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인디 : 구름에 달 가듯이 산다
기적을 노래하라, 엘 시스테마
문화선교연구원
2010. 11. 8. 13:30
이런 의문에 답을 제시해주는 다큐멘터리 영화가 마침 상영 중이고 반응도 꽤 좋다. 바로 <기적의 오케스트라 - 엘 시스테마>다. 이 영화는 ‘베네수엘라 국립 청년 및 유소년 오케스트라 시스템 육성재단’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렇게 긴재단 이름을 줄여서 ‘엘 시스테마’라 한다. 엘 시스테마의 창립자인 안토니오 아브레우는 1975년에 카라카스의 빈민가에서 사비를 들여 전과 5범을 포함한
11명의 청소년에게 음악을 교육하기 시작했다. 당시 카라카스 빈민가는 폭력범죄, 포르노 등이 넘쳐나 해가 진 후엔 외출조차 할 수 없을 정도였다고 한다.
아이들은 총격전에 희생되기 일쑤였다. 이 다큐멘터리에도 음악학교에 가기 위해 길을 나섰다가 총격을 당한 소녀의 이야기가 나온다. 카라카스 아이들에겐 미래가 없었다. 물질적인 지원이 없는 것은 물론이고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것, 즉 희망이 없었다. 희망만 있다면 설사 빈곤하더라도 건강한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다. 이들에겐 또 유대감을 느낄만한 공동체도 없었다. 무엇인가에 도전하지 않으므로 성취감도 느낄 수 없었다. 안토니오 아브레우는 생각했다.‘ 음이 이 모든 것을 바꿀 수 있을 것이다. 음악이 아이들에게 희망을 줄 것이다. 음악이 아이들에게 공동체 정신을 길러 주고 새로운 삶을 살게 할 것이다.’ 과연 그럴까? 말이야 그렇게 할 수 있겠지만 실제로도 그런 일이 벌어질까? 어쨌든 그는 실행에 나섰고 베네수엘라 정부가이에 호응해 예산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는? 거두절미하고, 기적이다. 음악은 기적을 창출해냈다. 빈민가 아이들은 정말로 새로운 삶을 살기 시작했고, 오케스트라와 합창단을 하며 협동심을 배우고 미래의 꿈을 꾸었다. 위험했던 빈민가는 안전하게 외출할 수 있는 곳으로 변모했다. 이 영화에서 한 아이는 이렇게 말한다.“ 사람들이 빈민가 아이에게 무엇이 있겠느냐고 하겠지만 나에겐 음악이 있어요.”
처음에 11명으로 시작했던 단원 규모는 현재 30만 명(!)에 이르렀다. 엘 시스테마 음악학교를 원하는 곳이 너무나 많아 지금도 맹렬히 규모를 확장하고 있다고 한다. 엘 시스테마 출신이 LA필하모닉의 지휘자가 되기도 했다. 베를린필 지휘자 사이먼 래틀은 이렇게 말했다.“ 나는 엘 시스테마 아이들의 얼굴에서 음악이란 이래야 한다고 믿어왔던 것을 보았습니다. 바로 소통과 순수한 즐거움입니다.” 엘 시스테마 다큐영화를 통해 그런 순수한 즐거움이 세상을 어떻게 바꾸는지 확인해보자.
하재근|날라리의 기질과 애국자의 기질을 동시에 타고 났다. 그래서 인생이 오락가락이다. 어렸을 때 잠시 운동권을 하다, 20대 때는 영상 일을 했었고, 30대 초중반부터 다시 운동권이 됐다가, 요즘엔 다시 날라리로 돌아가 대중문화비평을 하고 있다. 때때로 책도 쓰며 인터넷 아지트는 http://ooljiana.tistory.com 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