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너럴 닥터의 간판은 독특하다. 적십자 마크를 꿀꺽 삼킨 커피 잔 하나만 덩그러니 있고, 그 외 심지어 ‘제너럴 닥터’ 라는 글자조차 보이지 않는다. 불친절한 모양새일지 모르지만, 외려 간판이 주는 첫인상이 재치 있게 느껴져 웃음이 터진다. 병원에 들어가는 길 치곤, 너무나 유쾌한 걸음이다. 제너럴 닥터에 들어서자마자 만나는 공간은 여유로운 카페다. 대체 환자 진료는 어디서 하나 싶을 정도로 꽤 넓은 공간에 적당히 사이를 두고 자리 잡은 테이블이 보인다. 삼삼오오 모인 사람들 보다는 혼자 와서 노트북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다. 아니나 다를까, 제너럴 닥터 원장은 ‘아무 일 없이 올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 카페’ 라고 말한다.
“사람들이 병원, 싫어하잖아요. 이런 상황은 의사들도 참 슬픈 거 같아요. 의사와 환자와의 인격적인 관계는 이미 무너진 것 같고. 이런 사회에서 젊은 의사로 할 수 있는 일이 병원을 병원 아닌 것으로 바꾸는 일이었어요.” 간판을 숨겨 놓았듯, 진료실도 한쪽 뒤편에 아담히 숨겨놓았다. 전시도 마찬가지다. 전시용으로 붙여 놓은 사진들은 마치 카페 인테리어 같다. 때문에 아직도 ‘병원’을 은유로 이해하는 사람들도 있고, 그냥 상담 하는 데라고 이해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심지어 옷집인 줄 알고 들어온 사람들도 있단다. “홍보 면에선 많이 느리죠. 그래도 시간이 걸리더라도 가볼 수 있는 데까지 가보겠다는 오기가 외려 생기더라고요.” 의사가운 하나 걸치지 않은 그 ‘평범한’ 의사들이 있는 곳은 그렇게 느리게 가는 중이었다. 병원이 주는 차가움과 카페가 주는 따뜻함이 맞물려, 적당한 온도를 지키고 있는 곳, 제너럴 닥터. 그 적당한 온도는 사람의 체온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서로의 존재 자체로 공통점을 찾아내고 싶다면, 이곳에 들러 찾아보시라. 그 존재의 온도를 찾아서. 글ㆍ사진 신정은
제너럴 닥터
주소 : 서울시 마포구 서교동 와우산 길 98, 2층 02-322-5961 www.generaldoctor.co.kr
찾아오는 길 : 홍대 놀이터 안 화장실 옆의 작은 계단으로 내려가자마자 보이는 건물 2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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