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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2012 11-12 우리, 너를 응원해

우리, 너를 응원해 4│아름다운 세상의 조각조각에 빛을 밝히는 너를 응원해! - Mosaic


망원동 에코브릿지 카페에서 열린 인디밴드 공연. 벽에 붙은 공연 포스터에는 큼직 하게 ‘흥얼흥얼 팔도 어쿠스틱 프로젝트(이하 팔도 어쿠스틱)’라고 쓰여 있다. 역시 늦은 밤 감성을 촉촉하게 만드는 데는 따뜻한 어쿠스틱 기타 소리가 제일. ‘도노반과 제3 행성’, 그리고 ‘건훈씨’의 감칠맛 나는 사투리가 양념처럼 노래와 함께 버무려진다. 두 팀은 오늘 공연을 위해 대구에서 올라왔다고. 대구에도 이렇게 좋은 밴드가 있구나. 신선하고 기분 좋은 충격이 따라왔다. 최새롬 · 사진 최새롬, 송건용


시선의 방향을 바꾸어놓다
‘팔도 어쿠스틱’은 웹진 모자이크의 장기 프로젝트다. 서울 정릉에서 시작해 지난 1년간 광주, 대구, 제주, 부산 등으로 옮겨 다니 며 지역 밴드의 노래와 이야기를 영상에 담았다. 뮤지션의 추억이 배어 있는 곳에 텐트를 치고 원테이크로 촬영을 진행한다. “워낙 아웃도어가 대세고, 그쪽에서 스폰서를 구하기가 쉬울 거란 생각도 있었는데, 여행의 느낌도 내고 지역 나름의 배경도 보여주고 그런 의미에서 한 거죠.(김예찬)” 완성된 영상은 모자이크 웹페이지에 올려 수많은 사람과 공유한다. “홍대에 집중된 인디 밴드에 서 지역 밴드로 눈을 돌리자, 그런 취지였어요. 근데 사실 재밌어서 시작했죠.(박형진)” 
주목받지 못하는 이에 대한 조명이란 점에서 ‘팔도 어쿠스틱’은 모자이크 프로젝트의 연장선에 있다. 모두 유명인을 좇아 우르르 몰려갈 때, ‘모자이크’는 오로지 카메라 한 대를 들고 아무도 주목하지 않던 평범한 사람들을 찾아갔다. “모자이크처럼 점점의 그림을 가까이서 봤을 때는 큰 그림을 알 수가 없는데 멀리서 보면 아름다운 큰 그림이 보일 것이다, 그 점점의 사람들에 집중 해보자, 그런 생각이었죠.(김예찬)” 보통 사람의 소소한 이야기는 감각적인 디자인, 음악과 어우러져 근사한 영상으로 다시 태어났다. 그러자 이제껏 한쪽으로 쏠려 있던 수많은 시선이 ‘보통 속의 특별함’을 향해 그 방향을 바꾸기 시작했다. “저희도 좀 의외였어요. 당연히 반응이 오기를 원했는데, 이 정도의 반응을 기대하진 않았던 거라. 그래서 더 탄력을 받았던 것 같아요.(김예찬)” 

평범한 사람에서 출발한 평범한 사람의 이야기
다큐멘터리 작업, 공연 기획 등 전방위적으로 활동하며 모 자이크를 이끌어가는 디렉터 김예찬. 화려한 스펙의 소유자일 거라고 예상했지만, 그는 모자이크를 시작하기 전까 지 영상을 찍어본 적도, 이쪽 방면에 전혀 관심을 둔 적도 없는 그저 평범한 사람이었다고 했다. 발단은 두 청년이 세계의 사회적 기업가들을 찾아다니며 인터뷰한 내용을 담은 <세상을 바꾸는 대안기업가 80인>이라는 책 한 권이었다. 책 속 주인공들과 달리 보통 사람의 이야기를 담는 것만으로도 재미있겠다고 생각한 그는 동생 김예신과 함께 홈페이지를 만들 줄 아는 오랜 동네 친구 양윤모를 찾 아갔다. 그들의 이야기에 반응이 시원찮은 다른 이들과 달리 양윤모는 흔쾌히 합류했다. 양윤모가 뼈대를 만들고 디자인을 전공한 김예신이 생기를 불어넣자 2010년 3월 어느 날, 모자이크라는 근사한 웹페이지가 탄생했다.
인터뷰 대상자는 주변 지인들이었다. 오랜 시간 알아온 지인들이 카메라 앞에서 그동안 들려주지 않았던 진솔한 이야 기를 꺼내놓는 것을 보며 놀랐다. “사람들이랑 앉아서 이야 기하면 ‘아 이런 삶이 있구나’, 이렇게 열정적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고, 자기 삶에 대해서 이렇게 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있고. 그 사람의 에너지를 느끼는 것 자체가 열정을 가지게 되는 동기였어요.(박형진)” 

‘공동체’에 방점을 찍다

듣다 보니 이 ‘모자이크’라는 커뮤니티, 여간 독특한 게 아니다. 지인, 인터뷰이 등 인연을 맺은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하나의 네트워크를 이루며 오픈 플랫폼 형태로 발전했다. “프로젝트 그룹이라고 멤버를 모집하고 사람들을 끼워 맞춰 스태프 대 스태프 느낌으로 진행하는 일들을 보면 좀 불편한 부분이 있어요. 전부 다 친구인 우리가 특수한 경우이기는 하지만요.(김예찬)”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정도도 제각각이다. “진행하는 프로젝트에 흥미를 못 느끼고 참여 안 하는 친구들도 있어요. 근데 우린 스태프라고 부르고 그 자체로 인정해요. 이 커뮤니티성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을 하기 때문에.(김예찬)” 모든 일은 비주기적, 유동적으로 벌어지고 마감도 없다. 알수록 신기한 시스템이다. “그런 건 전혀 문제 되지 않아요. 왜냐하면, 우리는 스태프가 아니라 친구니까.(김예찬)” 그러고 보니 인터뷰 내내 ‘스태프’가 아니라 ‘친구’라는 단어가 빈번하게 등장했다.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하는 ‘공동체’의 의미가 그들에게는 더 소중해 보였다.
    
과도기, 지금 모습 그대로
현재는 ‘팔도 어쿠스틱’과 임순례 감독이 공동 연출로 진행하는 ‘홈리스 월드컵’ 다큐가 가장 중요한 프로젝트다. 여러 좋은 프로젝트를 하고 있지만 중압감도 늘어간다. 특히 여러 일을 겸하기 힘들어 가장 즐거워했던 인터뷰 작업을 여섯 달째 내려놓고 있는 것이 제일 아쉬운 것이라고.
모자이크의 멤버 대부분은 현재 각자 자신의 삶을 찾아 나가는 과도기적 단계에 있다. 모자이크 또한 과도기다. 모자이크 활동만으로 삶을 유지할 수 있도록 수익을 낼 수 있는 모델을 고민하는 중이라고. 앞으로 모자이크가 어땠으면 하는지 물었다. “지금 있는 그대로 이런 식으로 계속해도 별로 문제가 되지 않을 것 같아요. 우릴 보는 사람들이 자기가 기억하고 싶은 대로 우릴 기억해주기 때문에… 어떻게 변하든지 상관없이 그냥 계속하면 좋을 것 같아요. 이대로. 그러니 그냥 멈추지 않게 우릴 기억해달라고 하고 싶어요.(김예찬)”
지금의 상황이 가까이서 보면 어려움일 수 있지만, 시간이 흐른 뒤에 돌아보면 아름다운 그림의  한 부분일 것을 믿고 응원하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