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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만화에 빠지다

문화선교연구원 2009. 3. 30. 15:25

방영과 동시에 CF와 연예뉴스를 장악하며, ‘꽃남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KBS 드라마 <꽃보다 남자>. 일본의 한 유명 만화잡지에 연재되었던 이 작품은 앞서 대만과 일본에서도 드라마로 만들어져, 자국 내의 인기는 물론 동아시아권으로까지 수출해 인기를 끌었었다. 한국판 <꽃보다 남자>는 앞선 두 나라의 작품과 비교해 원작 주인공들의 외모와 가장 흡사하다는 찬사를 받으며, 대한민국 여성들의 마음을 무장해제 시키고 있다. <바람의 나라>, <타짜>, <식객>, <일지매>, <비천무>, <사랑해> 등 작년 한 해 TV를 수놓았던 만화 원작 드라마에 이어 올해도 이어진 만화 원작 드라마의 열풍. 그 만화적 상상력 속
에 풍덩 빠지고픈 척박한 나날이다.



출처:KBS

꽃보다 순정만화

순정만화의 르네상스 시대인 1990년대, 친구들과 돌려보던 순정만화가 TV 속으로 옮겨져 현실처럼 펼쳐지는 즐거움 앞에 여성들의 마음이 설렌다. 현실에 있기나 할까 싶던 만화 속 꽃미남들이 등장해 내뱉는 대사 하나하나에 실소를 터트리면서도 마음만은 흐뭇하다. 인터넷에서는 이미 <꽃보다 남자> 속 F4 멤버의 명대사 모음이 인기.
 “하얀 천하고 바람만 있으면 어디든지
갈 수 있어.”(윤지후-김현중 역),
 “금잔디는 구준표라는 별에서
영원히 벗어날 수 없는 달이니까. 무슨 일이 있어도 난 이 달을 놓지 않을 거야.”(구준표-이민호 역),
“어이, 진정해. 귀엽게 생
긴 아가씨가 화내니까 더 무섭잖아.”(소이정-김범 역), “오늘도 여기서 니가 제일 귀여워.”(송우빈-김준 역) 등 순정만화적 대사를 읊조릴 때 느껴지는 어색함마저 사랑스럽다.

얼마 전, 한 리서치 조사에 따르면 국내 시청자들이 드라마화 했으면 하는 순정만화로는 1위로 천계영 원작 <오디션>, 2위 천계영 원작 <언플러그드 보이>, 3위 이미라 원작 <인어공주를위하여>가 차지했다고 한다. 시청자들은 자극적이고, 악다구니 쓰는 드라마에 지쳐 순정만화만의 ‘순정한’ 감성과 새로운 이야기에 목마른 게 아닐까.


출처:MBC


판타스틱 히스토리

청소년 시절, 순정만화가 아닌 역사물에 마음이 동했던 사람들에게는 MBC <돌아온 일지매>가 있다. 故 고우영 화백의 원작 판권을 구입, 원작을 충실하게 재현해 만들었다는 평. 격변의 조선시대, 전설적인 일지매를 구현하기 위해 3개국 로케이션과 철저한 역사적 고증을 통해 만들어졌단다. 그래선지 미술, 의상, 건축 등 눈에 띄는 어느 것 하나 아름답지 않은 것이 없고, 추억의 만화를 생생하게 다시 보는 기쁨이 2배다. <거침없이 하이킥>의 천방지축 고교생 정일우가 얼굴이 뽀얀 아름다운 일지매로 변신, 첫사랑 달이를 닮은 월희와 나누는 애틋한 사랑이야기는 순정만화 취향인 시청자의 발길도 붙잡는다.
만화 역사물은 역사에 신선함과 재미를 더한 판타지 사극의 새로운 가능성. 얼마 전 종영된 KBS <바람의 나라>, SBS <비천무>, 2003년 수많은 폐인을 낳았던 MBC <다모> 등 좁은 종이 위에서 만족되지 않았던 시각적 상상력을 만족시키는 고품격 만화 원작 드라마들이 앞으로도 속속 나와주길 바랄 뿐이다.

당신이 종이 위에 남겨두기엔 안타깝고, 눈으로 확인하고픈 만화는 어떤 것인지? 2009년 우
리에게 선보일 예정인 만화 원작 드라마는 이현세 원작의 <2009 외인구단>, 정혜나 원작의 <탐나는도다>, 일본 만화 <신의 물방울>, <시터헌터> 등이다. 저마다 원작에 가까운 화려하고 절묘한 캐스팅과 탄탄한 연출력으로 찾아온다니, 벌써 마음이 설렌다. 먼저 원작 만화를 챙겨보면서, 머릿속에 상상하던 장면들이 감독의 연출과 어떻게 들어 맞는지 비교해봐도 색다른 재미가 될 듯하다. 만화의 상상력을 브라운관에서 만나는 기쁨을 선사한 원작자들에게도 박수를 보낸다.


글 정미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