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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인터뷰

81호_마음을 울림, ‘민트그린’

민트그린과 만난 날은 이른 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5월 중순이다. 한여름에 발행되는 잡지니 조금 서늘하더라도 여름옷을 입고 와달라는 말이 무색하게 햇볕이 뜨거웠다. 약속된 시간이 되자 왁자지껄 세 명의 멤버가 먼저 들어온다. 나머지 한 명은 주차 중이란다. 머쓱한 마음에 오기 전 무얼 했느냐는 질문을 던졌다. 연습하고 점심으로 햄버거를 먹고 왔다고 답했다. 늘 잘 먹는데 오늘만 좀 대충 먹고 왔다며 “우리는 잘 먹는 밴드입니다”고 너스레를 떠는 소탈한 모습에 머쓱한 마음은 어느새 사라졌다.



멤버는 어떻게 구성하게 된 건가요?

프레드와 샘치는 다른 밴드 활동을 하며 알고 있었어요. 둘이 추구하는 음악 스타일이 비슷하거든요. 지금은 다른 곳에서 활동하는 멤버까지 세 명이 ‘복숭아나무’라는 이름으로 시작했죠. 뭐, 도원결의 같은 의미였어요.(웃음) 셋이 하다가 비주얼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샘치가 알고 있던 소피가 영입 됐어요. ‘복숭아나무’라는 이름으로는 세 번 정도 활동하고 ‘민트그린’으로 이름을 바꿨어요. 2013년 1월에 루크가 합류했고요.


곡들이 특색 있던데요, 어떤 곡은 마음을 아련하게 하기도 했어요.

우리가 하는 음악이 기교가 많거나 화려한 편은 아녜요. 첨가물을 넣지 않은 음식처럼요. 그래서 처음에는 밋밋하게 느낄 수도 있지만 듣다 보면 깔끔하다고 생각하실 거예요. 친환경 음식이 그렇잖아요. 먹을수록 재료가 주는 식감을 오롯이 느끼고 건강도 생각하게 되고요. 장르는 어쿠스틱 안에 있지만 다양한 느낌을 살리기 위해 노력해요. 보사노바를 하기도 하고 랩을 하기도 하고요. 


작곡은 누가 하나요?

처음에는 프레드가 많이 썼는데 요즘은 샘치와 루크도 함께 만들고 있어요. 가사는 소피도 많이 쓰고요. 처음 곡을 쓸 때는 개인적인 생각을 주로 표현했는데 요즘은 좀 더 성경에서 말하는 관점으로 바라보는 세상과 사랑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성경적인 관점이라고 했는데 민트그린의 음악은 신앙을 내포하는 건가요?

우리가 신앙 안에 있기 때문에 말씀을 배제할 수는 없어요. 그래서 기본은 늘 말씀에서 시작하려고 해요. 하지만 CCM 밴드는 아니니까 대중도 생각해야 해요. 그래서 메시지를 우회적으로 표현하기도 하고요. 우리끼리만 좋아서 하는 음악이 아니라 사람들이 좋아하고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음악을 하고 싶어요. 우리가 할 일은 음악으로 위로하고 힘을 주는 것이에요. 


한 팀으로 활동하는 건 각자의 스킬도 중요하지만 마음이 맞는 것도 중요할 것 같은데요. 어떤가요?

모두 교회에 다니고 신앙이라는 바탕이 있어서 그런지 사이가 좋아요. 연습 시간이 2시간이면 1시간은 삶을 나눠요. 그러면 속상한 일이나 팀 내에서 서운했던 일도 자연스럽게 풀려요. 사실 이번에 생각보다 오랜시간 쉬게 됐어요. 올봄부터 다시 활동하려고 했는데 예기치 못했던 일로 휴식 기간이 길어졌죠. 이런 경우 갈등이 생기기 쉽거든요. 그런데 서로 바라보는 곳이 같으니까 이야기하면서 스트레스나 오해가 풀어지더라고요. 


밴드 활동을 하지 않을 때는 어떻게 지내나요?

음악 하는 사람들을 보면 만날 노는 것으로 보이지만 평소에 더 바빠요. 직장생활 하는 사람들에 비해 시간 사용이 좀 편하긴 하지만요. 루크는 어제 밤새 녹음하고 왔거든요. 함께 활동하지 않아도 일주일에 두 번 정도 모이고 그 외에는 각자 활동해요. 프레드는 색소폰을 전공해서 개인 레슨을 하기도 하고, ‘허니 피플’이라는 연주팀에서 활동도 하고 있어요. 샘치는 동생과 ‘삼치와 이길’이라는 자매 밴드를 하고 있죠. 루크는 프리랜서로 세션 활동이 많아요. 바리톤 김동규 선생님 전속 세션이기도 하고요. 아마 우리 중에 가장 바쁠 거예요. 소피는 유예일이라는 이름으로 배우활동도 하고 있어요. 작년에 영화 <완전 소중한 사랑>에 출연했고요. 


앞으로의 계획을 알고 싶어요.

다른 인디밴드처럼 홍대에서 공연을 많이 하는 편은 아니지만 대외적인 활동은 꾸준하게 하고 있어요. 좋은 곡을 만들었다면 많은 사람에게 다가가 들려주는 것도 그만큼 중요하잖아요. 이게 인디밴드들이 갖는 어려움 중 하나인 것 같아요. 기획사에 소속되어 있는 것도 아니고 홍보를 따로 하는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니다 보니까 홍보 쪽이 취약해요. 그래도 케이블이나 지역 방송을 통해 알려질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고요. 그리고 싱글앨범 작업을 하고 있어요. <완전 소중한 사랑> OST에 들어있는 ‘왜 난 몰랐을까?’라는 곡은 소피가 가사를 썼거든요. 이번 싱글앨범에 포함해서 가을 안에 완성하려고 해요.




사랑에 대해, 감정에 대해 이야기하는 곡은 많지만 사람의 존재를 이야기하는 노래는 많지 않다. 그런 의미에서 어떤 이는 ‘너는 걸작품’이라는 곡은 듣고 ‘계몽음악’이라고 했다. 이들은 그 말이 싫지 않다고 한다. “우리도 이 곡을 부르며 살아남을 느끼거든요. 오늘을 살게 하는 원동력 같은 그런 곡이죠. 너는 소중하다는 너는 유일하다는 내용의 속삭임이 사람들의 마음을 울리고 또 살리는 노래가 되면 좋겠어요.”







친구야 나 어제 너의 모습이 잊혀지지 않는 걸

힘없이 축 쳐진 너의 어깨야 무슨 일 생긴 거니

어때? 예뻐? 연예인 누구 닮았어?

청순 섹시 큐티 사이즈는 44 55 66은 soso 

77은 oh no!

성형미인이면 어때 모태미인이면 oh thanks

외모로 걸러지는 우등품과 열등품 너는 몇 등품

봐봐 하늘엔 태양만 있는 건 아니잖아

찬란한 별 은은한 달빛 너무 소중해

다른 누군가가 되려고 할 필욘 없어 

비교할 수 없는 단 하나

너는 걸작품 너는 걸작품 너는 걸작품 


-민트그린, ‘너는 걸작품’에서


‘복숭아나무’로 시작해 ‘민트그린’이라는 이름으로, 그리고 지금의 구성원이 되기까지 그렇게 민트그린만의 이야기를 시작한 지 3년이다. 석 장의 미니앨범으로 전한 그들의 이야기는 진지하지만 무겁지 않고 풋풋하지만 가볍지 않다. 그러니 지금까지 그들이 걸어온 시간보다 더 오랫동안 우리 곁에서 소중한 이야기를 들려주기를 바라본다.



글 . 박효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