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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문화동네 사람들

시간 위를 춤추듯 거닐다│배우 서태화

유진 피터슨은 그의 책 <자유>에서 우리를 구속하신 하나님은 우리가 자유로운 존재가 되길 바란다며, 우리가 그리스도의 복음 안에서 참된 정체성을 깨닫고 자유를 회복하도록 살아갈 존재임을 명시했다. 우리는 제 머리로 이해할 수 있는 만큼만 삶을 한정하려 든다. 그리고는 이내 그 틀에 갇혀서, 소중한 것을 잊고 만다. 우리의 삶 또한 모든 것에 한이 없는 하나님의 품 안에 있기에 내려놓을수록 자유롭다는 것을. 배우 서태화의 삶은 내려놓는 것이 왠지 불안한 우리에게 하나의 예시다. 가능성이라는 문을 활짝 열어놓고 주 안에서 즐겁게 자유를 누리는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원유진 · 사진 탁영한


삶의 모든 것이 소중한 이유
얼마 전, 영화 <짓> 촬영을 마친 서태화는 7월 초 <관능의 법칙>과 <모범생>, 두 영화 촬영에 들어간다. “작품선택의 기준은 별로 없어요. 그냥 내가 읽어보고 재미있는 것. 장르가 지닌 힘이 잘 나타나 있는 이야기. 일단은 첫 번째여야 할 것이 작품이니까요. 요리로 치면 재료가 좋은 거잖아요. 이 재료를 가지고도 요리사가 형편없으면 이상한 음식이 나오잖아요. 그다음에는 요리하는 쉐프가 누구인지를 봐야지요.” 다양한 장르에서 작품 의뢰가 들어올 때, 서태화가 먼저 보는 것은 ‘재미’ 다. 현재 천만 관객을 바라보고 있는 한 영화는 완성도 면에서 영화 전문가나 관계자에게 좋은 평을 듣지는 못한다. 하지만 대중이 선택한 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는 것이다. “클래식 파인아트가 아니라 상업예술이잖아요. 일단 재미가 있어야 해요. 재미가 있으면 촬영이나 미장센이 미흡하더라도 상업영화로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영화, 드라마, 연극, 뮤지컬 등 폭넓은 장르에서 활동하고 있지만, 요즘 매체의 관심은 ‘요리’ 에 있다. 지난해 연예인 요리 경연 프로그램인 올리브TV <키친파이터>에서 우승하면서 서태화의 요리 실력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단순히 요리 잘하는 배우로만 보기는 어렵다. 중식, 양식 조리사 자격을 갖춘 것은 물론, 이어 궁중요리, 한식, 일식 자격증까지 준비하고 있으니 연말에는 ‘쉐프’ 라 불러도 모자람이 없겠다. “밥 먹으면서 화내는 사람 별로 없어요. 화가 나도 음식 없이 화내는 것만큼은 아니죠. 맛있는 음식을 대접하거나 먹으러 같이 가면, 같은 행복감을 공유하는 게 있거든요. 음식으로 공감대를 형성하고, 그 사람의 마음을 열게 한다고 할까요.” 요리하며 얻은 건 이뿐만 아니다. “요리하면서 ‘집중’ 이란 걸 훈련한 것 같아요. 무대, 카메라 앞에서 ‘집중’ 이요. 본격적으로 요리하면서 연기할 때 굉장히 집중도가 높아지더라고요.”
배우에 앞서 ‘요리’ 로 조명을 받고 있지만, 개의치 않는다. “나는 좋아요. 언제까지 요리로만 찾겠어. 음식 관련 영화나 드라마 하면 찾겠지. 모든 건 다 연결이 되는 것 같아. 그래서 배우는 아무거나 다 해야 해.” 작품마다 다른 옷을 입어야 하는 배우에게 삶에서 만나는 모든 것은 좋은 재료다. 성악 전공이 연극, 뮤지컬로 장르를 넓혀가는 데 큰 도움이 된 것처럼.





붙들 수 있어서 실컷 즐기는 하루하루
제 신앙을 밝힌 연예인은 활동 반경이 줄어든다. ‘교회 다니는 사람이 뭐 저래?’ 라는 말을 듣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독교인이라고 해서 매일 건 없다. 신앙이라는 테두리를 너무 작게 보고, 스스로 금기를 만들어 간 것은 아닐까. “우리나라에 많이 국한된 문제이긴 하지만, 어떤 걸 가지고 신앙이 없다, 아니다 판단할 건 아니잖아요. 넓게 생각했으면 좋겠어요. 제 신앙대로 자신이 나아갈 방향과 정확한 개념만 있으면 되겠죠.” 서태화는 중심에 담긴 메시지를 강조했다. 고등부 시절, 문학의 밤에 그룹사운드를 준비했다가 교회 어른들의 반대로 못해 울었던 이야기를 들려주며, 보수적인 신앙관이 만든 틀을 깨길 바랐다. 어떤 일에서든지 크리스천이라는 이유로 ‘예스맨’ 이어야만 할 것 같은 분위기도 그렇다. “기독교인도 다 똑같은 사람인데, 싫으면 싫다고 얘길 해야지. 성경에도 얼마나 피나는 투쟁을 많이 했고, 과격한 행동이나 일이 많았어요. 그건 크리스천이 아닌가? 무조건 착해야 한다는 매너리즘이나 강박 관념에 빠져 있지 말아야 할 것 같아요. 어떤 것이 착한 지 정확히 알아야 하고. 자기가 선택한 신앙에 대한 자부심도 있어야 하고 책임감도 있어야 하고요.” 우리가 지켜내야 할 것은 ‘구원에 대한 믿음’ 뿐이다, 
음악, 연기 등 예능 계통에 종사하는 사람에게는 절대자가 필요하다고 했다. 외롭기 때문이다. “어디 기댈 수도 없고, 자기가 헤쳐 나가야 하는 게 대단히 많고. 어디에 기대거나 의논하거나 속에 있는 걸 탁 깨 놓고 이야기해야 할만한 대상이 있어야 하는데, 절대자밖에 없는 거지.” 밑바닥까지 떨어지더라도 나를 건져줄 존재가 있다는 확신은 나약한 인간에게 살아갈 힘을 준다. 서태화에게 하나님은 ‘항상 옆에 계신 분’ 이다. 그러기에 삶은 더욱 자유롭다.



하나님 앞에 신실하게
성악을 전공하기 전부터 찬양을 즐겼지만, 찬양이 신앙의 전환점이 될 줄은 몰랐다. “어릴 때부터 찬양대를 했는데, 그때는 모태신앙이었기 때문에 습관적으로 왔다갔다 했죠. 어느 날 예배를 드리는 중에 찬양대가 찬양을 하는데, 굉장히 하고 싶은 거야. 그날 내가 꽂혔어. 저걸 내가 해야 하는데….” 하나님께 찬양하는 것. 그때의 감동은 지금까지 이어진다. 모태신앙이라 이전까지 ‘선택된’ 신앙으로 살았다면, 그 순간부터는 ‘내 고백’ 인 신앙을 시작했다. 내 선택, 내 의지로 하나님을 사랑하고 그 사랑을 드러내기 시작한 것이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매주일 찬양대에 선다. 일정을 짤 때부터 주일은 비우고, 교회 행사가 있으면 미리 일정을 조정하여, 되도록 참여하고자 한다. “나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는 약속 잡고 놀고 그러지만, 토요일은 약속을 안 잡아요. 주일에 2부 성가대를 해서 6시에 일어나 7시까지 교회에 가야 해요. 일주일에 한 번은 십일조 바치듯이 시간도 바쳐야 하잖아. 토요일은 정말 특별한 일 아니고서는 약속 안 잡고 집에 있어요.”
참으로 오래 시간 동안 꾸준하게 봉사한다는 것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닐 텐데도,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아니, 주일에 교회 안 다녀? 찬양대 하는 거랑 뭐가 달라.” 오래전 일이긴 하지만, 트위터를 처음 시작하며 말씀을 나누기로 하고 그 결심을 끝까지 이어간 것도 마찬가지다. 마태복음부터 시작해서 요한계시록까지 꾸준히 말씀을 올리고 팔로워와 나누었다. 성경 앱에서 해당 구절을 복사해서 트위터에 붙여 넣는 것으로 시작했다. 하루에 5분 정도 시간을 할애하는 간단한 일이었다. “하다가 매너리즘에 빠지거나 습관이 되지 않게 해주시라고 기도한 적이 있었어요. 다음다음 날인가 갑자기 복사가 안 되는 거야. 앱에서 막은 것 같아. 너무 놀랐지. 어떻게 기도하자마자 그렇게 되나.” 올린다고 약속을 했으니, 복사가 안 된다는 이유로 그칠 수는 없어서 그때부터 한 자 한 자 쳐서 올리기 시작했다. 5분에서 1시간으로 성경을 읽고 옮기는 시간이 늘었다. “난 독수리이기 때문에 진짜 힘들었어. 계시록까지 다 했어. 그래서 신약만 했어. 구약은 할 엄두가 안 나더라고.” 




하나님 부르시는 날까지 세상에서 주신 생명을 누리며 사는 것. 기도 제목을 물어도 부모님의 건강 외에는 특별히 당부하지 않
는다. 음악을 하다가 갑자기 연기를 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걸 알기에, 삶의 테두리를 한정할 생각이 없다. “음악이 이 세상의 전부라고 하다가 배우가 된 것도 갑자기 바꾼 거고, 지금 요리하는 것도 내가 좋아하긴 하지만 이걸로 다른 길이 열린 거잖아요. 아직은 배우 안에 있는 길이지만, 어느 날 배우를 취미로 하고 요리를 할 수도 있어요.” 연기에 전환점이 필요하다고 느낄 때에 자신이 좋아하는 ‘요리’가 포인트가 되는 것 같아 좋다고 말해주는 서태화.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고 좋아하는 일에 집중하며 살다 보면 하나님은 가장 좋은 방향으로 우리를 인도하실 것이다. 그 믿음에 힘을 실어주는 사람이 있어 고마운 오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