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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매거진<오늘>/문화선교연구원

2010 랄프 윈터와 함께하는 영화인을 위한 서울기독교영화제 마스터클라스

서울기독교영화제는 지난 2월 9일 NWC에서 초청한 할리우드 제작자 랄프 윈터(Ralph Winter, <엑스맨>, <판타스틱 4>, <스타트렉>등의 제작자)를 초청하여 마스터클라스 행사를 개최하였다. 이 행사를 통해 영화와 스토리텔링의 관계에 관하여 그와 나눈 이야기를 소개하고자 한다. 특별히 랄프 윈터와 함께한 지난 3박4일은 내 인생에서 아주 커다란 선물 같은 것이었다. 내가 영화인으로서, 또 크리스천으로서 하던 고민을, 할리우드의 성공한 영화 제작자도 동일하게 하고 있다는 것에 놀라운 흥분을 감출 수가 없었다. 서울기독교영화제에서 일하고 있다는 사실이 정말 자랑스러운 순간이었다. 앞으로도 이런 기회를 가지고 관객뿐만 아니라 <오늘>독자들과 함께 나눌 수 있는 시간이 더 자주 있기를 기대해 본다.  글 조현기 (서울기독교영화제 수석프로그래머)

Q : 영화와 ‘스토리텔링’ 관계는 어떤 것입니까?

A : 영화는 이야기를 전달하는 과정을 통해서 관객과 소통합니다. 예를 들어 ‘탕자이야기’는 스토리텔링을 이해하는데 아주 적합한 이야기입니다. 예수님은 ‘관객’을 잘 이해하고 계셨습니다. 율법학자들은 자신들이 ‘큰 아들’에 해당한다고 생각하면서 ‘작은 아들(백성들)'을 정죄하고 싶었던 것이죠.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숨어있는 은유(metaphor)를 통해서 이것이 아들의 이야기이기보다는 오히려 아버지의 이야기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아버지는 우리에게 모든 것을 베풀어 주시는 곧 하느님을 의미합니다. 그러면 왜 ‘사랑이 넘치는 아버지 이야기’라고 하지 않고 ‘ 탕자이야기’라고 했을까요? 그러면 재미없는 제목이 되겠지요. 예수님의 비유(이야기)에는 또한 어두운 면이 함께 공존합니다. 작은 아들은 모든 재산을 탕진하고 돼지우리에서 같이 밥을 먹습니다. 이야기의 어두운 면은 사람들을 끌어들여 흥미를 유발시키고 이야기에 집중하게 만들어주죠. 또 한 예수님의 이야기에는 행복하지 못한(unhappy)채로 끝나버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떤 결론도 내려주지 않습니다. 어떤 면에서 보면 이 가족(탕자)들은 심각한 정신적인 치료를 받아야 할지도 모릅니다. 큰 아들은 여전히 화가 나있고, 아버지는 그런 작은 아들만 감싸
고돕니다. 우리(관객)에게 언제나 생각할 거리를 만들어 주죠. 그러나 크리스천들은 그 점을 간과하고 이야기를 해피하게 부드럽게 만들기를 원합니다. 그래서 ‘탕자이야기’가 갖는 원동력을 잃어버리게 되는 셈이지요. 마찬가지로 요즘의 영화를 보면(기독교영화를 포함한) 이러한 점들을 놓치곤 합니다. 관객을 잘 모른 채 이야기의 숨은 의미를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고, 어두운 이야기를 피하여 행복한 결말을 맺으려고 하죠. 그렇게 된다면 어둠속에 빛이 되시는 그의(God) 능력을 전달하지 못하게 됩니다. 그러나 빛은 어둠을 반드시 물리치는데 말이죠. 그런 영화들은 관객과 소통하지 못하게 됩니다.


관객을 잘 모른 채 이야기의 숨은 의미를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고, 어두운 이야기를 피하여 행복한 결말을 맺으려고 하죠. 그렇게 된다면 어둠속에 빛이 되시는 그의(God) 능력을 전달하지 못하게 됩니다. 그러나 빛은 어둠을 반드시 물리치는데 말이죠.





Q : 그러면 영화의 스토리텔링을 구성하는 요소들은 어떤 것들이 있습니까?
A :
영화의 스토리텔링은 ‘콘텐츠(contents)’, ‘이야기구조’(structure),‘스타일(style)’을 가지고 있습니다. 소재 혹은 아이템으로 이야기 뼈대를 세우고, 배우가 연기를 하죠. 또 카메라 워크나 편집, 조명 사운드 등으로 스타일을 잡아나갑니다. 이러한 것들로 콘텐츠를 채우게 됩니다. 오늘은 ‘캐릭터 구현(self-revelation)’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고자합니다. 영화 <스타워즈>의 주인공 ‘루크’는 철없는 10대 아이로 사춘기를 보내다가 스승 ‘요다’를 만나면서 자기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알아가게 됩니다. 바로 악의 세력으로부터 자기 행성을 지키는 것이지요. 이처럼 이야기 안에서 한 캐릭터가 자신의 정체성을 발견하는 여정을 말합니다. 마찬가지로 영화 <아바타>의 주인공 ‘제이크’는 하반신이 마비된 퇴역 군인으로서 ‘나비족’ 행성에 침투하는 임무를 부여 받게 됩니다. 임무를 성공하면 새로운 다리를 제공해준다는 조건에 말이죠. 그러나 ‘제이크’는 아바타로 ‘나비족’ 연인 ‘네이티리’를 만나고 사랑에 빠지게 되고, 지구인(인간)이 아주 몹쓸 짓을 하고 있다는 것을 자각합니다. 그들편에 서서 영웅 ‘토루크 막토’가 되어 지구인을 몰아내게 되죠. 이 영화 이야기의 기본 뼈대입니다. 모든 영웅스토리는 대게 이러한 ‘캐릭터 구현’을 통해서 이야기를 전개합니다.


랄프윈터’가 제작한 영화 : 엑스맨 탄생 : 스타워즈4(1997)

Q : 한국영화가 세계 시장에(global market) 진출할수 있다고 보십니까? 그렇다면 어떤 이야기를 가지고 영화를 만들어야 하나요?
A :
당연히 세계 시장에 통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좋은 예로 <슬럼독 밀리어네어>를 보십시오. 인도 뭄바이 빈민가를 다룬 이야기인데 세계적으로 히트하지 않았습니까? 글로벌 마켓에 접근하려면 세계시장에 어필할 수 있는 소재를 가지고 이야기를 만들어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할리우드 영화는‘영웅적인 소재’나 세계적으로 히트했던 만화를 가지고 영화 만들기를 좋아합니다. 물론제 영화도 큰 영화들은 대개 그래픽 노블을 원작으로 한 이야기들을 주로 영화로 만들었습니다. 더군다나 저는 한국이 세계적으로 어필할 수 있는 풍부한 문화유산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글로벌 프로젝트에 참여하기를 원합니다. 현재 25개 정도의 영화를 진행하고 있는데요, 여러분의 소재가 여기에 합당하다고 생각된다면 저는 언제든 함께 할 생각이 있습니다. 이러한 영화를 만드는데 예산은 그리 중요한 문제는 아니라고봅니다. 예로 미국의 두 젊은이들이 <패러노멀 액티비티>라는 영화를 만들었는데요, 1억1천만 원으로 만든 이 영화는 8백억 가량의 수익을 올렸죠. 여러분들이 할리우드에서 통하는 영화를 만드는 길 중에 하나는 ‘선댄스 영화제’와 같은 영화제에서 좋은 평가를 받는 것도 하나의방법이겠지요. 물론 저한테 직접 오셔도 괜찮고요(그에게 하루에도 몇 명씩 자신의 이야기로 영화를 만들기 원하는 사람들이 찾아온다고 한다. 그러면 “당신이 가지고 있는 가장 좋은 이야기 다섯 가지 중에서 최고라 생각하는것을 보여 주시오.” 한 후, 시나리오를 읽을 때 최초 20장 분량 때까지 자신을 만족시키지 못하면 안 된다고 한다).

글로벌 마켓에 접근하려면 세계 시장에 어필할 수 있는 소재를 가지고 이야기를 만들어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할리우드 영화는‘ 영웅적인 소재’나 세계적으로 히트했던 만화를 가지고 영화 만들기를 좋아합니다.

랄프윈터’가 제작한 영화 : 엑스맨 탄생 : 울버린(2009)

Q : 미국의 기독교영화제는 어떻습니까?

A :
미국에도 크고 작은 약 30여개 정도의 기독교영화제가 있습니다. 그 중에서 저는 ‘168 프로젝트 영화제’에서 조직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일주일 168시간 안에 단편 영화 한 편을 제작하여 응모하는 프로젝트 영화제입니다. 말 그대로 일주일은 168시간입니다. 여기에는 예산이나 그 어떤 제약도 없습니다. 이 프로젝트에는 70여개 팀이 참여하는데요, 어느 주일에 성경 구절 한 편을 알려주면 그것을 소재로 단지 주어진 168 시간, 일주일 안에 창의적으로 단편영화를 만드는 것입니다. 물론 다 좋은 작품들이 나올 것이라고는 기대하지 않지만 청년들로 하여금 말로만 하는 게 아니라 몸소 실천하라고 하는데 의미를 찾을 수 있습니다. 물론 상금도 꽤 됩니다. 여러분들도 직접 참여하셔도 좋고 서울기독교영화제와 같이 제휴하여 이 프로젝트를 진행해도 좋을 거라고 봅니다.

랄프윈터’가 제작한 영화 : 엑스맨 탄생 : 판타스틱4(2007)

Q : 마지막으로 한국에 대한 인상은 어떠신지? 그리고 차기 작품 계획에 대해서 말씀해주세요.

A :
한국은 작년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이고, 아시아에서 제가 가 본 유일한 나라입니다. 지난번에는 제 아내와 함께 방문했는데, 무척 따뜻한 환대에 매우 고마웠습니다. 특히 전 김치와 멕시칸 타코스 소스를 얹은 한국 불고기를 매우 좋아합니다. 저는 지금 C.S.루이스의 소설 <스크루테이프의 편지>의 영화화를 기획하고 있습니다. 현재 시나리오를 만화책으로 엮어 출판해서 관객들의 반응을 알아보려 합니다. 그러나 제가 이야기하고 싶은 방식은 영화 <나니아 연대기>와는 좀 다릅니다. 앞서 얘기한 바와 같이 이야기의 어두운 면과 밝은 면을 같이 보여주고 싶습니다. 예수님이 성경에서 들려주셨던 이야기들처럼 말이지요. 그래서 사람들이 영화로써 묵상하기를 원합니다. 영화에서 답을 주지는 않습니다. 저는 기독교인으로서 제 자신에게 정직하고 제가 하는 일에 있어서도 기독교정신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