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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김혜수의 W> ‘지금 그곳’ We 이야기

출처 : MBC홈페이지


‘바르게, 아름답게, 정의롭게 사는 것, 이것은 모두 하나이다.’ 지난 9월, MBC <김혜수의 W> 폐지와 관련한 루머가 돌 무렵 김혜수가 자신의 미니홈피에 올려놓은 글이다. 미와 선이 둘이 아니라는 칼로카가티아의 이상은 <김혜수의 W>, 더 정확하게는 그 전신인 <W>가 추구하는 이상을 그대로 보여준다.

더 좋은 세상을 위한 질문
<W>의 제목은 잘 알려진 것처럼 World-Wide-Weekly의 첫 글자에서 따온 것이다. 세계 각지에서 벌어지는 이슈들을 매주 정기적으로 전하는 이 프로그램은, 하지만 그저 잘 만든 교양 다큐멘터리 정도로만 보긴 어렵다. <W>가 지난 5년을 통해 독보적인 브랜드가 될 수 있었던 건, 단순히 있는 그대로 사실을 전하는 데 만족하지 않고 무엇이 옳고 그른지에 대한 지난하지만 꼭 필요한 고민을 놓치지 않기 때문이다. 가령, 올해 초 태국에서 벌어진 반정부 시위대의 풍경을 전하면서도 <W>는 그것을 단순히 권력 대 민중, 혹은 질서 대 무질서라는 단순한 프레임으로 재단하지 않고 양측의 폭력성에 지친 또 다른 무리의 목소리를 경청했다. 물론 그렇다고 양비론의 함정에 빠진 것은 아니다. 그 수많은 맥락 안에서 ‘지금 그곳’에 사는 사람들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계속해서 질문을 던지며 <W>는 궁극적으로 더 좋은 세상에 대한 바람을 간절하게 드러낸다. 그리고 그것은 역시 더 좋은 세상을 살고 싶은, 동시대를 사는 한국의 시청자들에게 사해동포적 동질감을 선사한다. 인간이 근본적으로 선한 존재인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배가 고파 진흙 쿠키를 만들어 먹던 아이티섬의 아이들을 보며, 혹은 바다 위에 억류된 스리랑카 난민을 보며 이것이 과연 옳은 세상인가에 대해 질문하지 않기란 어려운 일이다.

기억하고 함께해야 할 W
그래서 <W>의 W는 궁극적으로 We의 W다. 이 프로그램은 세계 곳곳에서 사회적 약자들이 겪는 참상을 향해 카메라를 들이대지만 결코 ‘더 잘 사는 우리가 도와주자’는 식의 시혜적 시선을 보이지 않는다. 우리가 그들을 보며 안타까움을 느끼고 돕고 싶은 건, 그들과 우리가 둘이 아니기 때문이다. 바르고 아름다운 세상에 살고 싶다는 고대 그리스인의 이상에 우리가 고개를 끄덕이는 것처럼,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을 통해 인간적인 삶을 살고 싶다는 욕구는 지구촌의 모든 이들이 공유하는 것이다. 때문에 <W>가 환기하는 것은 타자에 대한 동정이 아닌, 우리는 함께한다는 믿음이다. 우리는 당신을 잊지 않았다. 당신도 우리를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런 <W>가 적자 누적이라는 이유로 폐지를 앞두고 있다. 프로그램 개편은 방송사 고유의 권리지만 그 이유가 ‘고효율 저비용’의 추구로서 이야기되는 것에 대해서 만큼은 이의를 제기할 수밖에 없다. 이것은 마치 <W>를 ‘고비용 저효율’의 예처럼 제시하지만, 때론 고비용으로만 가능한 것들도 있는 법이다. 지구촌 사람들에게 관심을 품자고 말하는 건 쉬운 일이다. 하지만 그들이 겪고 있는 일들 하나하나에 관심을 두고 게으른 시혜적 프레임에 갇히지 않도록 디테일한
취재를 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높은 제작비를 동반할 수밖에 없다. 말하자면, <W>는 공영방송으로서 ‘꼭’ 다루어야 할 주제를 위해 고비용을 감수하는 프로그램이다. 그것을 버린다는 것은 지금 우리에게 어떤 의미인가? 이것은 결국 바르고 아름다운 삶에 대한 가치를 공유하는 인간 공동체를 해체하는 것은 아닌가. 그래서일까. <W>의 폐지가 이 냉정한 세상을 함께 할 동료를 잃은 것처럼 느껴지는 것은.

위근우|엔터테인먼트 웹진 <10아시아> 기자. 밥값 하는 글을 쓰려 노력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