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산골짜기이든, 외진 마을이든, 바다 건너 섬이든, 어느 곳에든지 전국 방방곡곡 없는 곳이 없는 것이 바로 교회다. 어디를 가도 그 규모에 상관없이 십자가를 만날 수 있는 우리나라, 참 교회가 많다는, 아니 흘러넘친다는 생각마저 든다. 그러나 문화를 향유하고 누릴 수 있는 문화시설, 즉 극장, 공연장, 카페, 문화센터 등의 공간은 수도권이나 대도시 중심으로 극히 제한되어 있다. 이러한 문화격차가 점점 더 양극화 되어 가고 있는 현실을 바꿔 말하면 서울을 조금만 벗어나도 만족할만한 커피 한 잔이 그립더란 말이다. 그래서일까. 서울서 그리 멀지 않은 소도시 조치원, 여전히 문화적 삶의 질이 아쉬운 곳에서 지역과 함께 문화를 호흡하고 그 지역의 땅에 자연스레 녹아드는 곳으로 자리 잡은 조치원제일교회는 대도시의 어떠한 교회보다 반갑다. 북카페‘ 예뜰’ 문화교실 성인강좌 북카페‘ 예뜰’ 입구 문화교실 어린이 강좌 북카페‘ 예뜰’ 에서 볼 수 있는 책 본당 섬김이실 비전센터와 본당 전경
비전센터 비전센터 예배실
조치원제일교회 담임목사로 부임한 지 벌써 12년째라는 전세광 목사. 그는 처음 이곳에 왔을 때를 어제와 같이 회상한다. “그때 교회가 참 어려운 상황이었어요. 2년 동안 담임목회자의 자리가 공백이었으니까요. 교인들도 많이 빠져 나간 후 100여 명 정도 남았던 상태구요.” 서로 갈라지고 쪼개지고 상처투성이였던 교회, 그는 당시 캄캄하기도 했지만 오히려 이제는 싸매고 치유하고 나아지는 일만 남았다고 여기며 희망을 가졌더랬다. 먼저 이곳, 조치원을 알 필요가 있었다. 대전, 청주, 천안, 공주가 주변에 사각으로 둘러싸고 있으며 인구가 3만 5천 명에 불과한 읍 단위의 작은 도시였다. “대도시화가 이루어지면서 인구는 점점 줄어들고, 고령화가 되기 시작했
지역이 필요로 하는 일에 귀를 기울여야
“교회는 그 지역에 필요한 일을 해야 해요. 처음엔 유치원을 운영해볼까 했는데 주변에 유치원은 꽤 많더라구요. 대신에 젊은 엄마들이 아이들과 함께 갈 수 있는 공간이 부족해 보였고, 커피 한 잔 하며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카페가 마땅치 않았어요.” 그리하여 지난 2006년, 본당 옆에 건립된 비전센터에는 이러한 지역의 욕구에 발맞추어 북카페와 어린이놀이공간 ‘키즈랜드’ 등이 들어섰다. 비전센터 2층에 아늑하게 자리잡은 북카페 ‘예뜰’은 ‘ 예수님의 뜰’이라는 뜻으로 이 지역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공간이다. 매우 저렴한 가격에 맛좋은 커피를 마시며 푹신한 소파에 몸을 기대어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편안한 곳. 믿지 않은 이들과도 소통할 수 있는 좋은 문화가 만들어지고 있단다. 이 카페 또한 교회 성도들이 커피 교육을 받아, 서로 돌아가면서 봉사하여 운영되고 있다. 게다가 이 카페로 나오는 모든 수익금은 교회가 브라질에 파송한 선교사님을 후원하는 데 온전히 사용된다고. 교회가 문화선교에
지방이기에 더욱 필요한 문화 선교
비전센터에서는 또한 매년 여름과 겨울학기에 ‘열린문화강좌’를 개최하고 있다. 지역사회의 어르신들과 어린이들이 부담되지 않는 비용으로 다양한 문화의 솜씨를 배우고 자랑하는 일종의 문화교실이다. 종이접기, 한지공예, 예쁜 손글씨, 손뜨개 교실, 드럼, 오카리나, 창의적 유아미술, 어린이발레교실, 웃음치료, 수지침교실, 댄스스포츠, 풍선아트, 서예교실 등 다양한 강좌가 마련되고 있으며 수강생들의 만족도가 매우 높다고. 또한 조치원제일교회는 지역사회뿐만 아니라 다른 교회들과도 연합모임을 만들어가고 있다. 교회연합 축구대회를 5년째 열고 있으며, 지난 6월에는 뮤지컬 <가연아, 사랑해!>를 연기군 문화예술회관에서 올려 다양한 문화콘텐츠를 지역교회와 나누고 있다. 그래서인지 이 지역에서 기독교에 대한 이미지가 참 긍정적으로 변했다고. “지방이야말로 문화선교가 더욱 필요합니다. 서울에서는 굳이 교회가 하지 않아도 될 만큼, 누릴 수 있는 게 많지만, 중소도시만 해도 그렇지 못하거든요. 지방 교회 목사님들도 다 하고 싶어 하지만, 예배공간도 확보하고 있지 못하는 어려운 형편이 많아 현실적으로 어려운 게 사실이죠.” 지금 이 시대, 교회도 양극화의 길을 가고 있는 것은 아닌가. 문화선교라고 해서 세련되어야 하고, 번지르르 해야 한다는 왜곡된 시각은 이제 교정
“저는 목사님을 생각하면 참 기쁩니다. …교회를 공원화하시어 주민들의 휴식처를 제공하시며 각종 수목을 심어 학생들의 교육장으로 손색없게 해놓으셨으며, 문화교실을 성공적으로 운영하시어 주민의 정서함양과 생활의 질 향상에 공헌하셔서 수강한 사람들의 찬사가 자자합니다.”
조치원제일교회
충남 연기군 조치원읍 신흥리 71번지
041-865-07615
http://jjch.co.kr
그가 오랜 세월 목회하면서 가장 행복한 순간과 힘든 순간은 언제일까. “글쎄요. 나는 지금 늘 행복하기 때문에, 뭐라고 콕 집어 말하기가 어렵네요. 그래도 사람들이 우리 교회에 와서 변화되고 행복해하는 모습을 볼 때 나도 제일 행복해요.” 지금 행복하다는 그의 한 마디에 다시 고개를 들어 얼굴을 마주한다. 서글서글한 눈매에 진심어린 미소가 묻어난다. 목회자 자신이 행복하지 않고서, 성도들의 삶을 어찌어루만지고, 행복의 진리를 나눌 수 있을까. 프로그램과 이벤트, 부흥과 성장에 매달려 다른 사람을 사랑하기는커녕, 자기 자신조차 아끼지 못하는 목회자가 이 땅에 얼마나 많을지는, 깊이 생각하지 않아도 나오는 결론이다, 애석하게도. 그렇다면 가장 힘든 순간은? 목회를 하는 데 있어 사사건건 힘들게 하는 사람이 있을 때? 이 정도의 인습적인 대답을 예상했건만, 늘 행복하다는 대답만큼이나 의외의 대답을 한다. “목회란 원래 힘든 거죠. 성도들의 아픔과 고통이 전해지기 때문에 힘겨운 일들을 겪는 성도들을 보면 나도 무척 힘들어요.” 성도들을 한사람, 한 사람 사랑하며 그들을 가슴으로 만나는 열정이 느껴진다. “저희 교회는 연말에 한번씩 모이는 연말당회 말고는 특별히 따로 당회를 하지 않아요. 장로님들과 편하게 같이 밥 먹고, 차 마시며 두런두런 교회 일을 이야기하죠. 우리 교회 장로님들이 정말 모두 좋으시거든요!” 목회를 잘하셔서 그런 거 아니냐는 질문에 겸연 쩍은 듯, 절레절레 고개를 흔든다. “제가 복이 많은 거죠. 우리 장로님들 같은 분들만 한국교회에 있으면 다툴 일이 없을 거예요. 얼마나 행복한데요!” 장로님들 자랑에 목소리의 톤이 높아진다.
“제가 만약 대형교회 목회자가 된다면 기쁠까, 생각해보면 그렇지 않을 것 같아요. 어느 정도 규모가 필요하긴 하겠지만, 크다고 다 좋은것은 아니죠. 지금 제가 할 수 있는 딱 이 정도의 규모 속에서 교회다움을 잃지 않고 소통과 교제가 일어날 수 있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요?” 지금, 여기에서 행복을 누릴 수 있는 목회자이기에 더욱 귀하다 싶다. 그러나 뒤이어 던진 그의 한 마디는 그가 참으로 인간적이구나, 그래서 더 좋구나, 싶은 끄덕임을 자아냈다. “그런데요 또 크고 좋은교회 가보면 우리는 아직 멀었구나, 싶은 비교의식이 들기도 해요. 참 쉽지 않은 마음의 싸움이죠? 솔직히 그래요. 하하!” 주차장까지 배웅나오더니, 인사 후 그는 어느 새 교회 앞마당 건너, 지나가던 어느 어르신과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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