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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편집장의 편지

2013년 11-12 편집장의 편지



뭐냐고요? 갖고 다니는 태블릿 PC의 케이스입니다. 2010년 3월 편집장을 시작하며 <오늘>이라는 스티커를 붙이고 지금까지 함께했는데, 이제는 갈아 끼울 때에 이르른 것입니다. 누군가 이 커버를 보고 “혹시 이런 걸 좋아하시는 거예요?” 물었습니다. 아니라고 바로 대답했습니다. 다시 케이스를 사는 게 아까웠기 때문이었거든요. 측은해 보였는지 물음을 한 그가 제게 케이스 하나를 선물해 주었습니다. 케이스를 새로 갈아 끼우니 한결 좋습니다. 이제는 갈아 끼워야 하는 때인 거죠.


4년여를 편집장으로서 돌아보면 행복했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물론 비슷한 지점에서 고민하고, 훨씬 더 나은 곳을 상상하고 지향했지만, 비슷한 환경에 처해 있을 때마다 깊은 고민에 슬퍼했습니다. 하지만 또 다른 당신을 알아가는 게 소중했고, 당신에게서 잡지가 너무 좋다며 힘내라는 이야기와 <오늘>의 완전 팬이라며 엄지손가락 올리는 모습에 으쓱 으쓱해 했습니다. 그때마다 다시 반복하는 그 고단함에 빠져들었고 또 나름의 방식으로 즐겼습니다. 꼭 그렇게는 아니더라도 <오늘>을 후원해 주시고 기도해 주신 당신께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이번 <오늘>의 특집은 “우리, 지금까지 뭐했지?”입니다. <오늘>이 걸은 길을 다시 돌아보았습니다. 십 년을 
돌아보았습니다. 구체적으로는 판형을 바꾼 2009년부터 입니다. 기회가 난 김에 다시 주욱 훑어 보니 정말 주옥 같다는 말이 적확하게 들어맞네요. <오늘>, 참 좋습니다!


2년여를 함께한 원유진 기자는 이번 호를 마지막으로 인사를 합니다.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새롭게 박효
진 기자가 함께합니다. 기대해 주십시오. 또한 5년을 객원기자로 함께한 김승환 기자, 3년 정도를 함께한 신화민 기자도 이번 호가 마지막입니다. 


자, 이제 저도 편집장 직함으로 이 길을 쓰는 것은 마지막입니다. 이전 편집장님은‘ 결별’이라는
단어를 써서 아련하고도 단호한 끝인사를 하셨는데요, 나는 ‘고맙습니다’는 말로 끝을 내려고 합니다. 


어느 산에서, 어느 길에서, 어느 마을에서 당신을 다시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그때 우리 단출한 차림에 담박하게 이야기했으면 합니다.
참, 고맙습니다!



편집장 김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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