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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문화동네 사람들

마음에 떠도는 슬픔을 담아 사랑을 노래하다 l 가수 화요비


‘어떻게 이렇게 내 맘 그대로일까’라는 그 마음을 만날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밑줄을 긋고, 곱씹어 음미하고, 끊임없이 되감기를 한다. 나 자신도 확실히 표현할 수 없었던 딱 그 단어로, 딱 그 은유로, 딱 그 입말로 내 맘을 읽어낸 듯 풀어내는 누군가를 만나는 일은 영혼이 맞닿는 것 같은 환희를 가져다준다. 그리고 그 자체가 위로가 된다. 그런 감정이 나만의 것이 아니라는 것만으로도…. 슬픈 노래를 부른다는 것은 그런 것이 아닐까. 내 마음을 곡조에 실어 떠나보내는 일. 그렇게 떠나보낸 마음으로, 마음의 무게를 덜고 오늘을 또 살아갈 힘을 얻는 일. 무너진 마음에 같이 울어주며 몇 번이고 공감해주던 가수 화요비를 만났다.

나답게 걸어가는 길
그녀를 만나기 전 가장 많이 떠올렸던 이미지는 가수 환희와 함께 가상부부로 출
연했던 MBC 오락프로그램 <우리 결혼했어요(이하 우결)>에서의 수줍은 듯 엉뚱하고 발랄했던 ‘개똥이(애칭)’였다. 무대에서 슬픈 노래를 가슴 저리게 부르는 R&B 여가수로 만났을 때는 몰랐던 매력들을 발견하며 참 사랑스러운 여자라는생각이 절로 들었었다. 연예인이라기보다 친구 같은 느낌으로 바뀌었다고 할까? “<우결>이 어찌 보면 저한테 딱 맞는 프로그램이었던 것 같아요. 제가 거짓말을 잘 못하거든요. 못한다기보다 안하려고 해요. 그래서 방송에 출연해서 대본에 있는 이야기를 제 이야기처럼 해야 하는 건 못 하겠더라고요.” <우결>을 통해서는 그렇게 매순간 솔직하고 싶은 자신의 있는 모습 그대로를 보여줄 수 있어서 좋았단다. “대본 없이 그냥 상황을 주고, 둘만 있으니 정말 본 성격이 나오게 돼요. 너무 저와 맞는 프로그램이었어요. 그래서 여과 없이 그 프로그램을 통해서 제 자신을 보여줬고 진실은 통하니까, 사람들 마음에 와 닿은 것 같아요. 요리도 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한옥에서 생활하면 두 사람의 캐릭터가 부딪칠 일이 많을 것 같으니 생활무대를 바꾸자는 아이디어를 직접 낼만큼 본인도 즐겁고 재미있었던 프로그램을 통해 팬들과도 더 가까워질 수 있었다.
가수활동을 시작한 지 올해로 10년. 고등학교 2학년 때, 친구들의 권유로 MBC 라디오 <별이 빛나는 밤에>의 ‘별밤 뽐내기 대회’라는 노래자랑에 나오기 전까지 그녀는 클래식 피아노를 전공하고 싶은 평범한 고등학생이었다. 하지만 대회에서 대상을 타면서 가수의 길이 자연스럽게 열렸고, 그녀의 인생항로는 그렇게 바뀌어갔다. 3월 말, 7집 정규앨범 발표를 앞둔 그녀는 또래들
처럼 직업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다. “이거 말고 다른걸 할 걸 그랬나, 하는 생각을 해가 거듭할수록 해요. 해마다 상황이 더 어려워지니까요. 지금 음반시장도 굉장히 안 좋고, 저도 나이가 들다보니 저를 압박하는 것이 굉장히 많아요.” 아직 나에게 주신 소명이 뭘까. 비전이 뭘까를 고민하는 가운데 있지만, 생각의 끝에는 이 직업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은혜인 것 같다고 고백한다. “보통 직장인들은 늘 마음 한 편에 꿈을 가지고 살아가지만, 저는 제가 좋아하고, 흠뻑 빠져서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잖아요. 그리고 주변에서 매니저며, 코디들이 다 챙겨주고, 저만을 위해주잖아요. 이런 직업이 어딨어요. 너무나 감사한 일인 거예요. 그래서 저는 제 곁에 있어주고, 저를 챙겨주는 사람들한테 잘하려고해요.” 하지만 그런 돕는 이들의 노력도 자신이 치열한 경쟁률을 뚫어야만 빛을 발할 수 있다는 것이 또 어려운 점인 것 같다는 그녀의 말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고난마저도 사랑의 일부분임을
믿음의 가정에서 자라나 하나님의 사랑 안에 거하며, 그 어려운 길에서 의지할 수 있다는 것은 큰 힘이다. “음반을 냈을 때 잘 되는 노래가 있고, 안 되는 노래가 있어요. 노래가 안 되면, 대신에 다른 걸 주셨어요. 5집 때, ‘맴맴돌아’라는 곡은 정말 잘하고 싶었고, 욕심도 많았어요.그 때는 <내려놓음>이라는 책을 읽기 전이라서 그런가봐요.(웃음) 그 때는 나름대로의 확신이 있었는데 잘 안됐어요. 그런데 그 무렵 <X맨(SBS)>이라는 오락프로그램으로 처음 예능에 나가서 나름대로 시청자들의 사랑도 많이 받고, 여기저기서 많이 불러주셨어요. 나름 즐거웠고, 다른 쪽으로 제 이름을 사람들 뇌리에 박히게 해주셨죠.” 자신의 인생을 꿰뚫는 하나님의 큰 계획을 볼 수 있는 눈을 가지게 되기까지, 그녀도 정금같이 나오기 위한 고난의 시간이 있었다. 그녀가 29년 인생에 제일 바닥이었다고 고백하는, 2007년 ‘성대 낭종 수술’을 했던 무렵이었다. 가수에게는 사형선고와도 같은, 목소리가 변할 수밖에 없는 수술이라 약을 먹으며 어떻게든 치료해보려고 했지만 상황은 점점 심각해져만 갔다. “원래 성대가 U자 형으로 생겨서 진동으로 인해 소리가 나는 건데. 저는 속에 8자가 두 개 누워있는 것 같은 모양으로 변했었어요. 목소리가 아예 안 나오고, 남자 키로 제일 낮은 것도 못 부를 정도였어요. 그냥 짜증이 났어요.‘ 왜? 왜 내가 이래야 해?’ 그 때까지만 해도 내가 기도하면 뭐든지 들어주실 거라는 아이 같은 신앙이 있었던 거예요.” 그녀의 인생 가운데 고통이 소용돌이쳤다. “‘그래? 그럼 안 믿을래.’하며 용하다는 점집에 점도 보러갔어요. 희한하게도 그런 생각을 하면 할수록 나를 그런 곳으로 소개시켜 주려는 사람이 더 많아지는 거예요. 하면 안 되는 잘못을 했죠. 가보니까 알 것 같아요. 그런 것들이 다 소용없다는 걸 알아버렸어요.” 그녀는 그 상황 속에서도 계속 자신을 돌보시는 하나님을 느꼈다. 그래서 다시 하나님께 회개하며, 자신의 신앙을 돌아보게 되었다.
“그동안 기도를 하면서, ‘하나님 이건 제가 알아서 할 테니까요. 이건 제가 원하는 대로 해주시고. 하나님은 이것만 해주세요.’라고 했었어요. 다 못 믿어서 그런 건데, 내려놓고 하나님이 무조건 좋은 것만 주시는 분이라는 믿음이 생기니 하루하루가 그냥 진짜 너무 편한 거예요.” 그런 과정을 통해 새롭게 만난 하나님과 솔직한 대화를 나누게 됐다.“ 저는 그냥 툭 터놓고 하나님과 모든 걸 이야기해요. 이제는 ‘하나님 사실 저는 이렇게 하고 싶은데. 그런데… 하나님 마음대로 해주세요.’라고 다 솔직하게. 이제 진짜 원하는 것이 안 되도 오케이, 이거 말고 다른 것 주시려고 하는 거야. 이렇게 생각하게 되고 마음이 편안해요. 그 점이 저의 큰 발전이에요.” 용서를 받았을 때, 사랑은 더욱 커진다. 사랑하기 때문에 용서를 구하는 것이며, 용서받은 줄 알기 때문에 더욱더 사랑하게 되는 것. 그것이 바로 그분과의 인격적인 만남이 주는 감격 아닐까.

사랑의 통로로 쓰임 받는 기쁨
그 만남을 통해 그녀는 새로운 이름도 가지게 됐다. “제 본명이 ‘영’자 돌림이라 미영이었는데, 하나님의 진짜 딸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기도하면서 ‘레아’라는 이름을 받았어요. ‘레아’는 항상 하나님의 사랑을 택한 여자잖아요. 성경에서 여자로서 동생 라헬보다 못생기고, 남편 야곱의 사랑은 못 받았지만, 하나님의 사랑을 듬뿍 받았잖아요. 아들도 많이 낳고(웃음).” 세상이 주는 것보다 하나님이 주시는 것을 더 사모하게 되면서, 해야 할 일들에 대한 생각도 바뀌었다.
“봉사라는 게 멀게 느껴졌어요. 텔레비전에서 말하는 봉사라는 것이 엄청 돈도 많이 기부해야 할 것 같고. 나랑은 아직 먼 얘기구나. 나는 아직 사야할 것도 많고, 아직 해야 할 것도 많은데, 했었죠.” 그러다 한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통해 교통사고로 부모님은 돌아가시고, 아이들만 살아남아 조부모님 밑에서 자라고 있는 형제 이야기를 접하게 됐다. 아이들은 화상을 심하게 입어서 피부이식수술을 계속 받으면서 재활치료 중이었는데, 그 중 첫째가 음악적인 소질이 너무 뛰어나 자신의 재능을 통해 돕고 싶은 생각으로 직접 찾아가 만났다고 한다. “그 재능이 분명 그 아이에게 필요해서 주어진 것이고, 그것을 통해서 계속 그 아이의 삶이 이어질 수 있는데. 누군가 옆에서 도와주지 않으면 알아서 할 수 있는 나이가 아니잖아요. 물론 돈을 줄 수는 있겠지만, 음악적인 것은 돈 많은 기업 회장님보다 제가 더 잘 알잖아요. 음악적인 것을 서포트 해주고, 친구처럼 누나처럼 도와주고 싶어서 제가 직접 연락을 해서 방문을 했어요.” CD플레이어랑 좋은 음반들, 카메라같은 것들을 사다주며 왕래를 하다가, 형제가 이사를 하는 과정에서 연락이 끊겼다며 아쉬워했다. 하지만 그 경험을 계기로 봉사가 먼 것이 아님을, 자신을 통해 누군가의 인생이 조금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꿈꾸게 됐다. 그런 마음으로 작년 3월, 월드비전 홍보대사도 맡게 되었고, 그 인연으로 1월 말에는 베트남 봉사활동도 다녀왔다. 아직 낯선 땅의 안전문제에 대해 많이 걱정하게 되지만, 처음부터 완벽하게 잘 할 순 없다며 두려움을 벗고 이번에는 꼭 아프리카에 갈 거라고 말했다. “제가 재벌은 아니지만, 갔다오니까 이런 자극이 생겨요. 월드비전에서 제가 후원하는 아이들이 케냐 2명, 알바니아 3명인데, 케냐에서는 한 달에 2만원이면 6인 가족이 옥수수 죽을 먹어요. 그래서 이번에 갈 때는 맛있는 옥수수 스프랑 영양제처럼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것을 가져가고 싶어요. 아니면 제가 우물을 100개 만들어주던지. 정말 한 번 큰돈을 주는 것보다 그렇게 계속 봉사를 하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한 개인으로서 그렇게 하는 게 정말 재밌어요.” 그녀는 위로부터 온 사랑이 자연스럽게 자신의 주변에 흘러가는 기쁨을 맛보고 있는 중이다.

거저 얻지 않고, 노력한 만큼만 성장하는, 높은 자리에 있을 때 부족하지 않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그녀. 인터뷰 내내 스스럼없이 자신의 연약함을 드러내고, 그렇기에 나아질 수 있음을 말하는 모습에서 하나님에 대한 전적인 신뢰를 보았다. 그분 안에서 자신을 제대로 알고 있기에, 그 사랑에 더 감사할 수 있다고 고백했던 화요비의 그 마음으로 다른 사람들을 세워가는 하나님께 듬뿍 사랑받는‘ 레아’이길 소망해본다. 세상이 줄 수 없는 참 평안 속에서 그 분과 솔직하고 깊은 대화를나누며.  글 정미희 | 사진 탁영한

화요비가 추천하는 책 _ 내려놓음

이용규|규장

하버드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자마자 안정된 미래 대신 가족 모두가 몽골 선교사로 헌신한 이용규 씨의 이야기를 담은 책으로 미국 유학생활과 몽골 선교 사역을 통해 하나님께 하나씩 내려놓는 삶을 배워나간 과정의 이야기들이 담겼다. 화요비는 이미 크리스천에게는 필독서가 됐지만, 안 믿는 사람들에게는 복음을 전하는 도구로 사용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저자의 프로필이 이성적으로 종교를 분석하려고 하는 사람들에게 메리트가 되는 것 같아요. 똑똑한 제 친구에게, ‘이 사람 하버드대 나왔어. 재밌어. 그렇게 깊은 종교 이야기는 아니야.’하며 권해줬어요. 안 믿는 사람들에게는 그들이 관심을 끌만한 것들을 줘야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