 감옥에 끌려가야 하는 곳이지만 모든 영혼을 공평하게 사랑하시는 주님은 이곳에도 복음을 허락했다. 하찮은 내가 그들에게 이렇게 값진 섬김을 받는 이유는 오로지 하나님의 자녀라는 이유 하나였기 때문이다.
이렇게 그들에게 조금이라도 힘이 되고 싶어 갔던 여행에서 나는 오히려 더 많은 것을 받고 돌아왔다. 주님의 성품을 닮은 그들의 사랑을 느꼈고 한편으로는 스스로 부끄러움을 느끼기도 했기 때문이다. 손잡기도 주저했었던 처음과 달리 그 하룻밤이 지난 뒤 김 장로님과 그 식구들을 스스럼없이 안으며 아쉬움의 눈물을 흘렸다. 그것은, 가지 않았으면 결코 경험해 보지 못했을 주님이 주신 값진 선물이었다.


김미애|초록색을 좋아하고 바람 냄새만 맡으면 여행 가고 싶어 대출을 고민한다. 동화를 한 편 쓴 후로는 하드보일드한 취향에서 벗어나 세상의 예쁜 면만 골라보려고 노력 중이다. 요즘 주님께서 자신을 다듬으시는 손길을 느끼며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협동과정 서사창작학과 전문사에서 공부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