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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추천 도서

대학의 몰락

대학의 몰락 
서보명|동연

작년 5월, 조선대에서 교수 임용에 탈락한 10년 차 시간강사가 “대학의 고질적인 병폐를 수사해 달라”는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기독교 사학 한동대는 작년소장파 교수들의 승진 탈락 사건에이어 올해는 수업 중에 총장을 비판한 교수를 징계한 문제로 다시 큰 관심을 받고 있다. 홍익대, 고려대, 이화여대, 연세대 등은 청소·경비 노동자 파업으로, 또 국립서울대는 사실상 민영화라 할 수 있는 법인화 사안으로 세간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다. 작년 상지대에 이어 올해는 대구대가 재단비리로 언론에 보도되었고, 카이스트에서는 올해 들어서만 네명의 학생이 스스로 죽음을 택했다. 카이스트에서는 얼마 뒤 교수까지 목을 맸다. 이 모든 일이 작년 3월 ‘김예슬 선언’ 이후로 우리나라 대학에서 벌어진 일이다. 대학에 대한 자성을 촉구했던 “오늘 나는 대학을 그만둔다. 아니 거부한다”는 말의 울림이 채 사라지기도 전에 문제들은 계속해서 터지고 있다. 게다가 등록금은 물가 상승률과는 비교할 수도 없을 만큼 가파르게 치솟았고, 심지어 대학에서 학문을 하는 것의 ‘불가능함’까지도 논의되고 있는 실정이다. 대학, 어쩌다가 이 지경에 이르렀는가?
재미교포 1.5세대로 시카고 신학대에서 철학과 신학을 가르치고 있는 저자는 안식년 동안 방문교수로서 한국의 대학을 경험하며 받았던 충격에서 출발해 이 책을 집필했다. 대학의 기업화를 초래한 중심지인 미국에서 교수생활을 하는 저자가 보기에도 한국의 대학은 정말 충격적이었던 것이다. 저자는, 그런 문제의식에서 출발해 “지금 대학은 무엇이 되어 버렸는가?”와 “왜 이렇게 되었는가”를 진단하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대학은 무엇이었는가?”와 “무엇이 되어야 하는가?”를 질문한다. 주로 대학의 현상에 대한 비판에 주력하는 여타 책들과 비교할 때 돋보이는 지점이다. 좀 더근본적인 접근법을 취하고 있기에 독자는 대학에 대한 선명한 역사와 여러 철학적 견해를 살펴보고 지금의 문제에 대해 스스로 진단해 볼 수 있다. 숲을 주로 보는 책인 만큼 지금 벌어지고 있는 나무의 문제를 개별적으로 살피지는 못하고 있지만, 저자의 학문적배경대로 신학과 인문학에 대해서만큼은 따로 장을 두고 고찰하고 있어서 아쉬움을 상쇄한다. 전체적으로 저자의 신학적·철학적 소양에서 느껴지는 무게감에 비해 부드러운 칼럼 형식으로 짧게 씌어 어렵지 않게 읽힌다는 것도 강점이다. 이 책을 재미있게 읽은독자라면 <학벌사회>(김상봉, 한길사, 2004), <김예슬 선언>(김예슬, 느린걸음, 2004), <이것은 왜 청춘이 아니란 말인가>(엄기호,푸른숲, 2010) 등의 다른 접근을 통해 대학 문제에 대해 계속해서 고민해 보는 것도 좋겠다. 글 조익상( @lit_er)


본격 시사인 만화 굽시니스트|시사in북

<창작과비평>에 2차 세계대전 만화를 연재하는 등 역사·시사 전문 만화가로 이름을 날리고 있는 굽시니스트가 주간지 <시사in> 연재분 <본격 시사인 만화>를 단행본으로 내놓았다.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그의 유머 센스와 해박한 배경 지식이 본격적으로 발휘된 만화를 한 권의 책으로 만날 수 있다는 건 정말 반가운 일이다. 연재 기간 동안 일어났던 다사다난多事多難을 다시 회고하면서도 웃게 만드는 굽본좌의 능력은 신기에 가깝다. 가카에 대한 찬양고무(?)가 도를 지나친다는 게 유일한 단점이라면 단점(읽어보면 무슨 말인지 알 수 있다). 주간지 <시사in>에서 2009년 8월부터 2011년 초까지 연재한 분량을 묶었지만 단행본에는 잡지에 실리지 않은 분량까지 포함해 단행본의 가치를 더했다


필경사 바틀비 허먼 멜빌 글, 하비에르 사발라 그림|문학동네

일하기 싫은 당신에게는 어쩌면 반가울 사람이다. <모비딕>으로 유명한 작가 허먼 멜빌이 창조해낸 소설 역사상 가장 당혹스러운 인물, 바틀비. 아직 전자동 복사기가 없던 시절, 19세기 뉴욕 월스트리트에서는 문서를 직접 손으로 베껴 써서 사본을 만들었고 이 업무를 전문적으로 담당한 사람들이 바로 필경사였다. 법률사무소의 유능한 필경사 바틀비가 어느 날 갑자기 필사 업무를 거절한다. “안하는 편을 택하겠습니다.” 이후로도 거절을 계속한다. 이것도 거절, 저것도 거절. 상사에게 거절 한번 못해 봤던 당신이라면 호쾌해 할지도 모르겠지만, 동시에 또 궁금해질 것이다. 기괴하다고 할 수밖에 없는 바틀비라는 인물의 삶에는 어떤 사연이 있는 걸까? 새로이 출간된 단행본에는 스페인 출신 일러스트레이터 하비에르 사발라의 그림을 곁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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