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해가 한창 뜨겁다. 뜨거운 햇볕과 굵직굵직하게 내리는 비 덕분에 논과 밭은 빈틈없이 푸르고, 채소들도 눈에 보일 정도로 빨리 자란다. 논밭에 풀들은 무성하게 자라나는데, 무더운 날씨 탓인지 몸이 나른하다. 옛말에 작물은 주인의 발소리를 듣고 자란다 했는데 주인이 게을러져 큰일이다. 어떤 방법으로, 어디서 농사를짓든 간에 부지런함이 가장 중요한 것 같다는 생각을 하는 요즘이다.

# 열매. 학교에서 개인 텃밭으로 3.3058㎡(한 평)씩 가꾸는 아이들의 밭에는 이제 한창 열매가 맺히기 시작했다. 어떤 아이의 밭에는 잡초만 무성한가 하면, 어떤 아이 밭에는 어른 주먹보다 큰 토마토가 셀 수 없이 많이 달리기도 하고 옥수수와 콩, 오이그리고 쌈채소까지 수확이 한창이다. 얼마 전 참외보다 더 큰 토마토가 열렸는데, 토마토 하나를 자르니 한 접시 가득 할 정도로 큰 토마토가 나오기도 했다. 민들레학교에서는 정기적으로 장터를 여는데, 얼마 전 열린 장터에서는 각자 텃밭에서 나온 채소들을 팔기도 했다. 채소를 사간 사람들도 모두 좋아했고, 아이들은 많지 않지만 용돈도 벌 수 있었다. 오이와 토마토, 가지, 고추 같은 열매채소들이 한참 열매 맺는 요즘은 매일매일 수확해도 남을 정도의 풍성함이 있다. 방울토마토 밭에서 잎사귀와 줄기 사이에 가려 잘 보이지 않는 열매들을 찾아다니고 있자면 마치 보물찾기를 하는 기분이 든다. 올봄 밭두렁에 심은 단호박과 풋호박도 열심히 열리기 시작했다. 단호박은 충분히 익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따야 하기 때문에 가
을이 될 때까지 가만히 둬야 하지만, 풋호박은 열매가 어리고 풋풋할 때 따서 먹어야 한다. 그런데 종종 풀숲에 숨어있는 호박을 찾지 못하고 나중에 뒤늦게 수확하는 경우가 있다. 얼마 전에 어른 주먹보다 조금 클 때 수확해야 하는 풋호박을 아이 머리통만 하게 큰 다음에야 수확한 적이 있는데, 애호박으로 먹기엔 너무 커버렸지만 그렇게 커다란 호박을 수확하니 기분은 참 좋았다. 오이와 가지는 비가 올 때마다 눈에 띄게 자란다. 조금만 늦게 따도 얼마나 커 버리는지 한동안 밭에 가지 않다가 오이를 수확하러 가보니 오이가 40센티가 넘게 자란 것도 많았다. 가지또한 크게 자라 열매의 끝이 땅바닥에 닿아 있었다. 올봄 오이와 가지는 그리 많이 심지않아 여름에 넉넉하지 않으면 어쩌나 걱정을 했는데, 어찌나풍성하게 열리는지 정말 매일매일 그렇게 열매 맺는 자연에 대해 감탄할 수 밖에 없다.


# 내 일. 옥수수도 제철이다. 작은 옥수수씨 한 알을 심은 게 엊그제 같은데 내 키보다 더 커다랗게 자라 알찬 옥수수가 몇 개씩 달려있는 걸 보는 기분이란…. 그리 많이 심지도 않았는데 생각보다 많이 수확했고, 또 맛이 어찌나 좋던지. 갓 따낸 옥수수는 생으로 먹어도 맛있는데, 옥수수를 수확하면서 삶지도 않고 몇 개는 먹은 것 같다. 옥수수는 갓 따냈을 때가 수분이 날아가지 않아 정말 맛있다. 첫 수확한 날, 저녁에 삶아 식구들과 함께 나눠 먹었는데 학교 선생님중 한 분이 태어나서 먹은 옥수수 중에 가장 맛있다고 말해줘서 정말 기분이 좋았다. 수확한 옥수수를 신문지에 싸 서울에 사는 친구에게도 보냈는데, 친구나 친구 가족이나 다들 너무 좋아하고 맛있게 먹었다하여 또 어찌나 기분이 좋던지. 내가 땀 흘려 맺은 열매들이 다른 사람을 기쁘게 할 수 있다는 게 참 즐겁고 감사한 일인 것 같다. 논에는 벼들이 한창 푸르게 자란다. 그만큼 잡초도 빠르게 자라나는데 잡초를 잡기 위해 논에 풀어놓은 우렁이가 장마로 인해 많이 떠내려가고, 풀들이 너무 기세 좋게 올라온다. 우렁이가 잡초를 전부 잡진 못해 일부는 손으로 뽑아 주어야 하는데, 논에서 잡초를 뽑는 일은 굉장히 힘이 들고 귀찮은 일이다. 무릎까지 빠지는 진흙에서 그야말로 땡볕 아래 풀을 뽑고 있자면 흘러내리는 땀으로 인해 눈뜨기가 힘들다. 그래도 마음먹고 일을 시작하면 덥고 힘들기도 하지만 어느 순간 머리도 맑아지고 정말 살아있구나 하는 느낌이 들 때가 많다. 일상을 살면서 살아있다는 것을 느끼는 순간이 얼마나 있을까. 마음의 평안과 자의식을 찾는 방법이 의외로 열심히 일하는 순간이라는 것이 조금 웃기기도 하지만, 그렇게 열심히 일하며 자신을 생각할 수 있는 일이야말로 자신의 일이라 생각한다. 그렇기에 자신의 일과 직업은 분명 다르다는 생각이 든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이 자신의 직업이 되고, 자신을 끊임없이 거듭나게 하는 일이 직업이 되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나에겐 그것이 농사이고 앞으로도 그랬으면 좋겠다.

여름의 무더위가 한풀 꺾이면 가을 농사를 시작해야 하는데 이리저리 할 일이 많아 걱정도 되고 설레기도 한다. 수확해야 하는것도 많고, 심어야 하는 것도 많다. 김장배추와 가을 감자도 더위가 좀 가시면 바로 심어야 해서 어떻게, 얼마나 심어야 하나 생각을 하면 골치가 아프기도 하고 또 재밌기도 하다. 농사를 짓다 보면 바뀌는 계절마다 다르게 새롭게 뿌리고 거두는 일이참 신기하고 재밌는 것 같다. 부지런히 손을 움직여야지.

김진하|지리산 산청 골짜기에서 흙냄새 풀냄새 맡으며 농사짓는 서툰 농사꾼. 민들레공동체에서 생활하며 민들레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함께 일하며, 매일매일 농사일로 머리가 꽉 차있다. 아름다움을 사랑하고 느낀 대로 사는 고민 많고 속편한 스무 살.
Posted by 문화선교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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