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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바이벌 오디션, 그들의 경쟁에 우리가 희망하는 것들

요즘 서바이벌 오디션 예능이 대세다. <슈퍼스타K>가 케이블TV 역사를 새로 썼고, <남자의 자격> 합창단 특집은 박칼린 신드롬을 낳았으며, <위대한 탄생>은 MBC 최고의 예능이 되었다. 여기에 SBS <기적의 오디션>과 KBS <도전자>등 곳곳에서 서바이벌 프로그램 신설 소식이 들린다. 이 시대는 왜 이런 오디션에 열광하는 것일까?

출처 : MBC 홈페이지

더 강력한, 더 신선한
이미 사람들은 캐릭터와 스토리
가 있는 리얼 버라이어티와 자극적인 독설 예능에 빠져들고 있었다. 오디션 예능은 그 결정판이다. 이런 종류의 프로그램에선 리얼한 캐릭터들이 넘쳐나며 그들이 만들어내는 리얼하고 극적인 스토리도 넘쳐난다. 심사위원들의 독설은 웬만한 폭로 막말 예능프로그램의 독설 수위를 훨씬 뛰어넘는다. 즉, 자극성과 감동 모든 면에서 기존 예능프로그램보다 더욱 강한 것이다. 또 인기를 끄는 오디션 프로그램이 대부분 음악을 소재로 한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아이돌이 독점하고 있는 지금의 대중음악계에 대한 환멸이 오디션에 대한 열광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슈퍼스타K>에서 허각에 대한 열광, <위대한 탄생>에서 외모를 완전히 무시하는 김태원 멘토에 대한 열광은이런 배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서바이벌 오디션에 거는 희망
더 근본적인 이유도 있
다. 지금 우리는 불신, 불안, 절망의 시대를 살고 있다. 서바이벌 오디션 열풍엔 이런 사회적 배경이 바탕에 깔려있다. 먼저 불신을 보자. 우리 사회는 저신뢰 사회다. 누군가가 엄청난 돈을 벌거나 권력을 누리는데, 그 과정이 투명하다고 느끼는 사람은 없다. 모든 종류의 시상식에서는 언제나 뒷말이 넘쳐난다. 실력보다 간판이나 연고관계 혹은 로비 등이 더 중요하다고 여긴다. 그에 비해 오디션 프로그램의 경쟁 과정은 비교적 투명하고 공개적이다. 누구에게나 똑같은 원칙을 적용한다. 이것은 투명하고 공정한 사회에 대한 사람 내면의 열망을 자극했다. 그 다음 불안을 보자. 지금 사람들은 미래를 전망할 수 없다. 언제 취직될 지, 언제 잘릴 지, 전혀 알 수 없는 암흑 속을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오디션 프로그램에 나타나는 스승들은 그런 불안한 이들을 이끌어준다. <남자의 자격>에서 박칼린 신드롬, <위대한 탄생>에서 김태원 신드롬은 이런 배경에서 탄생한 것이다. 사람들은 리더 혹은 멘토를 열망하고 있다. 그다음 절망이다. 더 이상 개천에서 용이 나지 않는 시대다. 자수성가형 사회에서 세습형 사회로 이행하고 있다. 명품과 외제차가 넘쳐나는‘ 그들만의 세상’과 일반 서민의 세상 사이엔 뛰어넘을 수 없는 심연이 생겼다. 이런 심연에서 절망이 생겨난다. 이때 오디션 프로그램은 인생역전의 희망을 준다. 허각이 화려하게 1위를 하며 스타가 되는 모습은 이런 희망의 상징이었다.

문제는 오디션 프로그램이 출연자의 사생활을 공개한다
든가, 과도하게 캐릭터에 집중하는 과정에서 명예를 훼손한다든가 하는 인권침해의 소지가 있다는 점이다. 리얼리티와 자극성이 과도한 몰입을 초래해 네티즌의 과열을 낳기도 한다. 연예인을 통한 인생역전이 계속 방송됨에 따라 연예인 선망이 더욱 커지는 부작용도 있을 것이다. 서바이벌 경쟁 구조에 사람들이 몰입하며 경쟁 구조가 당연하다는 생각이 내면에 자리잡을 우려도 있다. 이런 부정성들을 충분히 인지한 후에 오디션 프로그램을 즐길 필요가 있다.

하재근|날라리의 기질과 애국자의 기질을 동시에 타고 났다. 그래서 인생이 오락가락이다. 어렸을 때 잠시 운동권을 하다, 20대 때는 영상 일을 했었고, 30대 초중반부터 다시 운동권이 됐다가, 요즘엔 다시 날라리로 돌아가 대중문화비평을 하고 있다. 때때로 책도 쓰며 인터넷 아지트는
http://ooljiana.tistory.com 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