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여름은 계절이 아닌 ‘동사’다. 한 순간도 멈추지 않고 쉼 없이 움직인다. 함께, 때로는 혼자 달리거나 걷는다. 이것은 여름에 일이 많고 바쁘다는 상황의 문제로 설명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계절의 기운이다. 여름에 태어난 나는 시냇가에 심은 나무처럼 그저 철을 따라 그 시절을 살아갈 뿐이다. 여름 기질 덕분인지 여름에 시작하는 일과 만나는 사람들이 많다. 그 해 여름에 나는 새로운 작업을 시작하고 있었다. 대부분의 새로운 일들이 그러하듯 공부하고 정리해야 하는 자료들이 산더미 같았다. 수능시험을 앞둔 수험생처럼 아침과 밤늦게 집과 사무실을 오가다 나중에는 사무실에서 밤을 새우는 때가 더 많아졌다. 트레이닝 바지와 티셔츠를 유니폼처럼 착용하고 머리카락까지 짧게 잘라버렸다. 나름대로 전투모드지만 딴생각주의자인 내가 그럴 리가 없다. 깊은 밤 사무실에 혼자 남아 한동안 잊고 지냈던 밤 시간대 텔레비전 드라마와 심야라디오 프로그램과 따뜻한 재회를 하게 되었다.
솔직히 고백하면 홀딱 빠져든 마성의 드라마 한 편이 그 여름의 바쁜 시간표를 온통 관장하게 되었다. 첫 회, 주인공인 아름다운 소년, 아니 그녀의 등장은 오토바이를 타고 분식집 배달을 하는 장면이었는데 여자목욕탕에 음식을 가져온 그녀를 모두 남자로 착각하고 소리를 지르는 장면이다. 이 부분에서 아주 익숙한 대사가 등장하는데 나는 뜬금없이 그 대사부터 감명을 받았다. 바로 그 대사는 “콩국수 시키신 분!” 아! 이 대사는 어느 여름, 내가 국수 만들기에 심하게 미쳤을 당시, 온 가족들이 “이제는 그만!”을 외칠 때까지 (내가)외쳤던 바로 그 대사가 아니던가. 순정만화와 로맨스 소설의 ‘연애본능’에 담긴 그 속 깊은 진정성이 뼈와 살을 입고 살아서 움직이던 마성의 드라마, ‘커피 프린스 1호점’과의 만남은 그렇게 짠하게 시작되었다. 커피가 아닌 콩국수를 가슴에 담고 말이다. 남장여자, 엇갈리고 다시 만나는 몇 각의 연애, 출생의 비밀, 신분차이, 성공담 등 너무나 전형적인 소재들을 상큼하고 대담하게 보여준 이 드라마의 관점은 ‘쿨’하다기보다 ‘뽀송뽀송’하다. 매 회마다 다른 배경음악들을 다양하게 선곡해서 들려주던 이 드라마는 대중매체가 시청자에게 선사하는 감동의 기반은 감정에 대한 섬세한 디테일과 정성에 있음을 영리하게 잘 알고 있었으며 성실하게 실천했다.

출처 : MBC


닥본사!(닥치고 본방사수)를 하지 않는 낮과 깊은 밤에는 무려 수 십 곡이나 되는 배경음악들을 찾아들으며, 내 책상 위에 놓인 팍팍한 현실을 잠시나마 뻔뻔하게 무시하고 행복해했다. 이 드라마의 수많은 즐거움 중 하나는 다양한 커피 프린스들의 매력인데, 단편영화와 광고 등에서 스치듯 봐왔던 신인들의 개성을 발견하는 기쁨은 참으로 흐뭇한 것이었다. 그중에서 힘세고 순박한 ‘민엽’이란 인물을 연기했던 신인 ‘이언’은 앞으로 좀 더 자주, 많이 보고 싶은 궁금증과 기대를 갖게 했었다. 아쉽게도 작년 여름에 오토바이 사고로 불현듯 이 땅을 떠난 그의 뒷모습은, 이제 반짝이는 여름의 한 조각이 되었다. 지금, 다시 또 여름. 작업실의 창문을 열어놓은 책상위로 바람이 들어온다. 영수증과 메모지가 작게 흔들린다. 나는 이 바람이 ‘불어오는 곳’을 생각한다. 그리고 다시 쉼 없이 여름 속으로 걸어간다.


콩국수_검은 콩과 콩고물이 이루는 강력한 담백함

재료 : 콩국물 (삶은 대두 1컵, 검은 콩 1컵, 볶은 깨, 검은깨, 가루녹차, 잣, 호두나 땅콩, 해바라기 씨 등) 국수 (2줌 정도가2인분), 오이채, 소금, 콩고물 등

요리방법
1. 삶은 대두, 검은콩, 볶은 깨, 검은 깨, 가루녹차, 잣, 호두나 땅콩. 해바라기 씨 등을 넣고 믹서에 간다. 간 콩국물은 냉장고에 차갑게 보관한다.
※이 때 삶은 콩은 콩비지를 제거하고 콩을 담갔던 물을 넣고 함께 갈아놓는다. 체에 거르는 경우도 있는데 각각의 재료를 깨끗하게 미리 손질하여 걸쭉하게 갈아놓은 콩국물이 더욱 진한 맛을 낸다.
2. 끓는 물에 국수를 넣고 삶는다. 끓어오르면, 찬물 한 컵을 넣는 방법을 2~3회 반복하여 국수를 삶으면 면이 쫄깃하고덜 퍼진다. 익은 국수는 건져서 찬물에 헹구고 각자의 양대로 그릇에 담는다.
3. 2의 국수에 차가운 콩국물을 넉넉히 붓고, 각자의 입맛에 맞게 소금으로 간을 하고 오이채와 얼음을 곁들이면 완성!
※콩가루 반 숟가락을 마지막에 넣으면 좀 더 고소하고 담백한 맛을 낼 수 있다.

하나 더, 콩국수를 응용한 초간편요리

국수 대신 천사채와 다시마를 넣고 수박이나 토마토 등의 과일과 함께 곁들이면 맛깔스러운 요리가 완성된다. 도토리묵이나 청포묵을 잘게 썰어서 넣는 방법도 간편한 조리법으로 추천한다.


송유경|이야기와 사진, 요리와 노래 만들기를 좋아하며 이와 관련된 다양한 작업들을 하고 있다. 작가주의 애니메이션 배급을 하며 책을 만드는 회사인 라바에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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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문화선교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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