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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종료/책 읽는 마음

불로초는 없다│한 권으로 읽는 건강 브리태니커







한 권으로 읽는 건강 브리태니커
A. J. 제이콥스 | 살림Biz

외할머니는 원인 모를 통증으로 3년간 고생하셨다. 내로라하는 의사들이 저마다 다른 증상을 주장하며, 수술만 하면 깨끗이 나을 거라고 했다. 하지만 숱하디 숱한 수술의 결과는 통증에 대한 노이로제만 키워냈을 뿐. 여전히 할머니의 하루는 진통제로 시작하고 마쳤다. 치료를 위해 우리 집에 계셨던 몇 달 동안 집안에는 고통의 호소가 끊이질 않았다. 아픔. 아픔. 아픔. 듣고 있자면 어느 순간 나도 몸이 욱신거리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주술 같은 음성. 돌이켜 보건대, 건강에 대한 열망이 그때만큼 그토록 간절했을 때가 없었다. 
나이를 먹는다는 것이 ‘성장’에서 ‘노화’로 의미를 전향함과 동시에 우리는 그동안 보지 못한 모습을 발견한다. 넓어지는 이마, 삐걱대는 무릎, 답답한 가슴, 침침한 눈. 그제야 아차 싶어 이것저것 몸에 좋다는 것들을 챙기기 시작하지만, 그 무엇도 우리 몸을 출고 당시의 짱짱한 상태로 만들어 주지는 못한다. 불로초를 찾아 헤매는 현대판 진시황, 세상이 그들에게 건네는 비법이란 태반이 사기에 가까운 과장에 지나지 않는다. 저자 역시 몸에서 울리는 경고등을 감지하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 책은 저자 특유의 엉뚱하고 유별난 실험 프로젝트의 3번째 결실이다. 요약해보면 이렇다. ‘몸에 좋다는 건 다 해보기!’ 입담 좋은 작가가 기록한 몸을 26가지 기관으로 세분하여 진행한 실험 보고서는 흡사 재미있는 웹툰을 보는 것처럼 재미있게 읽힌다. 
저자의 만화 내용처럼 보이는 편집증적 시도에는 이를 뒷받침하는 학술적 근거가 뒤따른다. 개중에는 내가 알고 있던 기존의 건강 상식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것도 있고, 모든 사람들이 정설처럼 받아들이는 것도 있다. 저자는 아집이나 편견 없이 그저 우직하게 실행하고 결과를 기록한다. 유쾌하게 책을 읽어 내려가는 동안에 어느새 잘못된 건강 상식에 대한 교정이 이루어지고,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된다. 흥미로운 점은 저자가 행했던, 건강을 위한 그 모든 시도가 완벽히 일관적이지는 않다는 것이다. 저자는 애완동물을 키우는 것은 심리적 안정감을 얻는 데 도움을 준다며 자주 공원의 강아지를 쓰다듬는다. 다른 한편으로는 비염을 유발하고, 각종 기생충에 노출되는 지름길이 애완동물이라는 사실을 알려준다. 건강한 음식을 고르려는 집착이 사람을 건강하지 못하게 한다는 조언도 듣는다. 책을 읽다 보면 이렇듯 어긋나는 명제들 사이에서 의문을 표하는 저자를 어렵잖게 발견할 수 있다. “그럼 나보고 뭘 하라고?” 
사실 그렇다. 우리 주변에만 보더라도 ‘건강에 좋다, 다이어트에 좋다’는 식품이 범람한다. 족발은 피부미용에 좋고, 순대는 철분이 많고, 삼겹살은 우리 몸의 중금속을 씻어 내린단다. 하지만 그렇다고 앞서 나열한 음식이 끼치는 단점이 없는 것이 아니다. 비단 음식뿐일까. 조깅은 심폐지구력을 높여주지만, 활성산소를 유발하여 노화를 촉진한다. 모든 것은 우리에게 완전한 플러스도, 완전한 마이너스도 아니다. 불로초란 없다. 뭐든지 균형 있게, 적당히 해야 한다. 긴 실험 끝에 그가 내린 결론처럼. 
다시 할머니 이야기로 돌아가자면, 할머니는 얼마 후면 약을 받기 위해 잠시 우리 집에 다녀가실 예정이다. 필요한 모든 치료를 했고, 남은 것은 충분한 운동과 마음의 건강이라고 의사들은 입을 모았다. 그래서인지 요즘은 비법을 찾기보단 정공법으로 가고 있다. 충분한 운동과 깨끗한 음식, 긍정적인 생각. 굳이 2년씩이나 실험하지 않더라도 우리는 모두 그 정도를 ‘적당히’ 알고 있다. 글 주동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