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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연재 종료

내일을 향해, 오늘은 움츠린 개구리

나는 늦깎이 사회 초년생이다. 어려운 취업난을 헤치고 가까스로 비즈니스맨이 되었다. 처음
으로 누려보는 두둑한 월급봉투(But 사회적 척도: 쥐꼬리)에 21세기 현대화 시대 물질적 풍요로움을 누리지 못한 채 살았던 그간의 소외감을 만회하려 발버둥 친다. 따라서 저축, CMA, 적립식 펀드 등등의 사회적 대유행에 결코 구애받지 않고 잠시나마 누리며 살고 있다. 생각지도 못했던 직무에 비전을 끌어다 맞추며, 최신 트렌드에 민감해야하는 직업적 특성을 핑계 삼아 취소된 소개팅 비용으로 배기바지, 롤업바지, 베스트조끼 등 유행 경향을 힘겹게 쫓아가고 있다. 왜냐하면 나는 패션업계에 종사하는 이 시대의 트렌드, 초식남이기 때문이다.
어느 날, 친구의 아이팟과 오디오 테크니카 헤드폰의 그 위대한 조합이 빚어낸 사운드에 매료되어 거금을 투자해 마련해 보았지만 내 조합에서는 같은 사운드가 나오질 않음에 눈물 흘리고, 더운 여름 땀 차버린 값비싼 헤드폰에 ‘빌어먹을’이란 저급적 단어를 곱씹으며 지내기도 한다. 또한 부모님의 손을 빌어 얻은 오피스텔 독립남에 버려진 누님 차량으로 오운(own) 드라이버 등의 유치한 단어 따위로 당장의 빈 가슴과 메마른 삶을 위로하며 산다. 사회 초년생의 위치란 이렇듯 위태로운 것일까? 쫓기듯 쫓아가야 하는 문화에 기대어 자족하려 애쓰는것처럼 보여지는 것은 아닐까? 하는 고민이 있지만, 아니다, 적어도 나는 다르다.
어제 방황하던 기성세대와는 다른, 그리고 오늘 그런 기성세대를 닮아가는 나의 세대와는 또 다른, 보다 멀리 뛰기 위해 움츠린, 나는 한 마리의 개구리일 뿐이라는 생각이 든다. 뛰어내야 할 지점을 잃지 않고, 도움닫기를 준비하는 개구리 말이다. 따라서 ‘내가 바라는 나’는 먼 미래형도, 완성된 완료형도 아니다. ‘내가 바라는 나’를 곱씹기 보단 ‘내가 만나는 나’를 통해 자아를 찾아 가고 있는 현재형. 그렇게 21세기 현대화 시대의 사회초년생 개구리가 되고 싶다. 10년 전, 20년 전과 똑같은 하늘이겠지만, 이렇게 다시 한 번 하늘 보면 모두 행복한 ‘오늘’이다.

하윤승|제5 질풍노도의 시기를 보내고 있는 사회초년생. 흔히들 거꾸로 나이를 잡수시는‘ 망둥이’ 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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