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을 찍는 감격
나에겐 사진을 찍는 취미가 있다. 이젠 어디든 카메라를 친구삼아 동행하고 있다. 찍어놓은 사진들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마치 카메라가 말을 걸어오는 듯하다. 작년 9월, 문득 떠나고 싶은 마음에 휴가를 얻자마자 부랴부랴 짐을 챙기고 자전거를 타고 길을 떠났다. 길 위에서, 뒤늦게 태안반도의 만리포해수욕장으로 목적지를 정했다. 몹시도 무모해 보이겠지만 소박한 일탈을 꿈꿨던 내게 이 대책 없는 유유자적한 여행은 큰 기쁨이 되었다.
출발한지 이틀째가 되는 날, 비가 제법 내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아산만 방조제 위로 올라 돌아본 하늘과 바다, 바다를 가른 서해대교, 넘실대는 파도와 몸을 날려 버릴 듯한 바람, 얼굴에 차갑게 부딪히는 빗줄기까지…. 웅장함과 세밀함이 이루어내는 이 멋스러운 조화는 한참의 여운을 마음에 담게 했다. 마침내 도착한 만리포 해수욕장. 가득한 구름들로 인해 과연 노을을 볼 수 있을까 기대하며 서쪽하늘을 응시하고 있을 무렵, 구름 사이로 타는 듯한 붉은 빛이 새어나오며 서서히 물들어 가는 장관을 발견하게 되었다. 그때의 감격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웅장함? 경이로움? 아름다움?
그 경관을 바라보며 지금의 아름다움은 순간일 뿐, 영원하지 않을 것임을 생각하니 무척이나 아쉽게 느껴졌다. 물론 지금과는 다른 놀라운 창조가 그 풍경 안에서 영원히 계속될 테지만, 날마다 새롭게 주어지는 아름다움들을 간직할 수 있다면, 매일의 삶 속에 기쁨과 감사함으로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하여 여행에서 돌아오자마자 조금은 부담이 되는 가격의 카메라를 구입한 게 지금까지다. 이젠 말해줄 수 있다. 삶의 주변에서 만나게 되는 사람들, 하늘과 땅과 구름과 나무와 물, 그리고 우리네 살아가는 모습, 그 자체가 감격이라고.
민혁기|자전거와 사진을 통해 소소한 일상에서 하나님께 감사하는 법을 배워가고 있는 장칭 덜 자란 어린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