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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2009 11-12 골목아지트, 카페와 벗하다

골목 아지트, 카페와 벗하다 6-3 l 카페와의 색다른 동거


더듬더듬 시각장애인들이 들고 다닌다는 막대기에 의존해, 간신히 발걸음을 하나 내딛는다. ‘ 캄캄해봤자,
뭐’ 하고 얕보던 생각은 온데 간데 사라지고, 귀에 온통 신경을 바짝 세운다. 소리만 듣고 탐험대장을 따라가다 보면 정말 무인도 섬에 들어온 듯 야릇한 긴장감이 번진다. 폭포처럼 물 떨어지는 소리에 어디선가 들리는 새소리까지. 이때 탐험대장은 손을 뻗어 나무를 만져보라는 지시를 한다. 커피나무다. 우리나라에선 잘 자라지 않는다는 그 나무. 이렇듯 호기심을 차례로 자극하며 나만의 지상낙원 최고의 커피를 찾기 위한 모험은 계속된다. 커피섬은 글자 그대로 ‘섬(island)’을 의미하기도 하고, 커피(coffee)와 합집합(sum)을 나타내는 단어를 결합해 커피에 관한 모든 것을 뜻하기도 한다. 이름처럼 커피섬은 단순한 카페라기보다 ‘커피복합문화공간’을 지향하고 있다. 어느 날 지긋지긋한 도시에서 뚝 떨어져 멀리 여행을 떠나듯, 커피섬은 그렇게 도시 한복판에 있는 일탈여행지 같은 역할을 한다. 커피투어만이 아니다.


커피섬 내에 아트갤러리
두림에서는 작품 전시가 늘 한창이고, 커피나무가 심겨진 하늘정원에선 자연속의 커피 맛을 느낄 수 있다. 커피투어가 끝나면 직접 커피 내리는 법을 알려주고 마셔보는 시간을 갖는다. 스스로 내린 커피를 간단히 맛보고 나면 전문 바리스타가 내려주는 커피로 비교해 볼 수 있다. 직접 구운 쿠키도 곁들일 수 있다고. 여기 까지가 커피투어의 끝이다. 커피 향에 그렇게 온전히 젖어있을 때 쯤, 커피투어 탐험 중에 찾은 일회용 컵이 보인다. 그곳엔 하나의 종이로 접은 학들이 날개를 맞붙인 채로 들어있다. 탐험대장은 결국 ‘지상낙원 최고의 커피’란 ‘소통’이었다고 말해준다. 마치 이 학들처럼 소통을 통해 서로 하나가 되어가는 일. 그것이 내게 맞는 최고의 커피였던 셈이다. 소통의 수단으로서의‘ 커피’를 소통의 공간으로서의 ‘ 카페’로 발전시킨 곳, 이 섬의 엿듣기를 바라는 메아리가 아련히 남는다. 처음 커피 향을 들이마신 그때의 여운처럼. 글ㆍ사진 신정은

커피섬
서울시 서대문구 창천동 20-25 아트레온 13층 02-365-8264 
www.coffeesum.co.kr
■찾아오는 길
신촌역 4번 출구로 나와 직진하면 왼편에 보이는 영화관 아트레온 건물 13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