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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추천 도서

김규항이 만난 예수, 그리고 나의 예수

예수전
김규항|돌베개


엄마 뱃속부터 교회를 다녔다. 교회 다니는 사람은 더 착한 사람일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교회를 다녔다. 교회를 다녔기에 욕하면 안 되고, 술도, 담배도 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사춘기 때 금욕주의를 버렸고, 교회가 가르쳐 준신앙과 내 상식은 모든 면에서 충돌했다. 교회의 10살 터울 지는 누나는 대학에서 ‘운동권 귀신’에 붙들려 인생 망치고 신앙이 타락한 자의 이야기를 하곤 했다. 난 그 사람과 같지 않았지만 나를 똑같이 취급했다. 교회에서 내 생각들은 안으로 비집고 들어갈 수가 없었다. 거기엔‘ 내’가 있을 곳이 없었다. 21살 신앙을 버렸다. 난‘ 예수’를 믿지 않았다‘. 그런 예수’를 믿지 않았다. 믿지 않으면 죽는다는 협박보다 더 싫었던 것은 믿기만 하면 천국에 간다는 교리의 알량함이었다. 별로 멋있지 않았다. 26살 다시 신앙을 간구했다‘. 예수’가 궁금해서였다. 신학에 대해서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성서에 대해서 공부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다시 찾게 된 신앙은‘ 예수’를 믿는 것보다는‘ 예수’를 따르는 것의 관점에 서게 되었다. 억눌린 자와 함께 했던 예수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절대다수의 개신교의 신자들은 예수를 믿는다고 기도한다. 그리고 기도의 내용과 상관없이 자본주의 윤리에 부합하게 칼뱅의 프로테스탄트 윤리를 실천하고, 부를 축복 이라고 생각한다. 문제는 거기에 있다. 예수를 믿을 것인가, 아니면 예수처럼 살 것인가?
고민의 와중에 김규항의 고백을 듣는다“. 예수의 모든 행동은‘ 모든 고통 받는 사람에 대한 애끊는 마음’에서 시작한다. 그의 분노 역시 애끊는 마음에서 시작된다. 고통 받는 사람에 대한 애끊는 마음에서 시작된다. 고통 받는 사람에 대한 애끊는 마음이 자연스레 그들의 고통을 낳는 사람들과 사회체제에 대한 강렬한 분노로 이어지는 것이다(p.38).” 마가복음이 보여주는 예수는 철저히 인간적이다. 귀를 닫은 사람들 때문에 답답해하고, 혁명 이후의 논공행상을 미리 벌이는 제자들 때문에 마음이 아프다. 죽을 줄 뻔히 알면서 그 길을 가야한다는 것이 아프고, 그러면서도 의연한 모습으로 체포되지만 십자가를 지고 얼마 걷지도 못할 만큼 몸과 마음이 황폐해 있음을 보여준다. 김규항은 철저하게 사회주의자의 관점으로 예수를 읽는다. 그에게 예수의 이웃 사랑은‘ 사회주의를 반대하는 어떤 것’이 아니라‘ 사회주의를 넘어서는 어떤 것’이고, 진정한 기독교인은 그에게 ‘선량한 자본주의자’가 아니라‘ 특별한 사회주의자’인 것이다. 그는 신학자의 아카데믹한 관점이 아니라 지금 21세기를 살아가는 한 명의 평신도로 <마가복음>을 읽는다. 그렇기 때문에 더 그 호소력이 있다. 물론 신학적으로 위태로운 발언들이 있겠지만 그것만으로 이 책을 재단할 수는 없을 듯하다. 글
양승훈


그래도 언니는 간다  
김현진|개마고원

목회자의 딸, 그리고 고등학교 1학년 자퇴 후 한국예술종합학교 입학, 비정규직 카페노동자, 한국예술종합학교 서사창작과 대학원생. 이러한 사회적‘ 이력’에 노출되어있으나 그녀는 어찌되었건‘ 글쓰는 사람’이다. <시사IN>과 <한겨레>등에 기고하는 그녀의 <그래도 언니는 간다>의 기록은 가부장적이고 동시에 속물근성이 지배하는 이 시대를 가장 예민한‘ 글쟁이’가 담아낸 하나의 구술사이다. 2008년 촛불을 경험하면서, 기륭노동자들의 단식에 함께 하면서, 성모 병원 파업에 함께 하면서 겪어냈던 일을 생생히 기록했다. 그리고 본인의 직장 생활‘ 분투기’의 부분을 읽어낼 때, 지금의 20대가 겪어야 할‘ 88만원 세대’의 구체적인 일상에 공감하게 된다. 분노하고 비관했다가 결국에는 서로의‘ 위안’을 느끼는 글쓰기. 김현진의 힘이 느껴진다.


정세청세 (정의로운 세상을 꿈꾸는 청소년, 세계와 소통하다)
인디고 아이들|궁리

부산의‘ 청소년을 위한 인문학 서점’ <인디고 서원>의 아이들이 세상에 대해 토론한 바를 적은 기록의 책들이 또 나왔다. 도저히 20살도 안된 고등학생들의 이야기라고는 믿을 수 없는 넓이와 깊이가 느껴지는 토론의 기록지이다. 입시중심의 교육이라는 것의 한계가 여실히 지적되는 것은‘ 자기 주도적’으로 주제에 대해서 깊이 있게 대화하고 있는 이들이 있기 때문이다. 자유, 진실, 신념, 용기, 평등, 공생, 희망, 정의. 이 8가지 주제에 대해 아이들이 이야기할 때 어른들의 세계가‘ 현실’이라는 이름으로 규정지은 구속복 따위는 큰 의미가 없다. 그리고 그 구속복을 벗어야 함을 아이들은 잘 알고 있다. 이 아이들이 세상을 향해 소리칠 시간을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