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2010 03-04 익숙한 것과의 결별

익숙한 것과의 결별 ㅣ 지속가능한 삶을 위한 문화금식, ‘녹색교회’에서 찾다

문화선교연구원 2010. 4. 28. 10:30

신석현 목사

길었던 토요일과 주일이 끝나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풍경이 있다. 수없이 쌓인 일회용품 쓰레기와 남은 음식물들, 이곳저곳 켜져 있는 냉·난방기구와 컴퓨터들, 아직 새것처럼 반짝이는 주보와 폐A4용지들. 로날드 사이더의 표현을 빌리자면 ‘가난한 시대를 사는 부유한 그리스도인’들의 부끄러운 자화상이다. 이 시대에 환경오염, 자원 고갈, 경제적 불평등과 빈곤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을 모르는 개인이 어디 있을까. 그러나 교회 공동체로 모였을 때, 편의성과 익명성은 문제 해결을 위한 행동을 무마시키는 좋은 핑계가 된다. 하지만 모든 교회가 그런 것만은 아니다. 당연한 관습들을 끊어버리고 불편한 삶을 기쁨으로 실천하는 교회들을 우리는 ‘녹색교회’라고 부른다. 교회 내에서 꾸준히 녹색활동을 실천하고 있는 서울 관악구의 광동교회와 경기도 일산의 백석교회를 찾았다.


환경문제, 교회가 답해야 할 중요한 몫 _ 백석감리교회
환경과 선교, 금식과 선교는 얼핏 보면 잘 어울리지 않는 것 같다. 그러나 일산 백석감리교회의 활동을 살펴보면 이 말들이 어떻게 연결될 수 있을지를 알게 된다. 백석감리교회는 그리스도인들의 삶을 회색으로 만들었던 요소들을 끊는 것에서부터 출발하여 지역사회를 대상으로 점차‘ 환경선교’를 해 나가는 것을 사명으로 삼았다. “복음전도·해외선교 뿐 아니라 환경선교도 이 시대에 매우 중요한 사명이지요.” 신석현 목사의 말이다. 기후변화와 환경오염 등에 대해 교회는 어떻게 대답할 수 있는가? 많은 먹을거리가 오염되어가는 상황 가운데 교회는 어떻게 바른 먹을거리를 찾을 수 있을까? 구원받은 그리스도인의 실제 생활은 어떠해야 하는가? 이것은 단지 신학적인 질문만은 아니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생태계 파괴로 피해를 입는 최전선에 있습니다. 아이들은 아토피를 가지고 태어나고 어른들도 각종 질병에 시달립니다. 아주 현실적인 문제이지요.” 신석현 목사는 이 같은 물음을 안고 1999년에 백석감리교회를 개척하였다. 그리고 기독교환경운동연대의 도움을 받아 2000년 6월에 환경주일예배를 드린 것을 시작으로 모든 성도들이 환경살림일꾼으로 결단하게 되었다.


환경선교를 위한 백석교회의 실천

하나. 제대로 아는 것이 시작  ‘교회 내 환경교육’
백석교회는 한 주간 환경 실천한 것을 나누는 시간, 예배 후 3분 환경교육 시간 등으로 자연스럽게 환경교육을 시작하였다. 농약과 비료 등을 사용하지 않는 환경농법으로 교인들이 직접 작물을 재배하는 환경농장도 있다. EM 용액 제조 공장을 견학하고 EM 흙공 던지기에
참여하는 등 교회학교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도있다.

둘. 작은 것부터 실천하자 ‘일회용 컵 사용하지 않기’
백석교회에서는 1회용 종이컵을 찾아볼 수 없다. 교회에 오면 누구나 자기 머그컵으로 물이나 커피를 마셔야 한다. 간이용 플라스틱 컵도 설거지거리가 많아지기 때문에 사용하지 않는다. 교회 내부에는 개인 머그컵을 놓을 수 있는 장도 마련되어 있다.

셋. 살림살이를 가볍게 줄이자 ‘재활용 운동과 초록가게’
백석교회 예배실 안에서 시작한 재활용 운동이 지금의 초록가게의 모태가 되었다. “주일이면 뒤에 행거 하나를 세워 놓고, 안 입는 옷을 교환하는 식으로 진행했어요. 그러다가 주민들도 이 환경살림운동에 동참하면 좋겠다는 뜻에서 교회 밖에 행거를 내놓았지요.” 나중에
는 규모가 커져서 교회 근처에 컨테이너를 놓고 토요일마다 초록가게를 열었다. 5~6년 정도 사이에 초록가게는 마을 주민들이 자주 애용하는 유명한 장소가 되었다. 작년 11월부터는 근처 건물 1층에 상설 매장을 열어 주3회(목~토) 확대운영하고 있다. 재활용 의류·생활용품 뿐 아니라 EM과 같은 친환경상품, 유기농 농산물 등도 판매하며, 초록가게를 새로 시작하는 곳이나 재해 지역 등에는 재활용품을 무상 공급하기도 한다. 초록가게의 수입은 각종 복지단체에 기탁하여 사회로 환원한다.

넷. 바른 먹을거리 알맞게 먹자 ‘생명밥상운동’
“생명밥상운동에는 두 가지 측면이 있는데, 첫째로는 유기농 재료를 쓰는 것입니다.” 신석현 목사는 친환경적인 재료가 비싸기는 하지만, 올바르지 않은 음식물로 인해 야기되는 문제들을 감안하면 결코 비싼 것이 아니라고 강조하였다. “둘째로는 음식물을 남기지 않는 것입니다. 뷔페접시에 한데 담아서 먹고, 다 먹은 후에는 식빵으로 접시를 닦아서 먹습니다. 그래도 찌꺼기가 남는 경우에는 EM으로 발효시켜서 농사에 쓰지요.”



이 땅을 살아갈 다음세대를 위한 광동교회의 실천

하나. 하늘에서 내려온 천연에너지 ‘태양광 발전소 활용하기’
“에너지 발생 과정에서 CO2가 배출되고, 사용 과정에서도 환경오염이 발생합니다. 에너지를 절약하는 것, 태양 에너지와 같은 대체 에너지를 활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광동교회는 태양광 발전기를 교회에 설치한, 한국에서 몇 안 되는 교회이다. 설치에 소요되는 총 3,000만원 중 20퍼센트를 교회에서 대고, 나머지는 정부 지원을 받아서 2007년 8월에 설치를 완료했다. 그러나 전력을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손익분기점을 넘기는 데에도 오랜 시간이 걸리는 애로사항이 있다고 한다. “아직까지 태양광 발전소는 경제성보다는 교육적인 측면에 더 무게를 실을 수 있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연구되고 개발될 필요가 있지요. 또, 교회에서 태양광 발전을 실시하는 것으로 인해 동네에서 교회와 환경에 대한 인식이 새로워질 수 있습니다.”

둘. 자연에 되돌리지 말아야 할 독 ‘음식쓰레기 줄이기’
“인류역사가 100년이라고 친다면 비만은 99년 10개월쯤에, 그것도 일부 국가에서 특별히 나타난 현상이라고 합니다.”과다하게 먹고 과다하게 남기는 것은 단지 비만의 문제뿐 아니라 환경문제와 식량문제 등과도 연관이 있다. 주일 점심이면 광동교회 성도들은 큰 쟁반 하나에 음식을 담아서 먹고, 식빵조각으로 접시를 다 닦아서 먹는다. 방영철 목사는 음식과 관련된 가장 손쉽고도 훌륭한 문화금식은 바로 육식을 줄이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셋. 있는 그대로의 자연 ‘마당 가꾸기’
천지창조에서 인간은 순서상 꼴찌이다. 그러나 인간이 사는 도시는 너무도 인간 중심적인 질서로 이루어져 있다. “도시에서는 새, 고양이, 곤충들이 물 먹을 공간조차 찾아보기 힘들어요.” 그래서 탄생한 것이 광동교회 마당의 연못이다. 수돗물 대신 교회 지하실에서 나오는 지하수를 재활용해서 연못을 만들었다. 뿐만 아니라 빗물도 큰 통에 받아서 재활용한다. “빗물을 모았다가 화단에 주면 빗물이 꽃으로, 은행의 열매로 변합니다.” 광동교회의 작은 마당은 버려진 것이 생명으로 바뀌는 공간이다.

넷. 하나님께 드리는 좋은 것 ‘재활용품 사용하기’
목사 집무실의 책장, 책상, 전축, 의자 등을 비롯하여 교회 내부의 물품들 대부분은 재활용품이다. 할 수 있으면 안 쓰거나 적게 쓰고 재활용하자는 것이 광동교회의 방침이다. 매년 가을이면 바자회를 열어 재활용품들을 나눈다. “교회에 새 것, 좋은 것, 비싼 것을 드려야 하나님을 위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하나님께 좋은 것을 드려야 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러나 무엇이 좋은 것입니까? 값이 비싼 것이 좋은 것일 수 있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천천의 숫양과 같은 호화로운 제사보다 겸손히 하나님의 뜻을 행하는 제사를 원하신다는 성경의 가르침이 오늘날 교회 물품의 기준에도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을 것이다.




방영철 목사

창조질서의 회복은 신앙의 핵심 _ 광동교회
서울 봉천동에 위치한 광동교회는 주택들이 늘어선 골목 안의 작은 숲과 같다. 담장을 허물어 툭 트인 교회 마당에는 커다란 나무들이 가득하다.
따뜻한 계절이 돌아오면 교회 담 밑의 작은 연못에서 새나 고양이, 곤충들이 목을 축인다. 마을 구석구석 눈에 띄지 않는 자투리땅에는 성도들이 심은 꽃들이 잠자고 있다. 광동교회 방영철 목사에게 창조질서의 회복을 위한 실천들은 부가적인것이 아니라 그리스도인들에게 주어진 핵심적인 사명과 다름없다. “성경을 요약하면 하나님 사랑과 이웃 사랑이지요. 이 시대는 환경파괴가 극심합니다. ‘하나님께서 보시기에 심히 좋았더라’라는 성경의 선언이 매우 일그러져 있어요. 따라서 창조질서를 회복하는 것이 이 시대에 하나님 사랑의 중요한 영역이지요. 휴지 줍기, 풀 한포기 심기가 모두 그분을 기쁘시게 하는 일입니다.” ‘두를 환(環)’ 자를 쓰는 ‘환경’이라는 말 자체도 이미 인간 중심적인 시각이 담겨 있다. 그에 반해 생태(ecology)라는 말은 일종의 시각의 전환이다. “생태의 중심에는 하나님이 계십니다. 그분을 중심에 모신 생태의 개념에서 세상을 보고 우주를 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생태적인 활동은 이웃 사랑의 실천이기도 하다. “이웃은 동시대의 사람 뿐 아니라 우리 뒤에 이 땅에서 살아갈모든 사람들을 지칭하지요.” 동시대인에게 더 나은 삶의 조건을 마련해주고, 그것을 후손들에게 잘 물려주는 것이 모두 이웃사랑에 포함된다고 한다. 대체 에너지 생산, 재활용품 사용, 연못 가꾸기 등 광동교회가 실천하는 모든 생태적인 활동들은, 그리스도인이 자기를 위해서만 에너지와 자원을 쓰지 않고 다른 생명체들과 그것을 함께 나눌 때 하나님 사랑과 이웃 사랑의 계명이 성취될 수 있다는 방영철 목사의 목회 철학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모든 교회가 동일한 조건에 놓여 있지 않기에, 모든 교회가 동일한 프로그램을 실행할 필요는 없다. 방영철 목사의 말처럼, 환경운동은 프로그램의 문제가 아니라 ‘사람을 바꾸어야 하는 문제’이다. 기존 교회들이 녹색교회운동에 참여하려면 가장 먼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물었을 때, 신석현 목사도 같은 대답을 남겼다. “가장 먼저는, 교회 내에서 관심 있는 사람을 발굴해야 합니다. 그리고 목회자의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합니다.” 교회가 충분히 많은 것을 누리고 있다는 사실에 아파할 수 있을 때, 그래서 당연함과 편안함을 자발적으로 포기하고 모두가 생명과 평화를 누리는 생태적인 교회를 만드는 데에 동참할때, 교회의 사순절 금식은 비로소‘ 여호와께서 기뻐하시는 금식’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정동현|사진 정미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