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쉼이 없는 휴가 문화
중세 때까지만 하더라도 연간 150일 정도가 휴일이었다. 휴일 대부분은 성자의 날이나 교회 절기와 관련된 것이었다. 카니발이라는 휴일은 사순절 기간 동안 사람들이 잘 참아낼 수 있도록 사회제제와 규제를 일시적으로 해제하고 사람들로 하여금 즐겁게 쉬고 놀 수 있도록 한 것이었다. 사순절을 거룩하게 보내는 것과 세속 공동체의 흥겨운 여가가 하나의 시스템으로 통합되어 있었던 것이다. 이렇듯 교회가 일보다 여가와 안식에 더 큰 비중을 두고 한 해 동안의 시간을 교회력과 연동해서 운용했다는 사실은 죽어라 일한 후, 전쟁 같은 며칠의 여름휴가를 보내는 한국 휴가 문화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여름에 집중된 짧은 휴가
본격적인 여름휴가 시즌을 맞이하였다. 대한민국 사람들은 올 여름에 어떤 휴가계획을 세우고 있을까?
2007년 7월 17일~18일, 주식회사 엠브레인은 문화방송의 의뢰를 받아‘여름휴가에 관한 조사’를 했다. 그 결과에 의하면, 우리나라 사람들 69.8%가 여름휴가 계획이 있다. 이는 2006년 83.5%보다 13.7%나 낮아진 수치로 어려운 경제여건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46.6%가 10만원에서 30만원 사이의 휴가비용을 예상하고 있었고, 휴가일수를 3일로 잡고 있는 사람들이 전체의 42.9%를 차지했다. 휴가지로는 대부분 산과 계곡(29%)이나 동해안(25.4%)으로 가겠다고 응답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시차제가 유명무실해 휴가가 여름으로 집중되어 있고, 그 기간도 지나치게 짧아 사실상 휴가라고 보기 힘들다. 휴가의 사회적 의미는 장기간에 걸친 연속적 휴가인데, 사실상 이를 보장하고 있지 않은 셈이다. 영국의 경우 연중 한 달 정도 장기간에 걸친 연속적 휴가를 보장하고 있으며, 여름에 국한하지 않고 연중 휴가를 떠난다. 대체적으로 부활절 휴가 일주일, 여름휴가 이주일, 크리스마스 휴가 일주일 등으로 사용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에는 연월차 휴가가 실효를 거두지 못하자 골든 위크를 도입해 전 국민이 휴가를 즐기도록 하고 있다. 여름휴가가 우리보다 긴 것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약 일주일간의 또 다른 휴가까지 보장하고 있다. 5월이 되면 우리나라로 들어오는 일본인 관광객이 부쩍 늘어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몰입의 여가 문화가 필요
이처럼 다른 나라에 비해 제한된 상황이기는 하지만 올 여름에도 휴가를 떠나게 될 것이고, 지쳐서 돌아올 것이 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름휴가를 한 번 제대로 즐겨보자면 어떻게 해야 할까?
몰입하면 된다. 푹 빠져들면 시간가는 줄 모르기 때문이다. 미국 시카고대학의 칙센트미하이(Csikszentmihalyi) 교수는 “행복하게 살고 싶다면 몰입하라.”고 말했다. 여기에 비추어보면 만족스러운 여가활동은 정해져 있다. 즉, 활동적이고 적극적인 여가활동을 하는 사람이 소극적이고 정적인 여가활동을 하는 사람보다 더 몰입하는 경향을 보인다는 것이다. 또한 여가활동 만족도는 그 활동을 하는 사람이 어느 정도의 기술을 습득하고 있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당연히 활동적이고 적극적인 여가활동을 하며, 난이도가 높은 기술을 가진 사람의 여가활동 몰입도가 더 높고 따라서 만족도도 높다.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보면, 집안에서 가만히 텔레비전을 시청한 사람보다 가족들과 함께 서울 숲을 산책하고 온 사람이 더 즐거워하고, 초보자 코스에서 막무가내로 스키를 타는 사람보다 고급코스에서 절묘하게 스키를 타는 사람이 더 행복해한다. 여가생활에서 만족도가 높은 사람은 해당 여가활동의 난이도와 자신이 가진 기술의 함수관계를 잘 활용하는 사람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여가교육을 받아야 한다. 여가교육 없이 여가를 즐기려고 하면 결국 ‘앉으면 고스톱, 나가면 술’이 되어 버린다. 남들이 모두 다 가기 때문에 아무런 대책 없이 자동차 끌고 동해로 가는 연례행사로써의 여름휴가라면 차라리 안 가는 것이 더 낫다. 그러나 오래 동안 준비하고 연습해서 실행에 옮기는 몰입의 시간이라면 무리해서라도 가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