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SPIRITUALITY/문화선교리포트

기쁨의교회 l 고뇌 속에 빛나는 절대적 기쁨


자로 잰 듯한 깔끔한 분위기인데 의외로 언뜻언뜻 사투리 섞인 말투가 들려서인지, 편안한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자신을 부산사람이라 소개하며, 직접 보이차를 내려주는 박진석 목사. 아마도 담임목사가 직접 내려주는 차를 마신 것이 처음이기 때문이었을까. 문화와 한국교회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가 시간이 훌쩍 지난 걸 뒤늦게 알고서 인터뷰를 서둘러 끝냈을 만큼 인상 깊은 시간이었으니 말이다. 지난 2005년 4월에 부임하여 포항 기쁨의교회를 섬기고 있는 박진석 목사를 만나 보았다.  글ㆍ사진 노영신


기쁨의교회 박진석 목사

새로운 이름으로 태어나다

‘북부교회’ 라는 이름에서 새로운 이름으로 다시 태어난 지 불과 2년이 좀 넘은 기쁨의교회. “교회는 주로 전통을 고수하는 것을 사명으로 여기죠. 그러나 그것이 건강한 전통인지, 진리에 합한 전통인지는 시대의 변화와 함께 돌아봐야 합니다.” 인본주의적이거나 교회의 새로운 변화를 가로막는 전통 등은 과감히 개혁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건강한 전통은 계승하되, 의미 있는 변화는 추구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박진석 목사가 부임한 이후, 교회는 예배, 양육, 사역 구조 등 다양한 변화들을 이루어가며 마침내 2007년 오랜 세월 입고있던 옷을 벗고, ‘기쁨의교회’ 로 개명 선포를 하기에 이르렀다. “저의 신학적 정서도 기쁨입니다. 하나님의 섭리 가운데서 절대적인 행복을 누릴 수 있는 신앙인은 기쁘지 않을 수 없죠.” 이름은 그 존재의 정체성을 나타내는 것이기에 개명은 단순히 이름만 달라지는 것이 아니라, 60년이라는 긴 시간동안 꼭꼭 지켜오던 전통을 바꾸는 일이다. 한국사회에서 ‘교회’ 가 가장 변화를 수용하기 어려워하는 집단으로 지적되고 있는 현실 속에서 반발이 심했을 거라는 예상은 가르쳐주지 않아도 매우 쉬운 터. “물론 반대하는 분들도 많았죠. 하지만 9개월 동안 천천히 온 교회가 의견을 나누고 고민하는 과정을 겪었습니다. 성도들에게 좋은 이름을 공모했더니 1100개의 이름이 올라왔어요.” 그 가운데서 성도들의 71퍼센트의 지지를 얻은 이름이 지금의 ‘기쁨의교회’ 를 있게 했다고. “동방불패교회라는 이름도 있었는데, 저는 그게 마음에 들었었죠.
"하하하!"웃음이 번지는 대화 속에서 어쩐지 말랑말랑한 교회 분위기가 예감된다. 거룩하고 존귀한 교회의 이름을 짓는데 모든 성도가 함께 의논하는 곳이라면 이미 충분히 그러고도 남을 거다.

설교는 최고의 예술적 행위
문화를 바라보는 그의 시각은 역시 남달랐다. “문화가 목회의 일부가 아니라 전부라고 할 수 있죠. 삶의 문화, 교회 문화를 아름답고 건강하게 바꿔 가는 것이 목회니까요.” 문화를 단순히 영화나 뮤지컬의 장르에 한정시키거나 이벤트 위주의 프로그램으로 인식하여 교회 사역의 일부로 규정하기 쉬운 현실이기에 듣던 중 반가운이야기다. “ 전 설교야말로 가장 최고의 예술적 행위, 문화라고 생각해요. 한 번은 경북지역에 계시는 화가 소산 박대성 선생님을 뵙고 싶어 찾아간 적이 있어요. 외팔이 화가로도 불리는 그분의 예술적 힘의 본질은 무엇일까 궁금해서요. 설교예술가로서 그림예술가와 만나고 싶었죠. 도대체 어떤 예술적 영성이 그의 그림을 완성시키는가, 그분의 말씀을 들으며 참 많이 배웠습니다. 앞으로도 종종 찾아뵙고 싶은 분이죠.” 영성과 예술성, 문화와 영성의 긴밀한 관계를 설교라는 작품을 통해 이미 보여주고 있는 그는, <선덕여왕>과 같은 작품 하나가 얼마나 높은 수준의 문화적 함의를 내포하고 있는지 목회자들이 깨어있는 의식으로 볼 줄 알아야 한다고 덧붙인다. “이는 신학적 성찰이 함께 이루어지지 않으면 어렵습니다. 목회가 신학과 분리되어 교회 현장 중심으로만 돌아갈 때 이를 통찰할 수 있는 능력을 상실하게 됩니다. 물론 신학교는 목회를 염두에 두는 신학적 실용주의가 필요하고요. 교회는 신학적 성찰을 통해 성서 본연의 가치를 끊임없이 질문하고 고민해야 합니다.” 한국교회의 목회와 영성이 전체적으로 낙후되어 있는 현실도 그런 맥락에서 풀어야 할 과제다.


교회 밖에서 놀 줄 알아야
그가 생각하는 교회란, 종말론적 복음공동체이면서 사도적 사명공동체, 또한 성육신적 생활공동체이다. 이때 성육신적생활공동체로서의 교회가 바로 세상과 소통하는 문화선교를 하는 지점이 된다고. “이벤트는 문화선교의 외면적 형태일뿐이에요. 문화선교의 정의를 본질적으로 내려보자면, 교회 고유의 가치로 세상과 대화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요. 세상의 흐름을 수용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교회는 본연의 위대한 가치를 세상과, 사회와 함께 나눌 수 있어야 합니다. 그 고유의 가치를 어떻게 드러낼 것인가, 하는 실천이 중요해지는데 이 모두를 문화선교라 할 수 있죠.” 요즘 기업 CEO 리더십형태로 대표되는 ‘섬김의 리더십(servant leadership)’은 본래 이 세상을 섬기러 오신 예수님의 정신, 기독교의 가치였다며, 교회가 이제 와서 그것을 거꾸로 배우려 하고있는 모양이 안타깝다고. 교회 안에만 갇혀 교회밖과 소통하지 못하는 한계가 더 분명해지기 때문이다. “교회 안에서만 놀지 말고, 교회 밖에 나가서 놀 줄 알면 좋겠어요.” 청년부가 매년 성탄절에 포항의 중앙상가로 나가 상인, 시민들과 함께 성탄의 기쁨을 나누는 것도 교회 밖에서 신나게 노는 한마당을 위해서다. “문화선교가 자칫하면 마치 재정적 여유가 있는 기독교 엘리트적 상류층 문화를 추구하는 것으로 오해할 수 있는 것 같아요. 그렇기에 교회는 성도들이 한바탕 잘놀 수 있는 ‘마당문화’를 계발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누구나 함께 다수가 놀 수 있는 문화요.” 잘 놀 줄 안다는 것은 그만큼 창조적이고 역동적이며 다양한 실험이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그가 교회 청년 사역자들에게 가수 빅뱅 콘서트를 다녀오라고 한 것은 다 그 때문이다. ‘모두가 함께 어떻게 놀 것인가’를 고민하는 담임목사. 기쁨의교회는 그렇게 포항시민들을 위한‘ 노는 마당’이 되기 위한 모험들을 감행한다. 이것이 문화선교 아니겠는가, 하면서.


문화나눔의 기쁨을 누리다
박진석 목사는 한바탕 놀 수 있는 마당문화를 만들되, 동시에 세련됨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보석을 보석상자에 넣어야 하는 것처럼 복음을 귀하게 담아야 할 필요가 있어요. 교회가, 기독교가 뭘 하든지 촌스럽거나 성의 없어보일 때가 많았잖아요. 제가 가끔 농담하는데 그 브랜드 이름을‘ 후지다’라고 하기도 하죠. 하하!” ‘후진’ 복음이 아니기에, 더욱 예술적이고 세련되게 담아야 한다는 거다. 교회 전체를 아우르는 교회의 CI(로고)나 브로셔, 유인물, 안내문 등 모두 감각적인 디자인으로 표현하고 있다. 이러한 세련됨은 이 지역의 주민들과 함께 문화적 콘텐츠를 향유하는 과정에서도 드러난다. 일 년에 한 번 열리는 ‘Joyful Festival’은 수준 높은 음악회, 콘서트 등을 감상할 수 있는 기회로서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지역의 문화축제가 되었다. 올해는 10월과 11월에 걸쳐 지역주민들이 함께 공모하는 ‘기쁨의 사진전’, 뮤지컬 ‘날개 없는 천사들’의 공연, SBS 김정택 예술단장과 가수 신형원 씨가 함께 하는 ‘기쁨의 콘서트’ 등을 펼친다고. 이러한 문화적 경험이 어려운 문화소외계층에게는 참 반가운‘ 문화나눔’이 아닐 수 없다. 또한 포항의 70%를 차지하고 있는 미자립교회를 한 달에 한곳 방문하여 그 교회의 어려운 부분들을 실질적으로 돕기도 한다. 음향을 점검하고, 페인트칠도 하고, 수리비를 지원하며, 다양한 매뉴얼을 제공하는 일들을 통해 지역과 교회를 살리는 기쁨을 누리고 있다.


하나님을 위한다면 이웃을 위해
기쁨의교회는 또한 지난 99년 ‘사회복지법인 기쁨의복지재단’을 만들어 지역사회복지를 위해 전문적으로 사역해왔다. 이를맡고 있는 조경래 목사는 교회가 그리스도의 사랑을 실천하기 위해서, 그리고 동시에 세상을 섬기는 교회가 되기 위해 필요한 일을 하는 것은 교회의 당연한 사회적 책임이라며, 교회가 먼저 나눔의 정신으로 교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처음에는 쉽지 않았는데, 지금은 지자체에서 지원하기도 하고, 저희에게 오히려 위탁하기도 하더라구요.” 특별히 경상북도에서 위탁받아 운영하고 있는 ‘경상북도노인보호전문기관’은 교회와 지자체가 함께 지역을 섬기는 좋은 모델로 성장했다. 학대받는 노인들을 위한 쉼터를 운영하고 있는데, 연 인원 218분 정도가 이용한다고. 젊은이들은 도시로 빠져 나가면서 날로 더욱 고령화되어가는 지방의 지역들은 ‘노인문제’가 매우 심각함을 피부로 더욱 느낀다. “이제는 지자체나 주민들이 먼저 저희 교회에 기대하는 것들이 생깁니다. 지금까지 노인보호주간센터, 노인학대예방센터 등의 노인문제를 돌보아 왔다면 장애우들의 복지를 위한 일들도 하겠다고 약속했죠.” 역시 교회는 교회다, 라는 칭찬을 들을 때 기쁨의교회는 가장 기쁘다고.

가장 두려운 것은 나를 목회하는 것
중요한 건 사람을 키우는 일이라며, 부교역자들에게 가고 싶은 나라에 나가서 이것저것 경험하도록 일 년에 두 명씩, 두 주의 휴가를 지원하고 있는 박진석 목사. 열매만 따먹고 재투자를 하지 않는 교회는 그 다음 세대에게 참 미안한 일이라 말하는 그에게, 가장 큰 목회적 어려움은 무엇일까. “사실 전 제 자신이 가장 어렵고 두렵습니다. 나를 똑바로 목회하는 것이 제일 어려운 거죠. 내 안에 너무 많은 내가 있어서 때론 무섭고, 때론 자신이 없어지죠.” 매우 공감이 가면서도 뜻밖의 대답인지라 순간, 대형교회의 ‘담임목사’가 아닌, 그저 한 ‘사람’을 맞닥뜨린 것만 같아진다. 허나 그래서 그분의 도우심이 더 필요한 것 아니겠는가. 기도하면 내가 복 받는다는 식의 율법적 메시지와 맹목적 신앙을 가르치기보다는, 하나님이 주시는 은혜를 깨닫고 기뻐하는 신앙에 대해 나누는 것도 그 때문이다. 우리가 하나님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가 아니라, 하나님이 우리를 위해 무엇을 하시는가를 돌아보는 것이 바로 복음의 본질이며, 주인공은 복 받는 내가 아니라 복 주시는 하나님이시니. 가장 두려워해야 할 것을 기꺼이 품고 가는 그의 ‘ 실존적 고뇌’가 주인공이신 그분의 은혜 아래 더욱 찬란하게 빛난다

기쁨의교회
경북 포항시 북구 동빈1가 63-12번지
054-270-1004
www.joych.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