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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2008 07-08 느림의 즐거움, 슬로푸드

느림의 즐거움, 슬로푸드 7 | 우리 집 건강의 비결, 슬로푸드

 

음식이 바뀌면 몸이 바뀐다

그렇지만 나도 결혼 전까지는 빵이나 햄버거, 과자 등 인스턴트식품을 즐겨 먹는 편이었다. 간편하기도 하고 무엇보다 맛있으니까! 그런데 결혼을 하고 시부모님과 함께 살면서 식단을 많이 바꿔야만 했다. 시댁에서는 현미잡곡밥과 유기농 야채 등을 위주로 한 자연건강식을 하고, 아침식사는 간단히 생식으로 하고 있다. 집안 분위기에 맞추다보니 나도 자연스럽게 자연식을 접하게 되었는데, 처음엔 맛도 없고 포만감도 적어 여간 적응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러다가 2~3년쯤 지나니 내 몸에 변화가 생겼다. 결혼 전, 나는 10년이 넘도록 퇴행성 무릎관절염과 신경성 위염으로 시달렸었다. 겨울이면 어김없이 무릎이 시려 병원에 드나들며 약을 먹어야 했던 날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그 증세가 사라진 것이다. ‘음식이 바뀌면 몸이 바뀐다.’라는 것을 그때 철저히 깨달았다.


두 아들의 아토피 전쟁

태어나자마자 아토피 증세를 보인 첫 아이 준혁이는 분유 대신 모유와 엽록소인 케일을 먹은 덕분에 6개월이 지나면서 상태가 많이 좋아졌다. 반면 둘째 승준이는 태어날 땐 피부가 깨끗했는데 생후 2개월이 지나면서 지독한 아토피 증세를 보였다. 매일매일 반복되는 각질과 진물, 피범벅 되는 아이의 몸과 이불…. 아이들의 아토피를 치료하면서 가장 중요했던 것은 아이의 몸을 맑고 깨끗하게 바꾸어놓는 ‘유기농 자연식’과 ‘깨끗한 환경’이었다. 이것이 아토피 치료의 첫걸음이자 핵심이다. 더불어 이것으로 꼭 아토피를 고칠 수 있다는 믿음과 시간도 필요하다. 아이의 지독한 아토피가 사라진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아토피 덕분에 오히려 아이들을 좋은 환경에서 키울 수 있었던 것 같다. 아이들에게 아토피라는 질병이 없었다면 분유부터 시작해 온갖 공해식품을 생각 없이 먹였을 것이다. 아마 아이가 신체적으로 이상반응을 보이기 전까지 내가 뭘 잘못하는지도 모른 채 기름지고 비싼 것이 좋은 음식이라 생각하고 먹였을 것이다. 그러는 사이 아이는 잔병치레도 잦아지고 허약해졌을 테고.


건강한 식탁을 위한 작은 제안 

우리 식탁을 변화시키기 위한 작은 제안으로 우선 밥부터 바꿔보자. 백미 대신 밥 한공기만으로도 영양이 훌륭한 현미잡곡밥과 야채된장국, 우리 땅에서 나는 제철 식품들로 식단을 꾸며보자. 간식은 감자, 고구마, 옥수수, 떡 등 자연식으로 준비하고 물만이 우리의 온전한 마실 거리로 알고 집에서 직접 아이들의 음료수를 만들어주는 것이다. 매실이나 오미자, 현미보리차, 냉 유자차도 좋다. 요즘 나는 아침식사로 미리 불려놓은 현미와 콩, 잣, 호두, 깨 등을 갈아서 죽을 끓여내는데 가족 모두가 가볍지만 든든한 한 끼가 된다. 거기에 제철인 토마토 주스를 같이 한 잔 곁들이면 금상첨화. 그리고 따뜻한 차를 원하시는 식구에게는 미리 전날 찬물에 한 줌 담가 놓은 오미자 물에 꿀을 타서 살짝 데워낸다. 매 계절마다 바뀌는 식단이지만 우리 가족의 건강을 위해서 주부가 현명하고 부지런해져야 할 것 같다.



박정은남양주 덕소에 사는 아들 셋의 엄마. 약 3년간 두 아이들과의 아토피 전쟁을 자연식으로 극복해내고 <아토피전쟁, 1000일의 기록>이라는 책을 출간. 각종 매체에 자연식 연구가, 친환경 살림운동가로 활동 중. 아토피자연치유연구소(031-521-9706)와 아토피사이트(www.atopystory.co.kr)를 운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