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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편집장의 편지

편집장의 편지


나는 가끔 꽃을 봅니다. 당신이 아시듯 내 대학 전공이 이것과 관련이 깊어서만 아닙니다. 나는 그것들 앞을 서성거리기를 좋아합니다. 따뜻한 봄이니 만큼 일부러 꽃만 모아 파는 곳을 찾았습니다. 늘 그런 것처럼 서서 한참을 바라봤습니다. 나는 그렇습니다. 그것이 사람이든 사물이든 그 대상 앞에 객관적 거리를 유지하려 합니다. 때론 그것이 당신을 혼란스럽게 한다 하더라도요. 그래요, 억지로라도 봄의 색깔을 눈에 채우고 싶었지요. 꽃이 좋으면 나이가 먹었다는 것이라지요? 어쩜 몸의 아름다움이 나이 먹은 만큼 빠져나가기 때문인지도 모르죠.

혹시 그랬던 적이 있나요? 책을 사서 집으로 오는 길에 그 책이 너무 읽고 싶어 가슴에 품고 빨리 뛰었던 경험 말이에요. 내가 <오늘>과 함께한 시간이 벌써 일 년입니다. 나에게 <오늘>은 그런 잡지입니다. 책의 형태로 손에 쥐기 전에 적어도 7번 정도는 읽기 때문에 쳐다보기도 싫겠다고 쉽게 스스로 타협할 것이라고 당신이 생각한다면, 그건 순수하게 오해입니다. 그런 것은 내 성미에는 좀처럼 맞지 않는다는 것쯤은 알아주시기를 부탁합니다.

그렇습니다.
이런 나에게 필요한 것은 조금은 떨어져 마음을 비우고 <오늘>을 바라보는 것입니다.


3-4월 호 특집은 <오늘>이 어떤 이야기를 당신과 하고 싶어 하는지를 언어화하고 그것을 기자들이 실천한 산물입니다. 그리고
드러냈습니다. 순서는 이렇습니다. 공동체, 감성, 시대, 나눔, 소통, 영성입니다. 어디에서든 이야기하는 것일 수 있지만 <오늘>은 꾸준히, 차근히 이것을 이야기했습니다. 이렇게 드러내어 이야기하는 건 이젠 나를 위해서가 아닌 당신을 위해서 입니다.

새로운 쪽이 많습니다. 고착화는 내가 가장 싫어하는 말입니다. 이미지와 텍스트를 구분하고, 배분하고 배열했습니다. 이미지가 당신에게 말을 걸 것이고, 텍스트가 의미를 전달할 것입니다. 좀 어렵게 읽히는 부분은 어렵게 읽으십시오. 쉽게 읽히는 것은 찬찬히 보십시오. 의도적인 것입니다.

지난 일 년간, 경북 산청에서 새로운 삶을 이야기해 준 진하 청년의 글은 이번 호로 마감합니다. 글을 읽으며 밑을 모를 슬픔에 눈물이 났습니다. 진하 청년, 꼭 그렇게 살아 주십시오!
‘오늘,을 읽다’에서는 에피소드를 한데 엮어보았습니다. 오늘의 에피소드입니다.
페이스북 페이지를 만들었습니다. 찾아와 당신의 오늘을 나눠주십시오. <오늘> 블로그에 걸려 있습니다.

나도 마음이 아픕니다. 생명이 사그라드는 우리나라 현실이 말입니다. 다시 약동하기를… 
김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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