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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오늘의 생각

사순절, 무모한 신앙을 다듬다

“하나님을 믿는 사람들은 믿음이 참 좋은 것 같아요. ‘너무’ 좋다는 생각도 들어요. 너무 좋아서 때로 무모하게 보여요. 저렇게 마음대로 사는 것을 보면…. 그런데 성경에 보니 ‘너희 몸은 그리스도의 지체요 성령의 전’ 이라고 하던데…. 그렇게 아무거나 마구 먹고, 그냥 막 사는 것은 참 ‘ 무모한 신앙’ 같아요.” 가톨릭 신앙으로 시작하였다가 불교에 귀의하여 사찰생활까지 하다, 결국에는 기독교신앙에 안착한 한 자매님과의 만남에서 들은 이야기다. 그 말을 듣고 보니 나도 무모한 신앙의 소유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무모한 신앙은 여러 모양으로 나타난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인격의 상징이라고 우겨보는, 두둑한 배라는 것을 최근에야 깨닫게 되었다. 육신의 정욕과 안목의 정욕을 피하라는 말씀을 머리로는 잘 알고 있지만, 몸으로는 알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현재의 내 몸이 말해준다. 물론 마음이야 두말할 나위가 없겠으나, 현재의 나의 몸도 내가 얼마나 신앙적으로 살아왔는가를 말해주는 표식임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우리의 몸만이 무모한 신앙을 말해주는 것은 아니다. 사실 우리는 주위에서 너무도 많은 무모한 신앙의 모습들을 본다. 정치, 경제, 사회문화의 영역에서도 하나님의 때와 방법과 목적을 분별하면서 순종하기보다는 나의 뜻과 목적과 방법대로 살아갈 때가 참으로 많다.
그래서 때로는 신앙이 있다고 하는 이들이 자신의 확신을 신앙으로 혼동하며 정치, 경제, 사회문화적 현실을 훨씬 더 위험과 우려 속에 빠뜨리게 하는 경우도 있다. 때로 교회 안에서는 누가 더 ‘무모한 신앙인’인가를 경쟁하는 듯한 모습도 눈에 띈다. 어떤 이들은 교양은 있어 보이나 신앙의 확신이 부족하여 우리를 아쉽게 하지만, 이와는 대조적으로 확신에 찬 신앙으로는 충만하지만, 교양이 부족하여 복음을 복음 되게 못하고 오히려 그의 ‘무모한 신앙’만이 부각되는 경우를 너무 자주 보는 것 같아 아쉬운 마음 크다.
부활의 의미를 제대로 받아들이기 위한 준비의 기회이자 때인, 사순절이 이미 시작되었다. 우리는 사순절을 통하여 우리를 위해 대속의 고통과 죽음을 당하신 예수님의 삶과 말씀을 집중적으로 묵상하고 실천함으로써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날 준비를 한다. 생명을 주시는 죽음으로써 자신의 사랑을 실천하신 예수님, 또한 부활로써 죽음을 죽음에 이르게 하시고 우리를 생명에 참여토록 하신 예수님에게, 우리의 삶의 촉각을 집중하는 기간인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사순절은 우리의 신앙을 겸손케 하는 기회이자 때이다. 우리의 무모한 신앙을 예수님의 십자가 앞에서 다듬는 시간을 가지기를 원한다. 두둑한 나의 배부터 조금 더 겸손해져야겠다. 몸수련이 경건의 영역임을 새삼 각성하고 실천토록 힘써야겠다! 이와 함께 생각도, 감정도, 의지도, 먼저 그의 나라와 의를 구하는 그것들이 되도록, 더욱 겸손해져야 함을 깨닫는다. 이런 의미에서 ‘문화금식’이란 이러한 무모한 신앙을 더욱 겸손케 하려는, 그래서 더욱 예수님 닮아 보려는 모든 총체적인 노력을 말한다. “너희는 먼저 하나님의 나라와 하나님의 의를 구하라 그리하면 그 후에 모든 것을 더하여 주실 것이다”(마 6:33)                      
발행인 임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