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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종료/책 읽는 마음

병든 지구가 보내는 종합검진 결과보고서

에너지 세계일주
블랑딘 앙투안&엘로디 르노|살림


<에너지 세계일주>는 프랑스의 두 여성학자가 2년 동안 지구를 4바퀴 가량 돌며 내린 현 상황의 진단과 이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다양한 에너지 자원 개발에 따른 환경 문제와 범지구적으로 발생하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요소가 녹아들어 예상하기 힘든 방향으로 뻗어나가는 이곳. 바로 21세기 초엽의 병든 지구의 종합검진이다. 사실, 이 책은 쉽지 않은 용어의 사용이나 물리학 이론이 많이 녹아 있어 머리맡에 두고 편안하게 읽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 당연하다. 현재 지구가 처한 상황이 그리 편안하지 않기 때문이다.
화석에너지로 대변되는 고갈임박자원은 우리보다 먼저 살았다 간 존재들이 별에 돌려주고 간 소중한 흔적이고, 우리는 이를 이용하여 삶을 살아간다. 죽으면 우리 역시 미래의 에너지가 되어줄 터이니, 먼저 쓰고 나중에 갚는 일종의 신용 거래다. 하지만 지금의 우리는 뭔가 잘못 생각하는 것 같다. 이는 마치 카드 값 무서운 줄 모르고 마그네틱선이 닳아 없어질 때까지 긁어대는 예비 파산자나 다를 바 없지 않는가.
군대에 있을 적이었다. 3주라는 시간동안 수풀이 울창한 야산에서 훈련이 있었다. 짧지 않은 시간동안 여러모로 고된 훈련이었다. 지금 생각해도 고개가 절레절레하다. 그 중에서도 가장 고통스러웠던 건 바로 에너지의 부재가 아니었나 싶다. 텐트를 설치하던 도중 잘못해서 전신주를 타고 오는 전선 하나를 끊어먹은 게 화근의 시작이었다. 그 후 3주 동안 모든 것이 마비였다. 해가 지면 취침 이외에 할 것 없는 생활이 계속됐고, 단수에 가까운 절수가 요구되었다. 오/폐수 처리 시설을 가동할 전력이 없었고, 그렇다고 함부로 계곡수를 사용하였다가는 심각한 환경오염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훈련이 끝나고 부대로 돌아와 ‘콸콸’ 쏟아지는 수돗물에 많은 사람들은 목이 메었다.
에너지의 부족현상이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고 지속적으로 시끌시끌한 요즘이지만 대중의 경각심이란 사실 그리 바람직한편은 아니다. 그것은 아마 결핍이 주는 속성 때문일 것이다. 누구나 공기 없는 삶을 상상해 보았지만, 살아보지 않았듯 현실은 상상에 비하면 영원처럼 길고 일본 지하철 노선도보다 복잡하다.
이미 지구와 후손들에게 진 빚은 눈덩이처럼 불어나 우리는 파산 신청을 하기 일보직전이다. 단순히 아껴서만은 값을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 긴 여정을 돌고 돌며 저자의 말처럼 ‘목적’에 입각한 생산과 소비생활이 필요하다. 기술도 기술이지만 결국은 책임감 고취요, 의식의 전환인 것이다. 주님 다시 오실 날 얼마 안 남았는데, 남은 거 다 쓰고 쿨하게 들려 올라가겠다는 생각일랑은 접어두자. 잊지 말아야 할 것. 한 달란트를 그대로 묻어두기만 한 종도 혼꾸멍났다는 사실이다. 글 주동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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