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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동선예감

생명과 맞바꾼 미(美)



어느 날 순천만으로 흐르는 이사천(伊沙川)강변에 이르렀습니다. 어린 시절 우리 시골 마을에 졸졸 흐르던 볼품없는 개천이 떠올랐습니다. 그 안에 사촌 누나들과 함께 첨벙 들어가 고동을 잡으며 놀던 기억이 담겨 있습니다. 그 작고 볼품없던 개천이 얼마나 아름다웠는지, 생명으로 충만한 공간인지, 이사천 앞에서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아직도 빠른 속도로 흐르는 이사천엔 물고기들이 첨벙 하늘로 뛰어 올랐고 강가에는 작은 게들이 기어 다녔습니다. 열대의 맹그로브 숲에서 만난 생명의 충만함이 다행히 우리의 작은 강에서도 아직 흐르고 있었습니다. 산 너머 우리 국토의 거대한 줄기를 이루는 큰 강들은 이제 인간에 의해 도시의 청계천처럼 조명을 받으며 직선의 미인으로 바뀌었지만, 녹색으로 칠해진 사대강에는 추억이 없습니다. 위선의 악취만 그곳에 흐를 뿐입니다.



강제욱|사진작가. 전 세계의 환경 문제를 다루는 다큐멘터리 작업에 전념하고 있다. 국내외의 많은 매체와 함께 일하면서 환경 문제를 널리 알리고 있으며, 9회의 개인전과 30여 회의 그룹 전시회에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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