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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길에게 길을 묻다

다른 끝, 제주도 이야기


제주도의 바람이 얼굴을 때립니다.

생각보다 매서운 추위가 몸을 움츠러들게 합니다.
바람은 파도를 역동적으로 움직이게 합니다.
바람에 밀리는 갈매기들의 먹이사냥은 안쓰러워 보이기까지 합니다.


제주도를 여행할 때 가장 좋아하는 것이 해안도로를 여행할 때입니다.
바람소리와 자동차의 오디오에서 나오는 음악이 묘한 조화를 이룹니다.
유난히 푸른 바다는 왠지 쓸쓸해 보이기도 하구요.
흐린 날의 제주 바다는 왠지 슬픈 노래를 부르는 듯합니다.
그 바다를 보며 새삼 존재의 가치를 느끼기도 하구요.



제주도에서 나는 참 쓸쓸했습니다.
그러나 그 쓸쓸함이 슬픈 것은 아닙니다.
쓸쓸함도 사람이 누려야 할 소중한 감정이니까요.
잠시 그런 감정을 누리고 나면 세상이 다시 보입니다. 그리고 주변을 돌아봅니다.
비록 짧은 여행이지만 그로 인해 나는 조금 더 사람을 안아봅니다.
제주도에서의 시간은 분명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지금 이 글을 쓰는 이 새벽의 적막함이 그렇게 말해줍니다.
여러분의 새로운 한 주를 축복합니다.
- 제주도에서 -


신미식|디자인을 전공한 후 15년 가까이 그 분야에서 일해 왔다. 서른이라는 나이에 처음 카메라를 장만하고 사진에 미치기 시작하면서 17년 동안 세상을 향해 새로운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사람에 대한 애정을 사진으로 담아내는 것을 가장 큰 행복으로 여기며 여전히 여행갈 날만을 손꼽아 기다리는 지독한 방랑벽을 소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