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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연재 종료

떡볶이의 변신을 허(許)하노라!

하굣길, 김이 모락모락 나는 빨간 떡볶이의 유혹은 늘 쉽게 뿌리치기 힘들었다. 매일 먹어도 질리지 않은 그 저력은 어디서 나오는 것인지, 분식집 아줌마의 떡볶이를 뒤적거리는 무심한 손놀림에도 침이 꼴깍꼴깍 넘어가곤 했다. 먹어도, 먹어도 늘 배고픈 나이기도 했지만, 떡볶이 일인분에 오징어 튀김을 버무려 먹는 일은 사춘기의 위기를 뛰어넘을 수 있었던 원초적인 힘이었다. 그래서인지 인생의 매운 맛이 힘겨워질 때면, 이 떡볶이의 매콤 달달한 위로가 간절해진다. 그런 떡볶이의 힘이 이제는 세계인의 입맛도 유혹하기 시작했단다. 그래, 그 오묘하고 깊은 떡볶이의 맛을 우리만 알기는 너무 아깝다. 글 정미희


출처 : 아딸

그 집 떡볶이 맛의 비결, 체인화 되다
떡볶이 맛을 결정하는 것은 바로 고추장 소스. 하지만, 며느리도 모른다던 신당동 떡볶이 할머니의 50년 소스의 비결도, 이제는 더 이상 비밀이 아니다. 어디서나 같은 떡볶이 맛을 볼 수 있도록 만든 프랜차이즈 떡볶이 전문점이 속속 들어서고 있는 것. 카페처럼 깨끗한 인테리어와 깔끔한 맛, 위생적인 포장시설은 주 고객층인 젊은 여성들의 입맛에 딱 떨어져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학창시절 불량식품이라며 사먹지 못하게 했던 길거리 포장마차 메뉴였던 떡볶이의 격세지감이 느껴진다. 경기도 파주의 ‘문산 튀김집’ 딸이 낸 분식점에서 시작된 ‘아딸’은 제일 먼저 프랜차이즈화 된 곳으로 현재 500여개의 체인점이 들어섰을
정도. 그 밖에도 무섭게 매운 맛으로 인기인 ‘신떡’, 중국음식점처럼 배달도 하는 ‘독대 떡

출처 : 손수

볶이’ 등에 이어 전문외식업체에서도 속속 떡볶이 브랜드를
내놓고 있단다. 계절을 타지 않고, 어디서나 창업이 가능하고, 조리가 쉬워 체인점사업으로는 그만이라나. 떡볶이 전문점도 모두 문을 닫아버린 늦은 밤, 출출함에 떡볶이 생각이 간절할 때도 이제는 참을 필요가 없다. 전자레인지에 바로 데워먹는 떡볶이가 속속 출시되고 있기 때문. 신당동 떡볶이 할머니들도 즉석에서 끓여먹을 수 있는 즉석 떡볶이 판매에 나섰고, 떡볶이 레시피를 몰라도 누구나 쉽게 끓여서 먹을 수
있는 조리용 떡볶이도 나왔다니 야식 떡볶이의 유혹 참기 어려울 듯하다.

블랙 세서미 베거

떡볶이 레시피, 바람나다

떡볶이가 고추장 소스와만 잘 어울릴 것이라는 편견은 버려야 할 때. 원래 궁중에서만 맛볼 수 있었다는 떡볶이의 유래도 고추장 소스가 아닌 간장 양념이 아니던가. 이제는 단지 고추소스만이 아닌 카레, 자장소스, 아카시아 꿀을 넣은 꿀 떡볶이와 마늘의 아린 맛이 일품인 마늘간장떡볶이, 칠리소스와 땅콩을 넣은 강정떡볶이까지 떡볶이의 고정관념을 깬 레시피들이 등장, 소비자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아예 퓨전 떡볶이만을 전문적으로 파는 곳도 생겨났다. 메뉴에 고추장 떡볶이는 아예 없애고, 떡을 크림소스에 버무리거나 샤워크림을 뿌려 밀전병에 싸 먹기도 하고, 일본풍으로 야끼소스나 나또에 비벼먹기도 한다. 떡볶이를 햄버거처럼 샐러드, 음료와 함께 세트화 해 떡볶이와 세트라 여겼던 튀김과 순대와의 결합도 과감히 뒤바꿨다. 그야말로 오천만이 취향 따라 입맛 따라 떡볶이를 골라먹을 수 있는 떡볶이의 전성시대라 할만하다.
떡볶이 떡도 밀가루 떡과 쌀떡의 구분만 있는 것은 아니다. 각종 천연 색소를 사용한 오색떡볶이 떡은 물론 떡 안에 만두처럼 모차렐라 치즈나 다진 고기, 오징어, 당면 등의 소를 넣은 떡도 개발됐다. 떡의 모양도 길쭉한 손가락 모양을 벗어나 별모양, 하트모양, 새알모양의 떡에 이어 양념이 잘 베도록 떡에 구멍을 뚫은 떡도 등장했다니 한국인의 새로운 떡볶이 맛에 대한 열정은 그야말로 뜨겁다.

출처 : 인삼골

떡볶이, Topokki가 되다

정부도 한식 세계화 정책의 일환으로 ‘떡볶이’를 일찌감치 점찍었단다. 지난 3월에는 떡볶이 연구소까지 생겼고, 5월에는 ‘서울 떡볶이 페스티벌’을 개최, 떡볶이의 세계화에 대한 가능성을 점쳤다. 이 페스티벌에서 열린 떡볶이 요리 경연대회 수상자는 ‘복분자 소스와 파슬리 허브오일을 곁들인 떡볶이 샐러드’, ‘매콤한 토마토 튀김 떡볶이와 두부크로켓에 라코타 치즈소스’ 등으로, 레스토랑 요리에 버금가는 맛과 모양을 선보였단다. 우리의 입맛에 맞는 것이 한국적인 것이라고 강요하는 것이 아닌, 열려있는 레시피로 세계인의 입맛을 공략하는 떡볶이가 세계를 사로잡을 날이 멀지 않았다.

‘한국인의 맛’이라고 하면 김치, 불고기, 비빔밥 등을 떠올렸지만 이제는 유럽의 한 카페에서 떡볶이를 먹게 될 날

랩스 베거

이 올지도 모를 일이다. 지난 오천 년을 우리와 함께 해온 막걸리도 세계화를 꾀하고 있다. 칵테일 막걸리, 과일 막걸리 등 트렌드를 반영한 고유의 막걸리 맛의 인기를 타고 한 국내 항공사에서는 한식 기내식의 세계화 일환으로 ‘막걸리 쌀빵’을 서비스하고 있고, 일본에서의 인기를 염두에 두고 쌀 막걸리 서비스를 시작한 곳도 있단다. 그야말로 하늘까지 치솟는 막걸리의 인기라 말하지만, 세계화 속에 누구도 쉽게 모방할 수 없는 우리만의 맛을 지키는 것도 중요할터. 삶의 철학이 배어있는 깊은 한국인의 맛으로 한국의 저력도 함께 보여줄 수 있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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