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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추천 공연

사람은 누구나 꽃보다 아름답다


블랙 라이크 미|존 하워드 그리핀

당신이 미국 내에서의 흑인의 인권과 역사를 획기적으로 바꿔온 인물을 세 명만 뽑는다면? 아마도 링컨, 마틴 루터 킹 주니어, 그리고 오바마? 그렇다. 미국은 이제 가장 돈을 많이 버는 스포츠스타 타이거 우즈와 방송인 오프라 윈프리만 흑인이 아닌, 어느새 흑인 대통령까지 나올 수 있는 가장 자유롭고 민주적인 나라가 된 듯하다.
이러한 역사적인 변화가 급물살을 탄 것은 고작 20~30년 전부터다. 실제로 흑인들은 1980년대에 들어서야 자유롭게 화장실(!)을 쓸 수 있게 됐다. 청교도 정신, 곧 기독교 정신을 바탕으로 세워져 성경에 손을 얹고 대통령 선서를 하는 나라가 가장 인종차별주의적인 나라로 버젓이, 당당하게, 수세기를 존재해 왔다는 것은 다시금 적잖은 충격이다. 그렇게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 것이다. 흑인을 노예로만 바라보아온 시각은 1863년 노예 해방선언 이후에도 100여년 이상 변하지 않았고, 1968년 마틴 루터 킹의 살해 이후에도 그가 “I have a dream!”에서 꿈꾸었던 세상은 곧바로 도래하지 않았다. 물론 이 책의 저자 존 하워드 그리핀이 아파했던 현실이 지금 흑인 오바마가 대통령 당선된 것으로 다 치유된 건 아니다. 아마도 그간 피부색 차이 하나만으로 운명적으로 감수해야 했던 굴욕적이고 비상식적인 차별에 대해 흑인은 물론이요, 지각과 양심 있는 소수 백인들도 지속적인 목소리를 내고 행동을 보여 왔을 것이다. 하지만, 오늘 우리가 만나는 그리핀의 위대함은 백인인 그가 직접 흑인이 되어 흑인세계로 뛰어들었다는 것이다. 자신과 같은 다수의 위대한(?) 백인들이 동물처럼 여기는 흑인으로 피부색을 바꾸고, 이성적으로만 알았던 차별의 현실을 감성적, 육체적으로 경험한 것이다. 그가 목숨을 걸고 체험한 약 5주간의 흑인으로서의 삶은 자신에게도 남아 있던 티끌만큼의 우월의식을 깸과 동시에 그저 ‘타자’로서만 받아들여졌던 ‘흑인’을 ‘우리’로 수용하게 되는 전미국적인 혁명이 아닐 수 없었다.
그리핀이 연상시키는 것은 어찌 보면 자신의 적이자, 한낱 피조물에 불과한 인생 속에 뛰어 들어오신 예수님의 성육신의 판박이다. 우리는 우리와 다른 사람들을 다양성의 차원에서 이해한다고 믿으며, 조금 부족해 보이는 사람들을 사랑으로 품고 산다고 머릿속에서만 착각하기 일쑤다. 필자는 그리핀이 고작 5주의 흑인 체험으로 과연 얼마나 동질화될 수 있었을까 하며 부끄러운 생각을 품고, 그의 아름다운 희생을 무시한 채 흑인들까지도 결국 품지 못하는 어리석음과뒤늦은 회개의 코스를 밟고 말았다. 늘 그런 건 아니지만, 때론 옆에 있는 단 한 사람이라도 다르다고 생각하는 자체가 이미 차별일 수도 있다. 그래서 우리는 예수님의 사랑 앞에 한없이 작
아지고 부끄러워지는 것이다.  글 박주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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