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을 포기하는 시대, 스크롤을 내리고 나면 ‘결혼하고 싶다’는 댓글을 달게 하는 것이 있으니 우리는 그것을 ‘결혼 장려 웹툰’이라 부릅니다. 혼인 장려와 낮아지는 출산율 타개를 위한 정부, 어쩌면 그보다 큰 무엇의 ‘한 수’일지도 모를 만큼, 다양한 상황과 구성으로 사람을 혹하게 하는 부부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원유진


잠들기 전이나 출근길에 스마트폰을 꺼내어 으레 보는 웹툰. 스크롤의 미학을 선보이는 웹툰은 일상 문화로 안착했습니다. 다양한 경로로 웹툰 작가가 대거 유입하면서 웹툰의 장르와 규모도 굉장히 폭넓은 스펙트럼을 갖췄습니다. 극적 긴장감이 탁월한 이야기를 좋아하긴 하지만, 새 웹툰이 등장하면 놓치지 않고 찾아보는 장르가 있습니다. 일상에서 만나는 소소한 이야기를 소재로 작가가 자기 생각과 이야기를 풀어주는 ‘생활 웹툰’입니다. 작가가 어디에 주안점을 두느냐에 따라 주제가 다양해지는데, 영화와 책에 관한 이야기부터 고양이와 개 등의 반려동물과 함께 살며 느끼는 것을 그리기도 하고, 맛있게 잘 차린 음식점을 찾아가거나 음식 메뉴, 음식재료에 집중하여 소개하기도 합니다. 여행 다녀온 이야기는 물론이고 가족의 이야기나 연애에 관한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는데요. 가족이 주는 끈끈함과 연애의 달고 시큰함을 작가의 시선으로 함께 보는 것은 말을 차지게 하는 친구의 근황을 듣는 것 이상의 재미가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이번에는‘ 결혼’한 작가의 일상을 다룬 웹툰을 소개해보려고요. 우리 각자의 삶이 같아 보여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같은 것이 없듯이, 부부의 삶은 개성이 넘쳐납니다. 


네가 오타쿠인 것, 그것마저 사랑해
벌써 여덟 번째 시즌을 준비하고 있는 난다의 <어쿠스틱 라이프>는 고등학생 때 만나 6년의 연애를 거쳐 결혼한 한군과 난다의 일상을 다룹니다. 웹툰 작가인 아내와 게임 개발자인 남편의 신혼을 엿볼 수 있는데요. 남편 ‘한군’이 ‘게임 오타쿠’인 것이 이 웹툰의 특색이죠. 실제 오타쿠 남편과 남자친구를 둔 독자의 격한 공감을 얻어내는 한편, 일상에서 발견하는 소소한 이야기가 난다 작가의 걸출한 글과 그림을 만나 보는 재미를 더해줍니다. 부부의 삶이 특이하고 재미있기도 하지만, 워낙 진솔하게 제 이야기를 풀어냈기 때문인지, 꽤 오랜 신혼 생활을 보낸 후에 작가가 전한 임신 소식에 독자가 함께 기뻐했던 그때의 훈훈한 분위기를 잊을 수 없습니다. 태명이 ‘쌀’이었던 시호를 낳고 다음 시즌으로 돌아올 난다의 이야기를 기대해봅니다. 







결혼해도 똑같을 수 있어서 더 부러운 부부의 일상
천천히 건강하게 살을 빼는 만화 <다이어터>로 큰 반향을 일으키기 전에도, 캐러멜스튜디오는 유난히 선한 캐릭터와 정교하면서도 위트 넘치는 구성으로 사랑을 받았었지요. 작가와 팬에서 어시스트로, 이제는 동료 작가로 활동하는 캐러멜과 네온비의 신혼 이야기, <결혼해도 똑같네>가 있습니다. 캐러멜 스튜디오의 스토리 작가였던 네온비가 그림까지 맡은 <기춘 씨에게도 봄은 오는가>를 보면 알 수 있듯, 네온비는 실제 이야기를 시원하고 과감하게 풀어내는 마력이 있습니다. 만화가 부부의 삶을 개그와 패러디로 풀어내되, 현실의 무게를 걷어내지 않으면서도 독자에게 넘치는 부러움과 염장, 오글거림을 끌어내요. 말로는 ‘결혼해도 똑같다’고 하지만, 회를 거듭할수록 독자는 오해(!)하는 거지요. 결혼하면 나도 저 부부처럼 재미있고 발랄하게 살 수 있을 것만 같다고요. 



연애 
유쾌 발랄 부부의 미쿡 생활 적응기 
처음엔 유학생 부부인가 했죠. 아니었습니다. 남편 뚱스는 이력서를 넣었던 겁니다. 국내 수많은 곳과 함께 외국으로도! 그리고 미국 보스턴으로 간 거지요. 딩스는 뚱스와 함께 미국 보스턴이라는 낯선 곳으로 가서 이리저리 부딪치며 겪는 일상을 딩스만의 발랄한 그림체와 글로 보여줍니다. 뚱스의 사진은 보너스죠! 한 회 한 회, 꾸준히 따라가던 독자는 어느새 딩스와 뚱스의 팬이자 친구가 되어, 외지에서 외로울지 모를 부부의 위로와 기쁨이 되기도 합니다. 뱃속에 있을 때부터 수많은 관심을 받은 땡스도 독자들의 성원 때문인지 건강하게 자라고 있고요. 보스턴에 이사할 일이 생겼나요? 이만한 안내서가 없습니다. 휴대전화 개통이며 이사와 육아까지, 조금만 더 들여다보면 만화 속에 깨알 같은 개그와 정보가 들어있거든요. 그러나 그중에서도 이 웹<딩스&뚱스 in 아메리카>의 가장 강력한 조언은 ‘배우자가 있으면 어떤 어려움도 함께 이겨낼 수 있다’는 것이 아닐까 해요.




우리나라에서 외국인과 연애하는 것, 편견과 싸워나가는 일
메브는 영국에 삽니다. 한국을 사랑하죠. 태권도를 배워 가르칠 준비도 하고 있어요. 한국 음식도 좋아하고, 한국어도 제법 유창합니다. 메브의 아내는 펭귄입니다. 한국에서 만난 한국인이지요. 국적이 다르다고 하여 둘의 연애를 색안경 끼고 볼 이유는 없어 보이지만, 부러운 눈으로 손발이 오그라드는 걸 감수할 필요는 있는 것 같아요. 외국인 남자친구의 이야기로 시작하여 결혼과 영국 생활로 잇따르는 이 웹툰, <펭귄 러브즈 메브>에는 외국인과 연애에 관한 편견을 조금씩 깨나가기도 하고요. 결혼을 결심하고, 남편을 따라 영국으로 건너간 펭귄의 이야기는 타지에서 외국인으로 사는 기분을 전하기도 합니다. ‘재미 삼아 붙였다’는 영어 자막은 부담 없이 정기적으로 보아서인지 유익하고요. 특별편마다 나타나는 메브의 그림과 목소리는 정겹습니다. 그러니까 결론은, ‘부러워요!’



살림하는 남편에서 1호 노예가 되어, 아내 겸 사장님과 알콩달콩
<마린 블루스>를 기억하시나요? 성게군과 친구들의 일상을 재미있고 때로는 감성 가득하게 풀어낸 웹툰이었죠. 포털사이트에서 웹툰에 관심을 두기 전부터 일찍이 그 가능성을 발견했기 때문인지, 마린 블루스의 캐릭터는 아주 괜찮은 사업 아이템이었습니다. 안타까운 것은 성게군이 회사를 그만두고 그 캐릭터를 두고 나올 수밖에 없었던 것. 그렇다고 이야기꾼이 이야기를 멈출 수 있겠습니까? 성게군은 마조로 변신하여 우리 앞에 나타났습니다. 두둥! <마조앤새디>는 연애와 결혼 이야기뿐만 아니라 주부主夫의 일상과 관심사를 마조만의 개그와 패러디로 보여주며 공감을 얻고 있죠, 새디가 직장을 나와 새 사업체를 꾸리면서 마조는 주부 겸 노예가 되는데요. 마조와 새디가 함께 만든 회사는 연재의 힘을 입어 조용하고 강력하게 그 규모를 키우고 있어요. 독자들과 함께 김장을 하고 나누는 등 사회공헌도 놓치지 않는 마조-새디 부부! 둘의 내일도 웹툰으로 함께 하며 확인할 생각을 하니 기분이 더욱 좋고 부럽네요.



생활을 극화하는 과정에선 어쩔 수 없는 미화와 포장이 있겠지요. 혼자 몇십 년을 살아오다 둘이 함께 사는 것이 맞춘 듯 잘 맞아떨어질 순 없잖아요. 그러니 늘 꽃 날리는 봄날 같은 생활은 아니겠지요. 그렇다고 불특정 다수가 보는 웹툰에 싸우고 미워하고 속상하게 하는 이야기를 주저리주저리 풀어놓기란 쉽지 않을 겁니다. 다루지는 않았지만, 부부의 이야기를 들려주다가 이혼으로 연재를 멈춘 일도 있어요. 역시 사생활을 소재로 쓰는 건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래도 제 얼굴과도 같은 그림으로 소통하는 매체의 특성 때문인지, 작가들은 조금씩 더 솔직하고 자세한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그 때문에 악성댓글에 상처를 받기도 하죠. 하지만 그보다 더 많은 건 역시나 부러움과 응원의 목소리입니다. 진솔한 이야기가 독자를 살살 건드려서 공감을 끌어내고 기대를 하게 만드는 거죠. 이러니 달리 결혼 장려 만화라 불리겠습니까? 네, 진실한 이야기의 힘은 여기에서도 마찬가지네요. 소통을 위해 먼저 손을 내민 작가님들, 고맙습니다. 전 계속 부러워하는 눈으로 응원할게요!

Posted by 문화선교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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