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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향하는 뜨거운 다큐ㅣ식코

 

식코

감독_마이클 무어 | 출연_마이클 무어


최첨단 의료 기술과 장비의 발달은 인류에게 삶의 질적인 향상과 수명 연장에 대한 커다란 희망을 안겨주었다. 더불어 ‘의료보험’의 존재는 사고나 병마를 대비한 서민들의 방패막이처럼 인식되어왔다. 돈이 없어 치료를 못 받는 서러움만큼은 피하고 싶은 것이 우리 모두의 바람일 것이다. 그러나 정작 위급할 때 보험금을 타내는 것은 만만치가 않아 보인다. 이 시대에 우리를 죽음으로 내모는 것은 사고나 병마 이전에 사람의 가치를 이기심의 나락으로 던져버린 이 사회이기 때문이다. <식코>는 유사시에 혜택을 받을 수 없게 만드는 미국의 민영 의료보험 제도를 비난하고 있다. 보험에 가입할 수조차 없는 빈민층들이 찢어진 무릎을 손수 꿰매고 있는 진풍경은 이 다큐멘터리의 첫 장면에 불과하다. 꼬박꼬박 보험료를 지불했음에도 불구하고 돈 때문에 손가락 한 개를 포기해야 하거나 환자복을 입은 채 거리에 버려지는 것이 현재 미국 의료보험 제도가 조장하고 있는 현실이다. <식코>는 미국 시민들이 생명권을 보장 받으려면 유럽으로 이민을 가거나, 캐나다 사람과 결혼을 하거나, 잠시라도 쿠바에 다녀오는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현재 의료보험 민영화가 제기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식코>의 개봉은 과연 의미심장하다. 유괴와 살인과 자살이 유행처럼 번져버린 시대에, 병으로 죽는 건 축복으로 생각하라는 것일까. 완벽한 영어 발음을 위해 아이들의 혀를 수술해주는 사람들에게는 미국의 의료보험 제도마저 무조건 탐스러울지 모르지만, 국가의 이상적이고도 궁극적인 지향점은 강대국이 아니라 복지국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한편, 지구상 가장 인기 있는 다큐멘터리스트로서 관객들을 열광시켰던 마이클 무어도 나이가 들어간다. 그 재기발랄한 구성과 이미지들도 <볼링 포 컬럼바인>을 기점으로 서서히 사라져가고 있다. 그럼에도 그의 다큐를 오래 보고 싶은 것은 변함없이 뭉클대는 인간애 때문이다. 사람의 가치를 알아주는 한 편의 뜨거운 영화가 이만큼 절실했던 시대는 일찍이 없었으니까 말이다.


윤성은서울기독교영화제 프로그래머. 한양대학교 영화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동아방송예술대 등에서 강의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