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LIFE/오늘의 생각

오늘 해야 할 지역 공동체 만들기

어느덧 지난 겨울 경험하였던 폭설의 기억이 아련하다. 아이들은 모처럼 맛보는 눈 세상에 신이 났을지 모르지만, 대부분의 어른들은 막히는 교통에 불평이 이만저만 아니었다. 연일 방송매체들은 해당 공공기관이 왜 빨리 눈을 치우지 못하느냐 비난했으며, 그와 비교하여 제설 능력이 탁월한 다른 나라들의 경우를 앞 다투어 소개했다. 공공기관의 제설 능력을 단순히 비교하는 것에서 떠나 분명한 것은, 그 어떤 정부도 폭설 등의 자연재해를 완전히 통제할 수 없다는 것이며, 오직 정부의 힘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도 없다는 사실이다. 지난 겨울의 폭설은 어쩌면 지역 주민들과 그 공동체가 자신의 몫을 다하고 함께 협력하여야 한다는 필요성을 우리에게 알려 준건지 모른다. 우리의 삶의 자리는 사실 나와 너, 그리고 우리, 그리고 우리가 속한 지역 공동체가 함께 노력해야 보전할 수 있을 터이다.
세상은 변한다. 어제의 기후와 오늘의 기후가 다르고, 또 내일은 더욱 다를 것이다. 그만큼 우리 삶의 모습도 변한다. 당연히 그에 발맞추어 문화 역시 변화한다. 오늘 우리 문화 변동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흐름은 가속하는 세계화 현상과 편만한 소비적 문화다. 문화적 관점에서 세계화는 우리의 삶을 동질화homogenization하려는 경향이 있다. 특별히 소비를 중심으로 세계를 동질화한다. 엑스세대, N세대와 보보족 등의 용어가 상징하듯이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세계는 문화적 동질화를 경험하고 있다. 우리가 주목하여야 할 것은 구매력의 여부, 즉 경제적 힘이 오늘의 문화에 가장 큰 영향을 준다는 사실이다. 소비적 문화는 뻔하게도 소비자가 왕이라 선전하지만, 실제로 더욱 많이 소비하는 사람만 존중한다. 사람들은 이웃을 돌볼 틈이 없이, 그저 자신의 구매력을 높일 수 있는 소득을 위하여 열심히 일에 몰두한다. 그렇게 해서 얻은 구매력은 지체 없이 과시를 해야 속이 시원하다. 그래야 내 존재를 확인할 수 있다. 이런 과정에 있는 나라면 ‘소비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는 자연스럽게 자아 인식의 명제가 된다. 이쯤 되면 ‘좋은 아버지’는 능력 있는, 즉 가족들의 소비를 뒷받침하여 주는 아버지를 뜻한다 하겠다. 이러한 문화는 결국 ‘뭐니 뭐니 해도 머니money’ 라는 물신숭배의 사회를 배태한다. 당연히 그 사회는 물질을 중심으로 하는 개인주의가 팽배할 것이고, 기껏해야 강화된 가족중심주의, 자신과 이익을 함께 하는 이익중심 사회일 뿐이다. 이때 우리는 공동선common good 을 추구하는 공동체를 잃고 마는 것이다.
오늘은 공동체를 회복해야 할 때다. 공동체 회복은 다른 곳이 아닌 우리 가정과 동네에서 시작해야 한다. 공동체 회복을 향한 여정은 나 자신이 물질 위주의 소비적 문화에서 자유롭게 되는 과정이다. 이러한 여정은 결코 만만치 않다. 그러하기에 우리는 더욱 신앙인 다워져야 한다. 또 교회는 우리의 부족한 신앙을 더욱 성숙하도록 돕는 공동체로서 거듭나야 할 것이다. 지역사회 공동체를 세우는 일에 우리 교회가 중심이 되고, 우리 신앙인들이 그 공동체를 앞장서서 섬기는 구성원이 되기를 소망한다. 다음 겨울의 눈 내림은 교회와 신앙인 함께 이 지역 공동체를 세우는 기회였으면 좋겠다!  발행인 임성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