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2011 03-04 기독교 문화, 그 안과 밖을 가꾸다
속사람을 채우다 - 소통ㅣ 이유가 없어도, 당신이니까 괜찮아
문화선교연구원
2011. 4. 22. 10:30
기본이 갖춰진, 소통이 잘 되는 인간을 꿈꾸며 무엇을 배울까, 누구를 찾아갈까 고민했다. 하지만 자칭 소통전문가라 말하는 사람도, 인격적 대화의 전문가도 왠지 멀게만 느껴졌다. 소통에 과연 전문가라는 것이 존재할까? 결국, 소통이란 사람과 사람 사이에 문제이기에 명확한 답은 없는 게 아닐까? 고민끝에 나는 이런 결론을 내렸다. ‘관계의 문제는 소통의 문제이고, 소통의 문제는 결국 공감의 문제다’라고. 내가 하는 말에 공감보다는 토씨부터 다는 이에겐 피곤해서라도 입을 안 열게 되는 것이 인지상정. 뻥뻥 뚫리는 소통을 위해 공감 능력을 높여보자. 글 정미희
먼저, 공감해야 할 대상 정하기
우선 나의 직업과 교회에서 가장 공감해야할 대상은 젊은 여성이다. 요새 서점가에는 여성들에게 멘토를 자처하는 사람들이 많다. 연애는 이렇게 하라, 직장에서는 이렇게 하라, 옷은 이렇게 입어라 등등. 일 잘 하고, 자신의 인생을 즐기며, 겉과 속이 아름다운 여성이 되기 위한 비법이 즐비하다. 그건 다 이유가 있다. 사회에서 많은 여자 선배들을 만나지만 진정한 멘토를 만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니까. 이 나이가 돼서야 그게 비단 선배만의 잘못이 아니라 내 잘못도 크다는 것을 깨닫지만 말이다. 어쨌든 여전히 나는 공감 능력을 갖춘 선배이자 언니가 되고 싶고, 그런 언니를 만나고 싶다. 언제든 찾아가 밥 사주라 조르고, 푸지게 오만가지 이야기를 풀어 놓을 사람이, 그리고 사람을.
둘째, 멘토 찾아 나서기
서점에서 드디어 만났다(난 모든걸 책을 통해 먼저 배운 다음 실천하는 유형이다). 어쩜, 내 마음과 제목도 똑같을까. <여자공감>이라니. 게다가 필자는 16년 차 기자다.
좀 가벼운 책이겠거니 했는데 내 마음과 똑 닮은 이야기들에 자꾸 멈춰 서게 된다. “너를 버리는 사람과 버려진 너를 일으켜 세우는 사람은 한순간에 판가름 나지 않아. 세월이 말해줘. 그 흐름을 놓치지 말고 적당히 긴장하고 사는 것, 그게 바로 내가 주문한 사회생활의 안테나란다”(p.98). “가장 바보 같은 일꾼이 누군지 알아? 남의 부림을 받는 신분이면서 자기가 주인인 줄 아는 일꾼이야”(p.104). 이런 말들이야, 누구나 쉽게 하는 거 아니냐고? 누가 어떤 경험치로 그런 이야기를 하느냐에 따라 다가오는 임팩트는 다른 법. 책을 읽는 내내 누군가 내 옆에서 등도 두드려 주고, 손도 잡아주고, 머리도 쓸어주면서 조근조근 이야기 해주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셋째, 실제로 만나 공감하기
기자의 특권이란 게 이런 거다. 만나보고 싶었던 사람을 기자이기 때문에 만나볼 수 있는 것. 나이가 들수록 마음 맞는 친언니만큼 인생의 든든한 힘은 없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늘 탐나던 언니라는 존재를 자처하는 그 사람, 안은영 기자를 만났다. 그녀가 일하고 있는 광화문 메트로 신문사 사옥에 들어서 나는 길을 잃었다. 한창 신축공사 중인 건물을 헤매다 그녀를 마주했을 때, 이미 난 생짜 초보 기자가 된 기분이 들었다. ‘그 작은 건물을 헤매는 꼴이라니.’ 그리고 전화상과는 다르게 흡사 MC 정지영 같은 목소리의 그녀 앞에서 뭘 질문해야 할지도, 무슨 말을 해야 할지도 모르겠는 기분이 되어 버렸다. 기자 16년의 경력과 아우라로 내 모든 걸 꿰뚫어볼 것 같아 자신감이 무말랭이처럼 쪼그라든 판이었다. ‘언니를 만나러 온 거였는데… 이러면 안 되는데…’
소통에 대한 주제와 공감에 대한 생각을 주저리 풀어놓았을 때, 그녀는 답은 기술이 아니라 결국 사람 자체라는 것을 일깨워주었다. 자신의 화두는 결국 사람이라며 소통과 공감이 중요하지만, 결국 중심은 사람이니 나부터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것. 그럼 좋은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설명하지 않아도 내 마음을 알아주는 사람, 말 이외의 내 손짓, 몸짓, 눈빛… 그런 요소를 이해하는 사람, 앞을 막아서지 않고 늘 옆에 서 있는 사람, 겉과 속이 같은 사람” 여기까지 말하다 그런 생각이 든다. 뜬구름. “근데 어차피 좋은 사람은 이걸 다 안 채워도 그냥 좋잖아요. 미희 씨는 몇 명한테나 좋은 사람인 것 같아요?”라고 되묻는다. 순간 떠오르는 얼굴들, “3명 정도”라고 했을 때 그녀는 어깨를 툭 치듯 말했다. “그럼 미희 씨는 성공한 거예요. 자신이 없어서 한 사람도 말 못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요.” 그렇게 흘러가는 이야기 속에 나는 눈물이 왈칵할 것 같은 당혹스러움을 맛보며, 그녀에게 내 마음을 들켜 버렸다. 그런 내 마음을 그녀는 짐짓 모른 체하며, 기자 일과 작가 일에 대해 이야기를 풀어놔 주었다. 그 사이 내 마음속에는 몇 개의 다짐이 생겨났다. 이것이 말로만 아닌 살아있는 공감 능력이 아닐까.
공감의 법칙과 기술이야 그녀의 책을 비롯해 다른 책을 딱 하나만 골라 삶에 적용해보면 된다. 이 책 저 책 봐야 실천하지 않으면, 삶은 계속 실망의 폐허에 방치된다. 그래도 상사와 갈등으로 고통과 고뇌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당신에게 이 기술은 전해주고 싶다.
하나, 상사에게 사소한 것까지도 협의할 것. 이것에서 이해와 배려가 시작된다. 이런 사소한 것은 보고하지 않아도 될 거야, 라고 하지만 후배 말고는 아무도 해줄 수 없는 말이라는 것을 명심할 것. 둘, 내가 제일 바쁘다는 피해의식에 빠져 있지 말 것. 다 각자 일의 무게가 있다. 명백히 나는 5가지 일을 하고, 상대는 3개의 일을 하고 있어도 그건 불합리한 것이 아니라 일의 역학일 뿐이다. 일은 주어질만한 사람에게, 주어질 만큼 간다. 셋, 상사에게 늘 긍정적인 긴장감을 주는 후배가 되라. 좋은 말만 하면 그 관계는 지루해진다. 서로 건강하게 부딪쳐야, 소통이 되는 법이다.
일 좀 해본 사람들은 알 거다. 이 말이 얼마나 정답인지. 그녀에게 전수받은 인터뷰 공감 비법도 있지만, 이건은 나의 직업적인 발전을 위해서 묵혀두었다가 다음 호 <오늘> 취재 때부터 적용해볼 생각이다. 그리하여 올해 나의 목표는 공감하는 인터뷰어, 공감하는 언니, 공감하는 후배다. 소통이 잘될 것 같은 예감, 팍팍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