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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어요! 안나 아줌마!

출처 : KBS 홈페이지

KBS 드라마 <웃어라 동해야>
안나 레이커 도지원 분를 만나다


“아줌마!” “성분아~아아” 누가 보든 말든 길거리 한복판에서 안나 아줌마와 얼싸 안고 방방 뛰었다. 아줌마를 만나면참 유쾌하다. 안나 아줌마는 참 해맑다. “아줌마, 우리 여기서 이러지 말고, 점심 때 다 됐으니까 뭐라도 먹을까요?” “웅, 그래 성분아. 안나, 배고파.” 안나 아줌마는 정신연령이 9세 정도에서 멈췄다. 어릴 때 큰 태풍을 만나 부모님을 잃고, 그 때 사고로 머리를 크게 다쳤단다. 미국에 입양되어 ‘안나 레이커’라는 이름으로 살다가 얼마 전 양부모님도 사고로 잃은 후 아들 동해와 한국으로 왔다. 안나 아줌마 옆집에 살았던 나에게 낯선 땅에서 만난 아줌마와 동해는 친척 이상이었다. “언제 왔어? 안나도 성분이가 참 보고 싶었어. 안나, 참 기뻐.” “그저께 왔어요. 일 때문에. 열흘 있다가 갈 거예요.” “와, 잘됐다. 그럼 우리 내일도 또 보자.” 아줌마의 해맑은 모습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터진다. “네, 내일도 만나요. 참 동해는요?” “웅, 동해는 김치 공장 갔어. 동해 요즘 바빠.” “아, 그래요? 아쉽다. 잘생긴 동해를 봐야 공해로 오염된 제 안구가 정화되는데.” “뭬야?” “ 어, 뭐라고요, 아줌마?” “아니, 누가 안나보면서 이렇게 하길래…”
“하하. 알겠어요, 아줌마. 국 식겠어요. 우리 얼른 밥 먹어요.” “웅, 그래.”
안나 아줌마는 얼마 전 드디어 친부모님을 찾았단다. 곁에서 지켜보던 사람들은 그렇게 지나치면서도 서로를 못 알아봐서 애가 타다 못해 짜증이 났다나. 아무튼 진짜 잘됐다. “아줌마, 근데 드라마 같은데 보면 엄마랑 자식은 금방 서로 알아보던데… 실제로는 그런 것도 아닌가 봐요. 그렇게 서로를 몰라봤으면?” “웅, 그냥 호텔 아줌마, 아니 엄마를 만나면 마음이 따뜻했어. 안나 엄마, 아빠 너무 너무 좋으셔. 안나, 정말 행복해.” 아줌마의 친부모님은 한국에서도 꽤 큰 호텔을 운영하신단다. 정말 잘됐다. 아줌마 참 동해와 외롭고 힘들게 살았는데. “너무 잘됐어요. 이제 아줌마하고, 동해하고 좋은 일만 생기면 좋겠어요.” 안나 아줌마가 고개를 힘주어 끄덕였다. “이제 안나랑 동해, 좋은 일만 생길거야.” 안나 아줌마와 한참 대화를 하는데, 봉이 삼촌 이야기가 꽤 많이 나온다. “아줌마, 근데 봉이 삼촌이 누구에요?” “아아, 봉이 삼촌….” 말하는 안나 아줌마 얼굴이 빨개진다. “아, 아줌마 봉이 삼촌 좋아해요? 그 하모니카 유학생은 이제 안 기다려요?” 안나 아줌마 갑자기 말을 못 잇는다. “아, 음….” 안나 아줌마가 누굴 좋아하든 이제는 안나 아줌마가 참 행복해졌으면 좋겠다. 솔직히 나라면 아줌마처럼 살기 힘들었을 거다. 동해를 지켜내며 살아온 긴 세월을 어떻게 말로 다 설명할 수 있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나 아줌마는 늘 밝았다.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다가도 동해만 보면 손으로 쓱쓱 문지르고 언제 그랬냐는 듯 항상 웃었던 아줌마. 나는 그런 아줌마가 존경스러웠다. 어쩌면 9살의 정신연령에 머무르며 자라지 못한 건 안나 아줌마가 아니라 이 나이에도 힘든 상황이 닥치면 이겨내려 하기 보다 불평불만을 일삼는 내가 아닐까.
안나 아줌마와 밥을 먹고 나와서 신나게 시내를 걸었다. 작은 일에 항상 감사해하고, 어떤 상황에서도 소중한 것들을 지키려 애쓰는 안나 아줌마. 그 맑은 마음에 눈이 부시다“. 와, 성분아! 여기 봐! 안나가 좋아하는 프리지어야. 너무 예뻐!” “와, 정말 예뻐요. 아줌마! 우리 프리지어 한 다발 사 가요! ” 프리지어 한 다발을 두 손에 들고, 함박웃음을 짓는 안나 아줌마를 보니 이제 정말 봄이다! 그래요, 안나 아줌마! 항상 그렇게 웃어요! (*이 글은 픽션임을 밝힙니다).

배성분|한때 드라마를 쓰고 싶어서 모 작가교육원에 면접까지 거쳐 1년을 배우러 다녔다. 지금은 생각지도 못한 일을 하고 있지만, 내 삶의 한 자락한 자락을 모두 이으면, 드라마가 될 거라 믿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