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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추천 음악

어떤 날, 어떤 곳에서 우리 만난다 해도

Live From the Loft _ David Ruis
예배당이 아닌 곳에서 예배가 시작된다. 카페, 혹은 바처럼 생긴 장소에서 기도소리가 흘러나온다. 예배를 인도하는 이는 다른 사람들과 분리되어 단상 위에 서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 가운데에 있다. 자유로운 차림의 사람들이 드문드문 앉거나 서서 신디사이저의 루프에 자연스레 몸을 맡긴다. 누군가는 음악에 맞춰 춤을 추기 시작하고 누군가는 한쪽 벽에서 커다란 캔버스에 붓질을 한다. 어떤 이는 뛰며 찬양하고 또 어떤 이는 의자에 우두커니 앉아서 생각에 잠겨 있다. 다른이와 함께 기도하는 사람도 있다. Loft라는 공간에 회집한 사람들은 그들이 살아가는 로스앤젤레스의 일상 속에서 각자에게 적합한 방식으로 하나님을 예배하고 있다. 우리는 이것을 예배라 부를 수 있을까. 무엇이 이 예배를 예배되게 하는가. 이 질문에 대하여 관찰자의 입장에서 원론적이고 신학적인 답변을 하자면 많은 말이 필요하다. 하지만 그들의 예배에 한 사람의 예배자로서 동참하는 데에는 많은 말이 필요하지 않다. David Ruis의 새 앨범인 <Live From the Loft>는 예배실황을 담은 DVD와 라이브 CD로 구성되어 있다. 대부분의 곡들은 마이너 톤의 멜로디에 프로그래밍된 사운드, 실제 밴드 연주, 그리고 간간이 각국의 민속 악기의 연주까지 어우러져서 독특한 분위기를 조성한다. 예배라는 것을 의식하지 않고 음악 자체에만 집중해도 훌륭하게 감상을 할 수 있다. 예배인도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David Ruis가 한 곡에서 다음 곡으로 넘어갈 때 얼마나 절묘하게 신디사이저의 루프를 활용하여 밴드와 호흡을 맞추는지를 살펴보는 것도 흥미로울것이다. 그러나 이 음반의 진정한 의도는 이 음악 스타일의 홍보도 아니요, 이 예배에 넘쳐흐르는 실험적이고 자유로운 분위기의 우월성에 대한 주장도 아니다. 오히려 모든 곡들마다 반복되는 메시지와 같이 하나님께서 다스리시는 나라가 도래하는 것, 그의 정의가 태양처럼 비추이는 것, 그리하여 하늘에서와 같이 이 땅에서도 그의 뜻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이것을 갈망하며 엎드릴때 우리는 어떤 날, 어떤 곳에서 어떤 형태로든 하나님을 예배할 수 있을 것이다. 글 정동현


One Day _ 이부영(Sings with Rob Van Bavel)
음악이야 각자의 취향을 따라 가겠지만, 그래도 사람이 항상 꽉 찬 음악만을 들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시각의 한계에 도달하는 아이맥스 3D 영화를 본 후에 어지럼을 느끼는 것처럼, 사방에서 물샐 틈 없이 채워진 소리로 청각의 한계까지 도달하는 이 시대의 음악들은 몸을 지치게 만든다. 그런 면에서, 피아노와 보컬만으로 간결하게 이루어진 <One Day> 음반은 놀라운 빛을 발한다. 재즈 보컬 이부영의 섬세하고 절제된 목소리와 네덜란드의 피아니스트 Rob Van Bavel의 리드미컬한 재즈 피아노 연주가 빚어내는 음의 세계는 때로는 가볍고 재치 있게, 때로는 따뜻하고 부드럽게 청자를 위로한다. 참으로 아름다운 음악은 두 가지 소리만으로 충분하다.


집시의 시간 _ 박주원
첫 앨범이지만 박주원은 자신과 기타가 얼마나 오랜 시간을 한 몸처럼 친밀하게 혹은 치열하게 지내 왔는지를 엿볼 수 있게 한다. 음반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화려하면서도 서글픈 기타 연
주가 모든 트랙에서 그야말로 쉴 새 없이 스피커를 울린다. 하향곡선의 반음계로 진행되는 모티브가 점층적으로 반복되며 마치 풍물놀이의 절정과 같은 느낌을 주는 <집시의 시간>, 보컬리스트들의 정교한 스캣과 기타선율이 조화를 이루는 <Made in France>, <Night in Camp Nou>, 낭만적이고 부드러운 봄날의 야경을 떠올리게 하는 <서울 볼레로>, 시작할 듯 말듯 하는 리듬연주에 이어 감미로운 클라리넷 멜로디가 미끄러져 나오는 인트로가 인상적인 <Ant Park> 등 한 곡 한 곡이 모두 개성과 완성도를 동시에 지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