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2010 05-06 공동육아, 우리가 함께 자라나다

공동육아, 우리가 함께 자라나다 4 l 공동육아, 부모가 행복해지다

문화선교연구원 2010. 6. 9. 10:30
아영, 시훈, 시영이네 집 이야기

엄마이야기 | 조동미(엄마·과천 열리는 어린이집)
내가 처음 공동육아의 문을 두드린 이유는 간단했다. 세 아이 중 둘째 아이가 유난히 예민하고 아토피도 있어서 조금 덜 스트레스 받고 먹을거리도 친환경적인 어린이집을 찾다 보니 자연스럽게 공동육아와 만났던 것이다.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공동육아 어린이집이 있었고, 넓은 마당에서 선생님들과 편안하게 얘기하며 흙을 주무르고 노는 아이들을 보며 망설임 없이 두 아이를 들여보냈다 둘째는 5살 중반에서야 공동육아 어린이집 생활을 시작했는데, 적응이 더딘 둘째가 그래도 새 어린이집에 연착륙할 수 있었던 것은 적응기에 양육자가 함께 생활할 수 있는 배려 덕분이었다. 우는 아이를 들여보내고는 닫힌 문 앞에서 마음을 졸였던 기존의 어린이집에 비해 엄마도 아이도 조금 더 천천히 편안하게 새 환경을 받아들일 수 있었다.
공동육아를 하면서 가장 많이 달라진 모습은 뭘까 생각해보니 우선은 까맣게 그을리며 튼튼하고 건강해진 아이의 모습이 생각난다. 바깥 활동이 많이 피부는 까매지고 해가 지도록 터전을 누비며 친구들과 갖가지 놀이에 빠져들고, 먹을거리 또한 친환경 급식이다 보니 면역이 많이 생겨서 또래의 친구들과 뭔가를 함께하다 보면 에너지가 넘쳐났다. 무엇보다도 그 나이에 맞게 신나게 노는 것을 배울 수 있었던 것 같다.
나 자신 또한 공동육아를 겪은 부모로서도 이전의 모습과 비교해 보았을 때 많이 달라졌다고 하겠다. 공동체에 대해 개개인으로서 책임감이 얼마나 중요한 지도 배웠고, 아이에 대해 세심하게 배려하며 노력하는 부모들의 모습을 보면서도 가까이에서 참 많이 배울 수 있었다. 더구나 내 아이만 아니라 우리의 아이, 더 나아가서 우리 민족의 아이들, 세계의 아이들까지 ‘함께’라는 생각으로 엮어 주었다.
특히나 아빠들의 참여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공동육아에서 남편도 참 많이 바뀌었고, 그것은 나의 육아 부담을 확연히 덜어 주었다. 실질적인 도움도 늘었고 심정적인 지지도 많이 늘어났다. 공동육아는 그렇게 아이를 함께 키우며, 우리 부부가 함께 커가게 해 주었다.

조동미|현재 세 아이(9세 아영이와, 8세 시훈이, 그리고 7세 시영이)를 거의 도맡아 키웠다는 것에 무한한 자부심과 보람을 지니고 있는 초등학교 교사. 대학원에서 ‘교육연극’을 배우고 있다.


아빠 이야기 | 한경수(아빠·과천 열리는 어린이집)

십 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 옛말이 무색하게, 요즘에는 삼 년이면 세상이 변한다고 한다. 그만큼 급변의 세월을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나 역시도 일에 쫓겨 아이들에게 시간을 내지 못하면서도 늘 마음 한구석에 미안함과 아쉬움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우연히 공동육아를 만났다. 업무에 쫓기다 보니 육아는 거의 아내가 도맡아 했는데 공동육아를 경험하면서 아내의 전유물이었던 육아에 자연스럽게 조금씩 참여하게 되었다. 나는 나름대로 가족들을 위해 최선을 다해 일하고 있다고 믿었는데, 사실은 가족과 멀어지는 길을 뒤도 돌아볼 시간도 없이 가기만 했던 것이다. 공동육아에서 다른 아빠들이 육아에 참여하는 모습이 나에겐 큰 자극이었다. 또한 관계지향적인 공동체 모임이다 보니 소중한 사람들을 알아가고 자연스럽게 이웃과 친구가 생겼다. 다시 말해, 육아가 더 이상 서로 떠밀기의 대상이 아닌 ‘즐거운 육아 경험’으로 바뀌게 해준 것이다. 또한 모두 주인이 되어야 하는 공동육아를 경험하면서 부모들이 머리를 맞대고 함께 터전을 운영하고, 아이들이 또래들과 함께 커가는 모습 뿐 아니라 부모들도 한 해 한 해 커가는 모습을 보면서 ‘함께한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일인지 다시 한 번 깨달을 수 있었다. 아이들이 자연 속에서 꿈을 키워가며, 친구들과 싸우기도 하고 함께 웃고 울기도 하면서 몸과 마음이 건강하게 자라기를 바라는 그 마음 만큼이야 모든 부모의 바람일 것이다. 하지만 요즘은 모든 것이 경쟁에서 시작해서 경쟁으로 끝나는 시대, 그것도 불공정한 경쟁의 시대가 아닌가. 이러한 불공정한 경쟁의 시대는 아이들을 아이답게 키우고자 하는 소박한 부모의 마음마저 손쉽게 유혹한다. 그래서 더더욱 서로 의지와 울타리가 되어 주는 공동육아가 절실히 필요한 시대일지 모르겠다. 지난 1990년 중반과 지금이 다르듯이 다가올 2020년 이후의 삶도 지금과는 많은 것이 달라질 것이다. 수많은 유혹에도 불구하고 조금만 더 긴 호흡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 부모들이 살아가고 있는 지금 현재의 관점이 아니라 우리 아이들이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할 수 있는 10여년 후의 관점에서 생각해 보는 것. 아이들에게 당장 눈에 보이는 성과를 기대하기보다는 아이들의 잠재력과 꿈을 키우는 것이 바로 부모가 해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렇게 시대 속에서 한 축을 이루는 공동체문화에 나와 내 아이들이 함께할 수 있어서, 공감대를 만들어갈 수 있어서 기쁘다.

한경수|법무법인 ‘위민’에서 변호사로 일하고 있고, 세 아이(아영, 시훈, 시영)의 아빠이며 과천공동육아 ‘열리는 어린이집’ 대표이사, 관문초등학교 운영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