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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오늘의 생각

카페, 소비의 장이 아닌 소통의 장

요즘 많은 이들이 카페에 관심을 기울인다. 맛깔 나는 차와 향기로운 커피는 우리의 발걸음을 카페로 향하게 한다. 혼자만
의 시간과 공간을 즐기려는 이들도 사람들이 모이는 대중적인 공간, 카페를 찾는다. 이러한 역설적인 현상은 마치 사이버공간에서 개인 블로그를 만나는 것과 같은 느낌을 갖게 한다. 열려있는 공적 영역(시공간) 안에서 자기만의 사적 영역을 향유하고, 동시에 사적 영역은 세상을 향해 열려 있는 삶의 모양새가 그러하다.
<오늘>이 카페를 이야기하는 이유는 역시 ‘사람’ 때문이다. 어떤 이유에서든 사람들이 카페에 관심을 가지고 카페로 모이고 있으며, 그래서 카페에 가면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것. 역사를 돌아보니 많은 이들이 이미 카페를 주목하였다는 것을 새삼 곱씹게 된다. 서구에서 일어난 많은 사회적 변동의 배후에 카페가 존재하였다는 사실은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그래서 하버마스와 같은 이들은 사회적 공론을 형성하는 장으로서의 카페의 역할에 주목하였다.
카페가 이러한 사회 변혁의 역할을 감당할 수 있었던 것은 그곳에 사람과 사람의 만남이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사람들사이에 자유로운 소통이 일어나고, 논쟁과 설득을 통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는 과정이 카페라는 공간을 통해 일어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그러한 합의는 처음부터 대중적인 규모로 시작된 것은 아니었다. 창조적 소수라 할 수 있는, 즉 도덕성과 지성에 기초한 전문성을 가진 이들이 대중을 설득함으로써 사회변혁의 힘을 발휘할 수 있었다.
이러한 카페의 역사적 기능을 돌아볼 때 오늘날의 카페는 많은 아쉬움을 갖게 한다. 서로의 삶을 나누며, 새로운 세상을 함께 꿈꾸기보다는, 혹여 그저 커피와 차와 시간을 소비하는 장이 되어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소비문화가 만들어 놓은 틀속에서 단지 상품을 소비하고 있는 객체로서의 우리가 되는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할 일이다. 그렇다고 카페에 모여서 항상 정해진 목표를 가지고 학습을 하자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도 카페는 우리에게 쉼의 장소가 되어야 한다. 쉼은 창조의 절정이요, 축복이기 때문이다.
이런 현실 가운데 특별히, 교회카페가 이웃과 함께 하는 장이 되도록 지혜를 모으는 일이 필요하다. 교회카페가 그 동네의 사랑방으로 자리 잡게 될 때에 교회는 지역사회의 적극적인 참여자가 될 수 있으며, 좋은 마을 만들기에 앞장설 수 있게 될 것이다. 이것이 교회와 카페의 만남을 통하여 그리는 우리의 소중한 꿈이다. 교회 카페는 소비의 장이 아니라 소통과 만남의 장이요, 하나님 나라와 세상이 만나는 장이며, 교회의 세상을 향한 사랑방이요, 함께 하나님 나라를 꿈꾸는 공동체가 자라나는 곳이다!  발행인 임성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