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SPECIAL/2011 01-02 문 열자, 깃들다

문 열자, 깃들다 7│교회, 지역의 사랑방이 되다 - 성남문화클럽 1호 만나교회

작은 우리 땅에 교회라는 첨탑을 세우고 차지하고 있는 공간의 면적의 총합은 얼마일까. 굳이오랜 과거를 떠올리지 않아도 근 20여 년 전만 해도 우리는 아무 때나 교회를 가도 교회는 쉽게
자신의 공간을 우리에게 내주었다. 그렇다! 우리동네 교회는 항상 열려 있었다. 그래서인지 우리는 교회가 푸근했고, 교회가면 무엇이든 풍족했다. 언제부터인가 굳게 닫힌 교회 문을 뒤로하고 돌아서기 시작하면서 왠지 교회에 대한 마음도 닫히는 듯해 돌아서는 발걸음의 무게만큼이나
마음 또한 무거웠다. 김준영


동네 문화예술 동호회 사랑방이 된 교회
소통의 부재, 나눔의 결여가 교회하면 퍼뜩 떠오르는 단어라면 공간은 우리의 관념을 형성하게 하는 데 커다란 역할을 한다 하겠다. 그 공간이 어떤 느낌을 주느냐가 그 공간에 대한 관념을 형성하고, 그 관념은 그 공간에 존재하는 사람에게까지 영향을 미친다. 그러니 요즘 세상에서 교회가 강요 받고 있는 그림은 오랜 기간 공간을 닫아 놓았던 일에 대한 자업자득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닫혀 있는 울타리라는 공간 개념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지역 주민과 함께 소통의 공간으로 만들어 낸 곳이 분당에 위치한 만나교회다.
거룩함이라는 개념이 교회 공간을 지배하며 높은 문턱으로 서있던 교회는 지역민들을 적극적으로 포용코자 했다. 그 첫걸음은 카페였는데 좀 더 적극적인 형태를 모색하다 2007년 8월 성남문화재단과 힘을 합쳤다. 성남문화재단은 성남아트홀 및 성남의 문화 예술 분야를 적극적으로 지원코자 지역의 순수 아마추어 문화, 예술 시민 동호회를 돕는 일을 계속 하던 중 지금까지와 다른 방법을 구했다. “처음 동호회를 파악해 보니 1000개 남짓했죠. 성남 지역에 존재하는 동호회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숫자였어요. 이들을 돕기 위해 처음에는 ‘문화 공헌’이라는 이름의 프로젝트를 통해 비슷한 모임끼리 짝을 이뤄 팀을 구성해 주고, 그들이 공연을 기획해 주었죠.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이런 이벤트성 도움을 넘어서는 필요가 그들에게 있음을 알게 되었죠. 바로 공간이었어요. 자유롭게 연습도 하고 함께 모여서 연주도 할 수 있는 공간이요.” 성남시 문화기획부 유상진 과장의 말이다. 그리고 공간을 찾아 나섰는데 마침 만나교회를 만났다. “담임목사님의 비전이 일치했다고 봐요. 교회 카페인 파구스가 제 역할을 하는 것도 일정 부분 그런 면이 크고요. 전도 시즌을 위한 일반인 교회 유입의 시대가 이미 지났음을 파악하시고 찾아오게끔 하는 교회의 형태를 취하게 된 것이죠. 그러던 차에 성남아트센터에서 제의가 들어왔어요. 주중 비어 있는 교회 공간을 활용하려는 교회의 생각과 딱 맞아 떨어진 거죠.” 만나교회 박종미 간사의 말이다.

나의 삶을 나누어 모두 행복한 문화를 만들다
좋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사람도 많았다. 대형교회라는 특혜가 있는 것은 아닌가, 혹은 종교단체가 어떻게 민간 사회단체와 발을 맞출 수 있느냐는 목소리였다. 그래서 처음엔 재단도 드러내놓고 홍보하지 못했다. “3년이 되다 보니 오히려 교회에 드나드는 사람을 통해 입소문이 났죠. 전도적 기대감을 내포하지 않고 순수하게 공간을 내어준다는 원칙이 드러나기 시작한거죠. 공간을 개방해서 사용하고 있는 동호회에서 몇 명이 교인으로 정착했느냐는 묻지도 않고 궁금해 하지도 않아요. 계산이 없이 순수해야 해요.” 공간 개방은 무작정 교회 편에서 일반 동호회를 부른다고 되는 것이 아니었다. 쓰고자 하는 사람들이 둘러보고 결정해야 하는 부분이다. 공간 활용은 그런 것이다. 그래서 교회는 찾아오는 동호회를 위해 모든 공간을 다 보여주고 원하는 공간을 사용할 수 있도록 무한 배려를 실천에 옮겼다. “사실 음악을 하는 순수 예술 동호회에게 교회만큼 좋은 공간은 없죠. 주차비 없이 주차할 수 있는 시설에 넓직한 홀을 쓸 수 있는 곳을 찾는 건 쉽지 않아요. 게다가 그 어떤 금전적 거래가 없어요.” 성남문화재단은 실제 돈을 오가게 하는 대신 문화통화라는 새로운 무형의 금전 형식을 만들었다. 일종의 품앗이 비슷한 형태인데 장부로 기록을 하는 형태이다. 오는 사람은 ‘문화통화’를 교회에 지불하고, 교회는 그 받은 문화통화를 다른 사람에게 돌려준다. 가히 혁명적 발상이다. 문화통화의 빚은 공연이든, 발표회든 그 어떤 형식을 통해서라도 다른 사람에게 돌려주어야 하는 것이다.


한쪽에서는 일반 노래가, 한쪽에서는 예배를 드리는 교회

교회 내부의 어려움도 상당하다. 교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주중 모임이 많기에 교회공간은 교인들을 대상으로도 장소가 비좁을 때가 있다. 그런데 문화 클럽 대상의 대여는 일시 대관이 아니다. 떠돌이처럼 떠돌아다니게 할 수 없는 노릇. 음악 동호회의 특성을 그대로 반영해 한 번 대관을 하면 최소 6개월 이상 꾸준히 활동을 할 수 있게 했다. 게다가 구성원이 3-40명에 이르면 냉난방비도 꽤 든다. 일일이 장소 관리도 해줘야 한다. 음악 동호회가 자신의 소리를 내며 연주를 하면 양쪽 방에서는 성경공부 등을 할 수 없다. 교인들이 참 양보를 많이 한 것이다. 현재는 매일 동호회들이 공간을 사용한다. 특히 3개월째 접어든 중증 장애인 그리기 동호회는 또 다른 용기가 필요했다. “중증장애를 지니신 분들은 여러 기관, 심지어 장애시절에서도 거부당했는데 그분들을 위해 공간을 내주는 일이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닙니다. 하나부터 열까지 사람의 손이 가야 해요. 동정심이라는 것만 품고 되는 일이 아니에요.” 3년의 임상경험을 통해 몸으로 느낀 박 간사의 절절히 쏟아내는 말에는 진심이 담겨 있었다.


만나교회와 성남시 재단은 지난 가을 사랑방클럽 축제를 열면서 여느 해와 다르게 사랑방오케스트라를 구성했다. 그리고 오케스트라 페스티벌 열었다. 재단에서는 아트센터를 빌려주었고, 교회는 금관이나 타악기 파트의 전문 연주자들을 지원하고 심지어 교회 지휘자까지 보냈다. 이번 계기로 교회에는 파구스 필하모니 오케스트라를 결성했는데 성남시 내 하나의 문화 클럽의 하나가 된 것이다. 이들의 아름다운 동행이 더더욱 기대되는 이유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