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2010 01-02 나는 내 나이가 좋다
나는 내 나이가 좋다│나이 먹는 것의 즐거움 - 높은뜻교회연합 김동호 목사
문화선교연구원
2010. 3. 2. 10:30
시간을 거꾸로 돌리고 싶을 때가 있다. 지나온 삶의 발자국이 지독히도 후회스러워서, 그 시절로 다시 돌아가 모든 걸 깨끗이 지운 채 새로 시작하고 싶은 마음이 들어서다. 영화 <박하사탕>에서 주인공 남자가 “나 돌아갈래!”라고 목 놓아 외쳤던 것처럼. 그러나 또 한편으론 너무나 행복해서, 달콤했던 과거의 기억을 잊을 수 없어 ‘그때’를 그리워하며 돌아가고 싶을 때도 있다. 만족스럽지 못한‘ 지금’과 비교하며. 어떠한 이유에서건, 지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고 싶어 하는 우리의 욕망이‘ 지금 여기’에 만족하지 못하며 살고 있다거나, ‘그때 거기’의 상처에 여적 얽매여 있는 것에서 기인하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전 그렇게 외치고 싶어요, 난 안 돌아갈래!” 한평생 살아온 삶이 그저 행복하고 감사해서, 돌아가지 않아도 될 만큼 후회도, 미련도, 아쉬움도 없다 고백하는 높은뜻교회연합 대표인 김동호 목사. 최근 높은뜻숭의교회를 4개 교회로 분립하면서 새로운 나날들을 보내고 있는 그에게, 나이 먹는 것의 즐거움에 대하여 들어보았다. 글·사진 노영신
상대에게, 더구나 어르신에게 나이를 직접 물어보는 것은 ‘실례’이지만, 왠지 그래도 될 것 같은 예감이 들어서인지 대뜸 나이가 어떻게 되시느냐, 물었다. 예상대로 주저 없이 “예순 살이에요.” 대답하는 그는 사실 아직 만 58세이지만 늘 60세가 되기를 기다려왔기에, 그렇게 대답했다고 덧붙인다. 보통 한 살이라도 나이를 줄여서 말하곤 하는 요즘 풍토와는 사뭇 다른 대답. 왜, 60세를 기다려왔을까. “저는 나이 먹는 게 좋아요. 50대 들어서는 내내 60세가 되기를 기다렸죠. 20대에는 30세 되기를 기다렸고, 30대에는 40세 되기를 기다렸죠. 특별히 60세는 굉장히 기다렸어요.” 현재 자신의 삶을 만족하게 여기지 않는다면 감히 할 수 없는 고백이다. “사람들이 왜
젊어지려고 할까요? 현재 자신의 삶에 만족하지 못하기 때문이에요. 나이를 먹으면서 현재 자신의 나이를 사랑하고 받아들이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하나님 없이 스스로 살았다면 지금처럼 잘 살지못했을 거라며, 그분의 은혜대로 살았던 지난 삶이 가장 만족스럽고 감사하다는 것. “예수 잘 믿으면 지금, 행복해요. 나이 먹는 것이즐겁죠. 그게 신앙이구요.
20대, 미치기 좋은 때
그의 20대는 어떠했을까. “정말 열심히 살았어요. 제 20대를 돌아보면 열정 그 자체였죠. 교회 일이 재밌어서 열심히 했고, 열심히 하다 보니, 잘하게 되었고, 잘하게 되다 보니, 더 재밌더라구요.” 그의 가슴 속 뜨거운 열정은 목회의 즐거움을 온전히 누리도록 이끌었고, 그가 좋아하는 일과 잘하는 일의 일치를 이루게 했다. “20대 주일학교 총무를 했을 때, 공과책만으로 성경공부 수업 하는 게 싫어서, 아는 후배에게 그림을 그리게 했어요. 당시 복사가게가 없어서 고대까지 가서 복사를 맡기고 며칠 뒤 찾아서, 색칠하여 융판에 붙여 수업을 했었죠.” 누가 시키지 않아도 이리저리 뛰어다녔던 그의 자발적 헌신은 온 몸과 마음을 들여 그가 평생 동안 감당해야 할 목회의 길을 행복하게 걷도록 도와주었다. “20대, 그때는 딱 미치기 좋을 때잖아요. 무언가에 미쳐서 뭐든 해보는 거죠. 무엇을 하며 살아갈지 잘 모를 때이지만, 뭐든 요령 피우지 말고 해보았으면 좋겠어요.” 이것저것을 재보고 따져서 판단해야 뒤처지지 않는 세상, 그래야 똑똑하다는 평가를 들을 수 있는 요즘20대의 현실은 우리 안의 번뜩이는 광기를 잠재우고도 남는다. 무언가에 미쳐보지 않은 젊음이란 얼마나 서글픈 건지. “또 중요한 한 가지는 20대에 책을 잘 읽었다는 거예요. 많이 읽은 게 아니라, 잘 읽은 거요. 좋아하는 책을 깊이 읽고 소화시켜 내 것으로 만드는 경험이 참 중요하죠. 전 역사, 철학사를 깊이 있게 읽었어요. 역사와 사회의 큰 흐름을 읽어낼 수 있는 통찰력을 얻게 되었죠.” 영어 점수 높이는 책과 자기계발서가 출판계 주류를 이루고 있는 때, 삶을 통찰하는 지혜를 우리는 어디서 배우고 있는 걸까 돌아보게 된다.
40대와 50대에 주신 깨달음
그는 34세라는 젊은 나이에 담임목사가 되었다. 그의 20대가 그랬듯이, 주어진 교회에서 열심과 재미로 목회를 해오던 그가 40대 들어서는 깨달음이 왔다. “40대가 되었는데 어느 날, 내 나이가 젊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셨어요. 밥 먹고 살수 있는 날은 길지만, 하나님을 위해 제 삶을 드리기에는 부족해서 되돌아갈 수도 없고, 앞으로 남은 시간도 많지 않다는 거였죠.” 시간이 없다는 깨달음은 조바심이 아닌, 그때그때를 충실하게 살아가게 하는 동력이 되었고, 그 지향 하나로 50대를 맞이하게 되었다. 그렇게 바쁘게 살아온 그가 50대를 맞이할 때 하나님은 또 다른 새로운 말씀을 주셨다. “하나님이 그러시더라구요. 너, 너무 일이 많다! 다 좋고 옳은 일이지만, 모두 너에게 시킨 것은 아니다, 라구요. 그래서 그때부터 일을 줄이기로 했어요. 하나님이 내게 주신 것만 하자고요.” 그는 50대 중반부터 서서히 은퇴를 준비해왔다. 교회를 4개로 분립한 것도 그 연장선상의 일이다. “비행기는 착륙 15분 전부터 서서히 고도를 낮추고 하강을 준비하잖아요. 고도를 낮추지 않고 갑자기 하강한다는 건, 하강이 아니라 추락이죠. 고도를 낮추고 다시 이륙할 사람들을 준비하는 것이 제 몫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교회 분립을 위해 좋은 사람 4명을 보내달라고 5년 동안 기도해왔죠. 이제 나, 자유 얻었네, 해요. 하하!” 그는 65세로 은퇴할 때까지 열매나눔재단의 일과 교회 전체를 코디하는 역할을 하며 이후의 삶을 준비하고자 한다.
은퇴 후에 계획이 있냐는 질문에 “잘 놀아야죠. 전 놀 거에요!” 한다. 그렇다고 일을 하지 않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일의 종류가 달라지는 거다. 그런 의미에서 엄밀히 말해, 은퇴란 없다. 새로운 삶으로의 전향, 그 나이만이 할 수 있는 근사한 일로의 전환이 일어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어떤 대안학교의 수위 아저씨가 은퇴한 교장 선생님이더라구요. 교장으로서가 아니라, 수위 아저씨로 아이들을 만나는 거죠. 얼마나 멋있어요. 그건 그 나이가 아니면 나올 수 없는 멋이에요. 나이를 제대로 먹는다는 것은 그런 멋을 부릴 줄 안다는 거구요. 저도 수위 아저씨 하면 좋겠어요. 하하!” 기다려 본 사람은 안다. 기다림 끝에 찾아오는 만남의 짜릿함이 주는 행복을. 그 행복을 맞이할 준비를 끝냈다는 듯, 그는 그렇게 60이라는 나이를 기다리고 있다.
상대에게, 더구나 어르신에게 나이를 직접 물어보는 것은 ‘실례’이지만, 왠지 그래도 될 것 같은 예감이 들어서인지 대뜸 나이가 어떻게 되시느냐, 물었다. 예상대로 주저 없이 “예순 살이에요.” 대답하는 그는 사실 아직 만 58세이지만 늘 60세가 되기를 기다려왔기에, 그렇게 대답했다고 덧붙인다. 보통 한 살이라도 나이를 줄여서 말하곤 하는 요즘 풍토와는 사뭇 다른 대답. 왜, 60세를 기다려왔을까. “저는 나이 먹는 게 좋아요. 50대 들어서는 내내 60세가 되기를 기다렸죠. 20대에는 30세 되기를 기다렸고, 30대에는 40세 되기를 기다렸죠. 특별히 60세는 굉장히 기다렸어요.” 현재 자신의 삶을 만족하게 여기지 않는다면 감히 할 수 없는 고백이다. “사람들이 왜
젊어지려고 할까요? 현재 자신의 삶에 만족하지 못하기 때문이에요. 나이를 먹으면서 현재 자신의 나이를 사랑하고 받아들이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하나님 없이 스스로 살았다면 지금처럼 잘 살지못했을 거라며, 그분의 은혜대로 살았던 지난 삶이 가장 만족스럽고 감사하다는 것. “예수 잘 믿으면 지금, 행복해요. 나이 먹는 것이즐겁죠. 그게 신앙이구요.
20대, 미치기 좋은 때
그의 20대는 어떠했을까. “정말 열심히 살았어요. 제 20대를 돌아보면 열정 그 자체였죠. 교회 일이 재밌어서 열심히 했고, 열심히 하다 보니, 잘하게 되었고, 잘하게 되다 보니, 더 재밌더라구요.” 그의 가슴 속 뜨거운 열정은 목회의 즐거움을 온전히 누리도록 이끌었고, 그가 좋아하는 일과 잘하는 일의 일치를 이루게 했다. “20대 주일학교 총무를 했을 때, 공과책만으로 성경공부 수업 하는 게 싫어서, 아는 후배에게 그림을 그리게 했어요. 당시 복사가게가 없어서 고대까지 가서 복사를 맡기고 며칠 뒤 찾아서, 색칠하여 융판에 붙여 수업을 했었죠.” 누가 시키지 않아도 이리저리 뛰어다녔던 그의 자발적 헌신은 온 몸과 마음을 들여 그가 평생 동안 감당해야 할 목회의 길을 행복하게 걷도록 도와주었다. “20대, 그때는 딱 미치기 좋을 때잖아요. 무언가에 미쳐서 뭐든 해보는 거죠. 무엇을 하며 살아갈지 잘 모를 때이지만, 뭐든 요령 피우지 말고 해보았으면 좋겠어요.” 이것저것을 재보고 따져서 판단해야 뒤처지지 않는 세상, 그래야 똑똑하다는 평가를 들을 수 있는 요즘20대의 현실은 우리 안의 번뜩이는 광기를 잠재우고도 남는다. 무언가에 미쳐보지 않은 젊음이란 얼마나 서글픈 건지. “또 중요한 한 가지는 20대에 책을 잘 읽었다는 거예요. 많이 읽은 게 아니라, 잘 읽은 거요. 좋아하는 책을 깊이 읽고 소화시켜 내 것으로 만드는 경험이 참 중요하죠. 전 역사, 철학사를 깊이 있게 읽었어요. 역사와 사회의 큰 흐름을 읽어낼 수 있는 통찰력을 얻게 되었죠.” 영어 점수 높이는 책과 자기계발서가 출판계 주류를 이루고 있는 때, 삶을 통찰하는 지혜를 우리는 어디서 배우고 있는 걸까 돌아보게 된다.
40대와 50대에 주신 깨달음
그는 34세라는 젊은 나이에 담임목사가 되었다. 그의 20대가 그랬듯이, 주어진 교회에서 열심과 재미로 목회를 해오던 그가 40대 들어서는 깨달음이 왔다. “40대가 되었는데 어느 날, 내 나이가 젊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셨어요. 밥 먹고 살수 있는 날은 길지만, 하나님을 위해 제 삶을 드리기에는 부족해서 되돌아갈 수도 없고, 앞으로 남은 시간도 많지 않다는 거였죠.” 시간이 없다는 깨달음은 조바심이 아닌, 그때그때를 충실하게 살아가게 하는 동력이 되었고, 그 지향 하나로 50대를 맞이하게 되었다. 그렇게 바쁘게 살아온 그가 50대를 맞이할 때 하나님은 또 다른 새로운 말씀을 주셨다. “하나님이 그러시더라구요. 너, 너무 일이 많다! 다 좋고 옳은 일이지만, 모두 너에게 시킨 것은 아니다, 라구요. 그래서 그때부터 일을 줄이기로 했어요. 하나님이 내게 주신 것만 하자고요.” 그는 50대 중반부터 서서히 은퇴를 준비해왔다. 교회를 4개로 분립한 것도 그 연장선상의 일이다. “비행기는 착륙 15분 전부터 서서히 고도를 낮추고 하강을 준비하잖아요. 고도를 낮추지 않고 갑자기 하강한다는 건, 하강이 아니라 추락이죠. 고도를 낮추고 다시 이륙할 사람들을 준비하는 것이 제 몫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교회 분립을 위해 좋은 사람 4명을 보내달라고 5년 동안 기도해왔죠. 이제 나, 자유 얻었네, 해요. 하하!” 그는 65세로 은퇴할 때까지 열매나눔재단의 일과 교회 전체를 코디하는 역할을 하며 이후의 삶을 준비하고자 한다.
은퇴 후에 계획이 있냐는 질문에 “잘 놀아야죠. 전 놀 거에요!” 한다. 그렇다고 일을 하지 않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일의 종류가 달라지는 거다. 그런 의미에서 엄밀히 말해, 은퇴란 없다. 새로운 삶으로의 전향, 그 나이만이 할 수 있는 근사한 일로의 전환이 일어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어떤 대안학교의 수위 아저씨가 은퇴한 교장 선생님이더라구요. 교장으로서가 아니라, 수위 아저씨로 아이들을 만나는 거죠. 얼마나 멋있어요. 그건 그 나이가 아니면 나올 수 없는 멋이에요. 나이를 제대로 먹는다는 것은 그런 멋을 부릴 줄 안다는 거구요. 저도 수위 아저씨 하면 좋겠어요. 하하!” 기다려 본 사람은 안다. 기다림 끝에 찾아오는 만남의 짜릿함이 주는 행복을. 그 행복을 맞이할 준비를 끝냈다는 듯, 그는 그렇게 60이라는 나이를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