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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인디 : 구름에 달 가듯이 산다

‘전투형’으로 돌아온 달빛요정 !

출처 : rainbowreflection.com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이하, 달빛요정)이 돌아왔다. 3.5집을 낸 것이다. 이전에도 달빛요정을 소개한 적이 있는데 이번에 또 언급하는 것은, 새 앨범이 워낙 충격적이기 때문이다. 이전에는 1집의 <스끼다시 내 인생>과 <절룩거리네>로 2000년대 루저 정서를 절묘하게 표현한 음악인으로 소개했다. 그런데 이번엔 분위기가 전혀 다르다. 달빛요정이 화가 났다!
앨범 제목부터 심상치 않다. 제목이 [전투형 달빛요정: Prototype A]다. 앨범 표지엔 지구와 인간을 지키는 건담 로봇 같은 형태의 로봇을 그려 넣었다. 악전고투를 치르고 있는 듯 망토는 남루하고 칼은 부러져 있다. 구부정하게 서 있는 것이 힘도 많이 빠진 것 같다. 달빛요정다운 ‘ 루저형 전투모드’다. 모습은 그렇게 남루해 보여도 그의 분노만큼은 선명하게 느낄 수 있다. 달빛요정이 과거에 들려줬던 건 냉소적이고 자기 비하적 내용이 주를 이루었다. 골방 속에서 신세타령하는 아저씨를 떠올리게도 했다. 자기가 자기에게 보내는 위로의 노래 같았다고나 할까? 거기엔 연민과 낙천성은 있었지만‘ 의지’가 없었다. 더 나은 세상을 만들겠다는 의지 말이다. 그래서 무력해 보이기도 했다. 글자 그대로‘ 루저’ 정서였던 것이다. 그랬던 그가 세상에 대한 의지를 표명하고 나섰다‘. 전투형’이라는 말을 내걸어야 할 정도로 분노가 마침내 그를 움직인 것이다. 이전의 자기 비하는 어떻게 보면 나르시시즘적 자기 애착 같기도 했다.
이제 전투형으로 변모한 그는 자기만의 세계에서 나와 세상에 섰다. 물론, 남루한 망토와 부러진 칼로 전투력은 별 볼일 없겠지만, 의지만큼은 당당한 전투형이다. ‘난 비겁했어 어제까진 하지만 이젠 하지만 이젠 물러서지 않겠어 물러서지 않
겠어 두 번 다시는 두 번 다시는,’‘ 나의 혁명은 시작됐어 너의 삽질은 끝날 거야.’ 이번 앨범에 들어 있는 <피가 모자라>와 <나는 개>의 일부분이다. <피가 모자라>에서는 어제까진 숨어서 노래만 부르는 비겁한 사람이었지만 이제는 물러서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나는 개>에서는 ‘왜 날 혁명가로 만들어 왜 날 빨갱이로 만들어 왜 날 광장으로 내몰아 왜 널 상대하게 만들어’라며 ‘나의 혁명’을 시작하겠다고 직설적으로 분노를 터뜨린다. 과거 <절룩거리네>를 즐겨 들었던 사람에게 달빛요정의 변신은 충격과 통쾌함을 준다. 더 이상 골방에서 자기 연민에 빠지는 ‘루저’가 아니다. 달빛요정은 저항의 의지를 표명했다. 의지까지 장착함으로써 달빛요정의 세계는 점점 더 풍부해지고 있다. 물론 저항만 있는 것은 아니다. <입금하라>에서는 ‘결국엔 나도 똑같다 정의가 있네 없네 잘난 척하고 있지만 1억만 주면 닥칠 것이다 입금하라 정말로 닥치는지’라며 달빛요정 특유의 냉소적 자기 고백을 들려준다. <축배>에선 ‘내일을 향해 축배를’ 들자며 흥겨운 희망을 노래한다. 의지와 고백과 축배의 향연. 좀 ‘짱’인 앨범이다, [전투형 달빛요정: Prototype A].

하재근|날라리의 기질과 애국자의 기질을 동시에 타고 났다. 그래서 인생이 오락가락이다. 어렸을 때 잠시 운동권을 하다, 20대 때는 영상일을 했었고, 30대 초중반부터 다시 운동권이 됐다가, 요즘엔 다시 날라리로 돌아가 대중문화비평을 하고 있다. 때때로 책도 쓰며 인터넷 아지트는
http://ooljiana.tistory.com 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