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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오늘의 생각

오늘이 보는 교회와 세금납부논쟁

임성빈|발행인


우리 사회의 현안중 하나는 사회양극화이다. 사회양극화가 최대의 사회문제로 부각되는 시점에 세금은 경제적 사회정의를 마련하기 위한 매우 중요한 방편이다. 그런 의미에서 세금을 내지 않는다는 것은 정직하지 못하다는 뜻일뿐만 아니라 사회적 책임의 회피를 뜻한다. 그것은 곧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연민과 공감이 부족하다는 것을 말하기 때문이다.

오늘날 일부 언론과 여론은 교회와 목회자들이 사회적 책임을 회피하고 세금을 내지 않는 특권을 누리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여기에서 우리가 주목하여야 할 것은 종교계와 세금이 함께 거론되는 정치적 의미와 배경이다. 특별히 미디어가 이러한 문제를 부각시키고 있는 ‘때’가 우리에게 더욱 부담이 되고 있다. 지금은 경제적 위기감이 높아가고 있고, 사회양극화라는 삶의 짐이 더욱 무겁게 느껴져 가는 때이며, 또한 정권교체기이다. 새로운 대통령이 기독교 장로라는 것은 만천하가 다 알고 있으며 또한 그의 종교적 배경이 주목받는 정치적 요소가 되고 있는 시점이다.


그렇다면 과연 오늘날 교회와 목회자들이 사회적 책임을 회피하기 위하여 세금을 납부하고 있지 않은가? 과연 한국 교회와 목회자들은 가난한 자들과 사회적 약자들에 대하여 연민과 공감을 갖고 있지 않은가? 무엇보다도 먼저 우리가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신뢰할만한 여러 통계들에 의하면 사실 교회만큼 사회봉사에 앞장서는 종교집단도 없다는 사실이다. 물론 비영리적인 사회기구나 단체를 망라하여서도 교회만큼 다양하고 많은 사회봉사를 하고 있는 곳은 없다. 그러므로 교회와 목회자들이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연민과 공감이 없다는 비판은 근거가 매우 빈약한 편견이다.


지금까지 예외가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한국교회와 목회자들 중 상당수가 세금납부를 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것은 세금을 회피하려는 마음에서는 아니었다. 유감스러운 일이지만 대체로 한국 사회와 구성원들에게 세금에 대한 긍정적 인식과 지식이 부족하였듯이 적지 않은 한국교회와 목회자들도 세금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상태였다. 또한 대부분의 교회와 목회자들은 실제로는 납세면제대상에 해당될 정도의 열악한 재정상황에 놓여 있다는 사실도 고려되어야 한다.

이러한 현실에도 불구하고 왜 교회와 목회자들에 대한 세금납부의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오늘날 부각되고 있는 것일까? 사실 기독교만이 세금납부 논쟁의 대상은 아니다. 많은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타 종교단체들도 이러한 논쟁에서 자유롭지는 않다. 그러나 유독 기독교가 논쟁의 대상으로 부각되고 있는 것은 교회가 차지하는 사회적 비중과 교회에 대한 사회적 기대가 그만큼 크기 때문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을 것이다.

사실 많은 목회자들이 세금을 납부하려고 하여도 일선 세무서에서 그 방법을 제대로 알려 주지도 못할 정도로 비영리 종교단체에 대한 조세제도는 확립되어 있지 못한 형편이다. 이러한 현실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종교인들과 종교단체가 납세를 회피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는 것은 사실에 대한 현실 왜곡이며 책임 전가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제 교회는 교회와 목회자들의 세금납부 문제에 대하여 적극적으로 대응하여야 한다. 무엇보다도 먼저 교회는 나날이 더하여가는 사회양극화의 문제를 고려하여 사회적 책임의 상징으로서 부각되는 납세문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여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전체 한국교회에 비하면 매우 적은 숫자지만 납세문제에 대해 상징성이 큰 대형교회와 목회자들의 적극적이고 세심한 대응이 요구된다.

물론 교회와 목회자의 세금납부에 대한 여러 가지 이견들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제는 복음의 본질과 직결되는 것이 아닌 세상의 문제로 인하여 선교역량이 훼손되는 일은 피해야 한다. 예수님도 성전세를 내셨음을 기억하자! 나아가 우리 교회는 정의롭고 평화로운 공동체 건설을 위하여 필수적인 정의로운 조세제도의 확립과 시행을 정치권과 행정부에게 적극적으로 요청하는 선도적 역할을 감당하여야 한다. 그 후에 우리는 그 세금이 쓰일 용도와 정책형성 과정에도 더욱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