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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편집장의 편지

편집장의 편지

요즘, 나는 이상하게 하늘이 좋습니다. 그뿐 아니라 나뭇잎의 변화에도 눈이 자주 갑니다. 단풍이라고 할 겁니다.
언제부턴가 시간의 흐름에 민감해하는 시기를 지나면서 더더욱 그러합니다. 걸어가면서 눈에 들어온 건 감나무에 맺힌 열매였는데 어느덧 내 눈이 하늘에 가있었습니다. 운이 좋게도 사진기를 들고 나왔습니다. 파란 가을 하늘, 당신께 드립니다. 그리고 당신도 가끔 고개를 들어 올려다보십시오. 지나가는 시간에서 그대로인 것들이 의외로 당신 곁에서 함께 있음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지난 호는 당신이 읽었듯이 사회적 기업으로 특집을 엮었었습니다. 특집을 다룬 후 트위터를 통해 사회적 기업이
반드시 청년과만 연결해야 하느냐는 질문을 받았습니다. 곰곰이 생각했습니다. 청년은 어쩌면 물리적 나이보다 심리적 나이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하지만 나는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에 꼭 동의하지는 않습니다. 이번 호는 잡지를 다루었습니다. 잡지가 잡지를 다룬 것입니다. 특히 지역 잡지를요. <오늘>이 수도 서울에서 문화와 기독교를 이야기하며 지역과 만나는 것은 어찌 보면 정체성과도 연관이 있습니다. 그걸 좀 생각해 보고 싶었습니다. 사실 나는 지역의 삶을 고스란히 드러내면서 한편으로 지역의 문화를 다양한 색으로 드러내는 잡지를 당신께 알려주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오늘>팀은 전국을 잔뜩 누볐습니다. 강원, 전라, 대전, 대구, 부산을 찍고 서울입니다. 다채로운 빛을 내는 지역의 그 모양을 만나보십시오.
‘제자리 찾기’는 연재를 마칩니다. 안타깝게도 눈물짓도록 아름다운 글을 주셨던 문경보 선생님께서 건강이 좋지않습니다. 당신이 바라듯 저도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리니의 자취일기’의 연재는 이번 호부터 임진아 님의 ‘임양의 사소한 일상’으로 바꿉니다. 임양의 번뜩이고 재미있는 일상을 보며 당신의 일상에 한 줄기 빛이 비치기를. 양승훈 객원기자의 추천 책과 하재근 님의 인디 글은 동일하게 ‘엘 시스테마’입니다. 지겨워하지는 마세요. 그만큼 음악이 우리에게 가르치는 조화는 당신과 내가 사는 세상에 꼭 필요한 것이니까요. 당신이 즐거워하는 ‘생각하는다뽕이’는 한 호 쉽니다. 미안합니다.
아주 이른 시점에서 생뚱한 한해 인사를 합니다. 웃지 마세요. 나로서는 지금이 당신께 보낼 수 있는 유일한 기회입니다. 내년에 만나요. 부디 안녕히.  편집장 김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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